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14 ivisionmagazine.com FRI, 16th OCT 896 아펜젤은 바로 그 바람 같은 곳이다. 시간에 쫓길 이유도, 지도에 얽매일 이유도 없다. 휴대폰은 끄고, 책은 덮어도 좋다. 혹시 그럴 생각이 없었 다 해도 어쩌면, 결국 그리 될 지도모른다. 고맙게도, 작은 마을 속 그 보 다 더 꾸밈없는 골목은, 도시 가낯선여행자들에게더없이 너그러운존재가되어주는데 어느골목으로들어가도길을 잃을 염려가 없고, 마주치는 이는모두이웃이자친구인듯 서로정답다. 공동묘지에늘어선수많은비 석의곁을지키는꽃들조차너 무도사랑스러워거리낌없이 다가설 수 있는 도시. 온통 느 낌표가휘몰아치는여행지스 위스에서,아펜젤은잠시멈춰 쉼표 몇 개를 찍고 떠나기에 더할나위없는곳이다. 역을 벗어나자마자 다채로운 색을 입힌 집들이 가장 먼저 시선을 끈다. 구시가의 중심 하우프트 거리(Hauptgasse) 를 이루고 있는 건물의 외벽 을 가만 들여다보면, 여러 가 지문양이나그림이그려져있 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건 물의역할이나성격을드러내 는장치들이다. 아펜젤에서 가장 유명한 곳 은 뢰벤 약국(The Löwen Drogerie)인데, 강렬한 붉은 색 바탕 위에 다양한 약초가 그려져있어어디에서든금방 눈에띈다.약국이라는정체성 을잘드러내면서도예술성을 갖추고있다. 그림 뿐 아니라, 간판을 살펴 보는 것도 작은 재미인데, 음 식점이나기념품가게등특색 에맞추어독특한모양을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의게트라이데거리에도비슷 한흔적이남아있다. 길 따라 걷다가 마을 둘레를 가로지르는 작은 개울에 닿 았다. 경쾌한 물소리가 걸음 을 멈추게 했다. 다리 난간에 팔을괴고서서흐르는물길을 멍하게눈으로따라가다,한참 만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다 시 몇 걸음 옮기려 하는데 뒤 통수쪽에서까르르웃음소리 가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저만치 집 앞 에서 아이 몇이 개구진 얼굴 로 웃고 있다. 그쪽으로 걸음 을 떼자, 녀석들이 일제히 가 림막 뒤로 후다닥 도망가 몸 을 숨긴다. 그러다, 이내 고개 를빼꼼내밀고는다시와보라 는 듯 눈을 깜빡거린다. 한 걸 음가면숨고,다시한걸음가 까워지면도망가고,어느정도 거리를좁힐때까지줄다리기 가이어졌다. 몇 번의 눈치싸움 끝에 드디 어 껑충 뛰면 손에 잡힐 만한 거리가 되었는데, 이번엔 손 을 흔들며 아예 집으로 들어 가 버린다. 문 앞에 서서 우르 르몰려들어가는아이들을맞 이하던엄마는늘겪는일이라 는듯어깨를한번으쓱할뿐 이다. 예정에 없던 짧은 숨바 꼭질이도시를더사랑스럽게 만들었다. 통창에 바싹 붙어 나를 보고 있는녀석들을향해크게팔을 흔들어인사를한뒤바써라우 엔으로돌아왔다. 스위스 알프스 가운데 북쪽 끄트머리산맥을묶어아펜젤 알프스(Appenzell Alps)라한 다. 아펜젤 인너 호덴에서 상 트 갈렌(St.Gallen) 주까지 아 우르는산맥이다. ⓒ본광고이미지는비전매거진이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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