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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qldkoreanlife.com.au FRI. 25. NOVEMBER. 1000 고교동창들과만든계모임을 해체했어요. 아쉬움 보단 후련함이 더 크 네요. 그동안 추석을 앞둔 며 느리기분이었는데말이죠. 어떻게된일이냐면요. 몇 년 전 가깝게 어울리던 동 창친구들끼리모임을만들었 어요. 1년에 두 번, 모임 날짜 를정해놓고강제로모이자고 요. 그렇게 미리 정해두지 않 으면 도무지 만날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제가 초대 회장 겸 총무를 맡 았어요. 공정하게투표로결정되었죠. 하지만 수년간 강제 연임을 당했어요. 제 의지와 무관하게 몇 년이 나회장일을해야했죠. 매달 회비 내는 모임이었어 요.적은금액이지만1년을모 으면근사한레스토랑에서밥 한 끼 정도는 먹을 수 있더라 고요. 주로 파인 다이닝이라 던지오마카세를다녔어요. 주점에서 술만 먹는 모임은 흔하니까 차별화를 두고 싶 었어요. 늘 그렇듯 처음엔 다들 적극 적이었어요. 그러다어느순간부터반응이 뜨뜻미지근해지더군요. 단톡방에‘이번엔어딜갈까’,‘ 먹고싶은게있니’ 물어봐도 의견을 제시한다거 나 답장을 하는 사람이 없더 라고요. 심지어 며칠 만에 피드백을 준다던가, 소위 말하는 읽씹 (읽고 씹는 일)도 다반사였 어요. 제가 모임 회장을 맡고 싶어 맡은것도아닌데. 마치 그들은 절 모임 매니저 나, 비서쯤으로 여기는 것 같 더라고요. ‘너가알아서잘해줘’,‘그런건 너가잘알잖아’, ‘나는아무거 나다괜찮아’ 그래서정말아무거나정하면 또싫어해요. 하하이쯤되면싸우자는거죠? 하지만 저는 싸워본 적은 없 어요. 그냥그만두기로했거든요. 오랜 친구들과 굳이 싸워가 며 모임을 유지할 필요가 있 나싶었어요. 사실 그만 둘 결심을 세운 건 지난모임때였어요. 하지만너무섣부른결정일지 도모른다는생각에 올 연말까지만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로했죠. 그리고 지난주에 그 마지막 모임이있었어요. 놀라웠어요. 제예상밖이었거든요. 이번엔모임인원의3/2가지 각을했어요. 우와.. 예약제 레스토랑이었는데 말 이죠. 20분 먼저 도착한 저는 좌불 안석이었고요. 근데 더 황당한 부분이 뭔지 아세요? 지각한 사람들이 다들 너무 당당하다는거예요. 늦을 것 같으면 미리 연락을 줄수있는건데. 왜 늦는지, 얼마나 늦는지를 이야기하지않아요. 심지어 모임 당일에 레스토 랑 위치를 묻는 친구도 있더 라고요. 여기가 회사였어도 그랬을까 요? 중요한 비즈니스 파트너 를 만나러 가는데 그렇게 늦 거나, 불가피한 일로 늦어져 도 늦는 이유를 말하지 않는 사람도있나요? 저는확신이생겼어요. 이제그만둬도되겠다고요. 이 친구들에게 이 모임은 그 정도로 중요하진 않구나 싶 었죠. 물론 그 모임에는 피드백도 잘 주고 시간 약속을 잘 지키 는친구도있었어요. 하지만 그 친구 하나만 바라 보고 이 모임을 이어갈 수는 없는노릇이에요. 그런친구는따로만나려고요. 이런골치아프고스트레스받 는모임밖에서요.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 와 단톡방에 탈퇴 선언을 했 어요. 말을꺼내려는데이상한기분 이들더라고요. 뭔가 연인과 헤어지는 느낌? 그런비슷한기분이요. 마치그만두겠다는말을하면 앞으로 인연이 끊어지기라도 할것같았어요. 그래도우유부단하게굴지않 기로했어요. 그만두는이유를구구절절말 하지도않았죠. 핵심만짚어주고기분나쁘지 않게모임에서나왔어요. 웃으며헤어지고싶었거든요. 모임만 끝내자는 거지 다신 보지말자는건아니니까요. 제가그만두면서자연스레모 임은해체됐어요. 저 없이는 안 돌아가는 모임 이었나봐요. 이제와 생각해보니.. 또 마음 한편이씁쓸해지네요. 아무튼, 다행히, 모든 게 좋게 마무리됐어요. 내년부터는 비정기적으로 원 하는 사람끼리 알아서 보기 로했죠. 그런데 과연.. 그게 잘 될까 요? 저희 관계는 앞으로도 괜찮 을까요? 하하. 사실잘모르겠어요. 걱정은그때가서해볼게요. 이미 이 일은 제 손을 떠났으 니까요! 뭔가 후련하고 서늘한 밤입 니다.겨울이오고있나봐요. 다들감기조심하세요. 동창회를 해체했어요 by아슬아슬내인생/브런치 아마추어입니다만 ⓒ본광고이미지는코리안라이프가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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