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48 ivisionmagazine.com FRI, 16th OCT 896 심각한 병에 걸렸습니다 한번걸리면약도없다는그병 by오늘이말 만38세. 저도 제가 이런 병에 걸릴 줄 생각도 못했습니다. 삼십대를다보내도록이병을 고치지못할줄은더더욱몰랐 죠. 아니, 애초에 이것이 병이 라는것을깨닫지못하고있었 던 것이 어쩌면 더 큰 문제일 수도있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건강하시다고 생각하나요? 건강한 당신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미리 정해둔 루틴에 따라 차를 한 잔음미하고전날자기전정 해둔 책을 꺼내어 필사를 한 뒤 바인더를 펼쳐 오늘의 할 일을확인합니다.거울을보며 '나는무엇이든할수있다!'고 외치며 할 일 목록 앞 비어있 는네모칸에당당하게엑스표 를긋고싶어손이근질거리고 있다면당신도나와같은병에 걸려있을확률이아주높습니 다. 한 번 걸리면 약도 없다는 그 병의 진단명은 바로 '자기 계발병'. 열 여섯. 학교 도서관에서 우 연히발견한발타자르그라시 안의 '세상을 보는 지혜'를 보 며 이 세상을 사는 데에는 일 정한 '지침' 이있다는것을깨 달았습니다.세상을보라고만 든 그 책을 읽고 저는 저부터 보기 시작한 듯합니다. 그 지 침대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방법을 찾다보니 자연 스레 읽게된 것이 자기계발 서입니다. 그 당시에는 그것 이자기계발서라는생각도못 했죠. '성공하는사람들의7가 지 습관' 이라는 책 제목은 아 직도 기억납니다. 그 7가지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도 안나 지만요. 이 병이 심화된 것은 20대에 어떤 책 두 권을 읽고 나서입 니다. 그 책의 구체적인 제목 은언급하지않겠습니다.누군 가 제 글을 읽고 병이 심해질 것을두려워하여그책을보지 않기로한다면그책의저자분 께너무나죄송한일이니까요. 음... 너는 알고 나는 모르는 ' 비밀'과 '꿈꾸러 올라가는 다 락방'정도로해두죠. 흔들리는기찻간에서읽던그 '비밀'스런 책 속에 나온 이야 기들은 그야말로 저를 책 속 으로 끌어당겼습니다. '맙소 사. 나만 모르고 있었던거야? 이법칙들을?'그날두시간여 에 걸쳐 책을 단숨에 다 읽었 을 때쯤 무릎과 이마가 꽤 아 팠습니다. 저는뭔가를깨닫거나안타까 운일이발생할때면무릎이나 이마를손바닥으로세게탁치 는 습관이 있거든요. 세상 사 람들이 나만 빼고 벌써 책에 소개된법칙들을다알고써먹 고있는것같았습니다. 자기계발의 신세계를 발견한 기분이었죠.하지만그신세계 는기차에서내려친구를만남 과동시에사라졌습니다. 신기루처럼사라진그법칙들 을 상기시키려는 듯 어느 날 홀연히내눈앞에나타난다락 방. 자기계발서깨나 읽었다는 사람이면누구나한번쯤가져 보았을 법한 그 다락방. 그 방 은 제가 이 모진 병에서 헤어 나올 수 없도록 한 일등 공신 입니다. 게다가 그 후 릴레이 하듯이어진온갖자기계발서 의향연의포문을열어준책이 기도 하지요. 아직도 그 책만 보면 손이 후들후들 합니다. 아직 보신적이 없다고요? 가 능하면 펼치지 마실 것을 권 합니다. 빠져나오지 못할 테 니까요. 책을 읽고 책에서 배운 것을 얼마간실천하다흐지부지될 때쯤새로운책이등장하고또 다시 홀린 듯 그 책을 펼쳐들 면 이전에는 알지 못하던 새 로운세상을만난것같았습니 다. 그 세상에 빠져 책이 시키 는 것을 하며 지냈습니다. 이 미 그 때부터 병은 계속 깊어 지고있는것이었는지도모르 겠습니다. 그런데참이상한게있습니다. 분명이게병이라는걸깨달았 지만딱히적극적으로치료하 고싶은기분이들지않는다는 겁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내 앞사람,옆사람에게옮기고싶 은기분이에요.바이러스로온 세상이 떠들석한 이 시기에 ' 옮긴다'는표현이영껄끄럽지 만굳이표현하자면그렇다는 겁니다.누군가묻지도않았는 데 '제가 요즘 이런 병에 걸려 있는데요,' 하고 말을 시작하 고 싶어져요. 이 정도면 이 병 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듭 니다.상황이이렇다보니어느 새 저와 비슷한 병을 앓고 있 는사람들과어울리는것이가 장즐거운일이되었을정도입 니다. 저는어쩌면병이라쓰고약이 라고 읽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요? 자기계발병은 결국 '도저 히 이대로는 살 수 없다'고 느 끼는이들에게처방하는일종 의 약인지도 모릅니다. 그 약 을 먹어야만 피땀 눈물 흘리 며이어가는일상속에서숨쉬 고 버티며 행복을 찾을 수 있 는것이죠. 혹시 압니까? 꾸준히 복용하 다보면 결국에는 띄엄띄엄 해 나가던 것을 한 큐에 이어 주는획기적인처방전이되어 줄는지. 그처방전을찾을때까지저는 제가겪고있는병주고약주 는이야기를여러분과함께나 눠보려고합니다.처방전에한 줄한줄채워봅시다.나의병,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당신의병을기똥차게낫게해 줄약들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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