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16 visionweekly.com.au FRI, 11th SEP 891 ⓒ본광고이미지는비전매거진이제작하였습니다. “신혼 그릇이 소꿉놀이인 줄 아니?” “무조건10인조사야해.그거 보다적게사면집들이어떻게 하려고?” 그잔소리가듣기싫어서하마 터면 흰 그릇 10인조를 살 뻔 했다.당시에는굉장한압박이 었다.그래서엄마와언니들이 그릇잔소리를할때마다앞에 서는끄덕끄덕하고,밤에틈틈 이인터넷으로마음에드는그 릇을골랐다. 일단골랐는데,그다음관문이 기다리고있었다.바로남편이 었다. 나와 남편은 각자 모은 돈을합쳐신혼살림을장만하 고 집을 구하고 있었기 때문 에 살 것을 따로 분담하지 않 았다. 그러니 그릇을 사는 것 도함께보러가거나주문해야 할터였다. 문제는 내가 고른 그릇 6인조 세트가96만원이었다는점이 다. 비싸다면 비싸고, 신혼 그 릇 치고는 싸다고 볼 수도 있 는가격인데,남편은처음으로 내의견에반기를들었다. “자기,이건좀아닌것같아.” “그런데 이게 말이야. 프랑스 에서직접핸드메이드로만든 건데…….” “자기, 그릇은쓰다보면깨질 수 있고, 마음 편히 음식을 담 아 먹어야 하잖아. 그런데 비 싼 것을 사면 자꾸 그릇을 귀 하게 여겨야 할 것 같아. 물론 다른 집은 더 비싼 것을 살지 도 몰라. 그렇지만 신혼 그릇 이니비싸도된다는생각보다 우리가편하게쓸그릇이면난 더 좋겠어. 그리고 살면서 마 음에 드는 그릇은 또 사도 되 잖아. 그래도 정 자기가 사고 싶다면이것으로사자.” 남편이구구절절옳은말을하 니고집할수없었다. 그래서 더 알아본 뒤에 처음 고른그릇과스타일은비슷하 되가격이괜찮은국산그릇으 로장만했다. 물론흰그릇을강조하던친정 식구들은내가조용히구입한 알록달록한그릇에입을딱벌 리고말았다. 결혼이후에도그릇을향한마 음은좀체식지가않았다. 지금은 아주 마음에 드는 그 릇을 조금씩 사지만 세트는 사지 않는다. 한두 개씩 사 모 으는 그릇은 나를 몹시 기쁘 게한다. 결혼이후구입한폴란드풍파 스타볼은점심식사에자주사 용하는그릇이다. 시이모님들께서 선물해 주신 꽃그림 티세트와 과일접시는 아주 아끼는 그릇이고, 영화 <미녀와 야수> 개봉 기념 티 팟세트는보기만해도흐뭇해 진다. 두툼한 유리 머그는 여 름철남편의에이드를만들어 주는 데 제격이고, 큼직한 면 기는면요리를좋아하는우리 부부의단골그릇이다. 여행지에서도기념이될만한 그릇을 산다. 특히 일본의 도 자문화를좋아하는편이라일 본여행을가면컵이나접시를 조금씩사서모은다. 최근다녀온여행에서도컵과 접시, 도자기 티스푼 등을 두 개씩 사 왔다. 원래 갖고 있던 그릇과도잘어울려식탁이아 주화사해졌다. 사온그릇은아끼지않고평소 에사용한다.장식용그릇보다 는일상용그릇이좋다. 이런 나를 보며 남편은 그릇 욕심이많다고놀린다.하지만 막상여행에서돌아와새로운 그릇에차나빵을담아내면그 역시흡족해한다. “이그릇사길정말잘했다!” 그릇을좋아하는내이야기를 남편이회사동료들에게했더 니다들이해를못하더라고했 다. 그저 음식을 담는 그릇일 뿐인데자꾸욕심낸다고하니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다. 하 지만서운하지않았다. 이해못하면좀어때,이런나 를내가이해하니괜찮다. 얼마전남편과도예클래스를 등록해 다녀왔다. 클래스에서 각자 만들고 싶은 작품 두 가 지를 미리 생각해 오라고 했 다. 나는 파스타볼을 만들겠 다고했다. 남편은눈이동그래졌다. “또그릇이야?” “응,또그릇이야.나는그릇이 정말좋은걸.” 마흔쯤되니의미없는친구목록 이제야카톡방친구목록을정리하네 by실배 어디쯤이었더라.곧결혼을앞 둔친한형의카톡방을찾느라 한참을 헤맸다. 그 사이 우리 가 연락이 뜸하긴 했구나. 열 심히 내리다 보니 중간 어디 쯤 있었다. 형에게 축하 인사 를 건네고 모바일 청첩장을 받았다. 문득찾아온호기심에채팅목 록 살펴보았다. 일로 인하여 주고받은 공적인 대화, 가까 웠지만이제는연락이끊긴지 인과의이야기,예전에참여했 던 글쓰기 모임, 한때 열 올렸 던 동네 탁구 동호회 소식 등 한동안내가살아온발자취가 보였다.다들어딘가에서치열 하게하루를살아내고있겠지. 친구목록에는채팅방보다훨 씬 많은 인연이 한쪽 구석에 방치되어 있었다. ‘ㄱ’부터 ‘#’ 까지스크롤의압박은끝이없 었다. 간혹 프로필에 다른 얼 굴이 있는 놓여 있는 것을 보 니 연락처가 바뀐 것 같다. 신 기한것은하나하나지나간추 억이떠올랐다. ‘답장이느립니다’, ‘카톡못봐 요 문자 주세요’라는 짧은 한 줄만으로도나의상태를대변 하고이해불가한문자의나열 로복잡한심경을드러내기도 했다.배경사진만으로결혼했 구나, 아이가 생겼구나, 외국 에 살고 있구나를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직접 보지도 듣지 도 않아도 알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다. 그만 봐야겠다. 이런 의미 없 는 행동을 왜 하나 싶었다. 몹 쓸호기심이다.서둘러핸드폰 을닫았다.그보다는친구들이 보고 싶었다. 친구 목록이나 채팅방에서만살아숨쉬는것 이 아닌 진짜 친구 말이다. 친 구들과몇달을미루고미루다 가이번주에약속을잡았는데 사회적거리강화로취소되었 다. 다음 주에 있을 친한 형의 결혼식에도갈수있을지의문 이다. 그저 연락하면 만날 수 있었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 이었는데. 이런 급격한 변화 에 피로감이 쌓인다. 많이 바 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삼겹 살에소주한잔하면서삶을나 누고 싶을 뿐이다. 아쉬운 마 음을저녁에운동장이나뛰면 서덜어내야겠다. 이제는 정리해야 할까. 의도 든 아니든 그냥 남겨 두었다. 정리를 못 하는 내 모습 같기 도 하다. 검색해보니 이름만 꾹 누르면 되었다. 뭐야 쉽잖 아. 해제, 변경, 숨김, 차단 등 다들비슷해보였다.그중에서 숨김이마음에들었다.목록에 서 정리가 될 뿐이지 그 사람 에게서메시지를받을수는있 었다. 영원히 볼 수 없는 차단 은 싫었다. 그러면 왠지 슬프 잖아. 누군가 배경에 남겨 둔 글이 마음에 남아 내 글에 남겨본 다. 인맥이란핸드폰에저장된 사람수가아니라자신을응원 하는사람을말한다. 그럼내가남겨둔목록은모두 나를응원하는사람들일까? 작년겨울,유후인여행에서사온그릇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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