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14 visionweekly.com.au FRI, 11th SEP 891 ⓒ본광고이미지는비전매거진이제작하였습니다. 로망이듬뿍 ‘신혼그릇’ 예쁜그릇을꿈꾸던나,드디어소원을이뤘다 by귀리밥 내가이토록그릇을좋아하는 줄은 알지 못했다. 그릇은 그 저 음식을 담는 도구일 뿐이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마 음을이렇게빼앗아이성을뒤 흔들위력을가진물건일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그릇에 빠져버렸다. 그릇을향한욕망은아마오래 전부터시작되었을것이다.다 만겉으로잘드러나지않았을 뿐이다. 어릴 때부터 우리 집 에는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 릇마다 개성이 매우 강했다. 다른 집에서 밥을 먹을 때 본 그릇처럼고르고균일한세트 구성이아닌,제각각의그릇들 이대부분이었다.전국각지에 살던 그릇들이 어느 날 “얘들 아, 란이네 집에서 그릇을 구 한대!”라는 소식에 일자리를 구하러몰려든것만같았다. 황토로구운밥그릇에꽃그림 이 있는 국그릇, 채소 그림이 있는 김치 그릇에 푸른 꽃 넝 쿨이있는접시라든가석박지 와 같이 큰 김치를 담는 유리 대접이며무엇하나짝을이룰 수 없었다. 컵마저도 너무했 다.컵은절대돈주고사지않 는게우리집지론인줄알았 다. 모든 컵에는 오픈 기념 등 모두기념품임을나타내는글 씨가 새겨져 있었다. 두 개 이 상의세트구성은없었다. 이따금다른집에가면하얗고 똑같은 그릇에 국도 담고 밥 도 담아 주던데, 왜 우리 엄마 는각각다른그릇에주실까? 음식은참으로맛있었지만그 릇들은각자의매력을뽐내고 있었다. 그래서식탁은시끌벅적한동 네잔치같았다. 엄마말씀으로는시집올때두 명이 밥을 해 먹을 정도의 간 소한살림으로시작한탓에세 트로장만할틈이없었다고하 셨다. 반쯤은사실이고,반쯤은핑계 같았다. 엄마는 질 좋고 예쁜 그릇이나조리도구세트가선 물로들어오면안쓰고다락에 고이모셔두셨다가언니들이 결혼할때바리바리싸서보내 셨으니말이다. 검소함이체질이되신엄마는 짝 맞고 좋은 그릇을 귀하게 여기셨다. 언젠가친척이사다준예쁜컵 세트도한두개씩조심스레꺼 내쓰셨다. 그런환경에서는시원하게불 만을표할수는없었지만내심 꿈을꾼것같다. 예쁜 그릇에 담은 뽀얀 쌀밥, 그릇 안쪽까지 잔잔한 무늬 가 새겨진 국그릇에 담긴 국, 같은 모양의 찬기에 봉긋하 게담은나물과밑반찬, 내등 짝처럼넓은접시에푸짐하게 담은과일, 핫초코가잘어울 리는 두툼한 머그컵, 살랑살 랑 저어가며 마시는 커피는 가족 수에 맞게 세트로 말이 다.그야말로‘로망’이었다. 서른이 넘어 마침내 나만의 그릇을 준비할 기회가 생겼 다. 첫 기회는 회사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할 때였다. 야근 을밥먹듯하던차에회사근 처에 원룸을 얻었다. 이때가 그릇을 취향대로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그때의 나는너무바빴다. 정말 야근을 밥 먹듯 하는 통 에 출퇴근 시간을 줄이려 시 작한 자취이다 보니 필요한 물건은 원룸 앞에 있는 생활 용품점에서 대충 사들였다. 컵은 회사에서 참여한 박람 회의 기념품이었다. 원룸에 들어간 뒤 서너 달 후에야 처 음으로 밥을 해 먹었으니 보 지 않아도 짐작이 갈 만한 생 활이었다. 자취생활을 일 년쯤 한 뒤에 결혼을 했다. 비로소 제대로 내 취향의 그릇을 살 기회를 맞이했다. 그런데 이때는 ‘신 혼 그릇’이라는 이유로 자유 롭지 못했다. 엄마와 언니들 이 한마음 한뜻으로 압력을 행사했다. “무조건 흰 그릇 10인조로 사!” 취향이나브랜드도이미정해 져 있었다. 아주 고전적인 신 혼 그릇 브랜드에서 아무 무 늬도 없는 10인조로 사라는 의견이었다. “괜히그림있는그릇사면금 방질려서못쓴다.” “언니가 써봐서 아는데, 무조 건흰그릇사야해.” 둘째언니가선물해준과일접시중작은것에수박을담아먹었다. 최종선택한알록달록신혼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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