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16 ivisionmagazine.com FRI, 13th NOV 900 ⓒ본광고이미지는비전매거진이제작하였습니다. 결혼해서 지금까지도 문화센 터나 조그만 가게에서 공연 하는 게 다야. 쥐꼬리만큼 돈 벌어서 애를 어떻게 키우겠 다고. 혀를끌끌차는데내가사위라 면 마냥 기분이 좋진 않을 것 같았다. 사위와 반대로 딸 얘 기할때는목소리톤부터유하 게변했다. 아주머니는딸이버젓한대학 교 나와서 장사한다 할 때 많 은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다 행히가게가잘자리잡았는데 그때쯤에이상한놈한테코를 꿰여서딸이제주도로내려와 버렸다. 처음 보는 내게 울분 을 토해내는데 난 꿀 먹은 벙 어리마낭 아무 말도 할 수 없 었다. 내 새끼지만 아직도 속 을 모르겠다 말할 땐 문득 우 리엄마가겹쳐졌다. 그렇게 여행이나 다니고 언 제돈모아서시집갈래. 내새 끼지만아직도속을모르겠다 정말. 엄마와 통화할 때마다 귀에 딱지 붙을 정도로 듣던 말이 파도 소리만큼이나 생생하게 맴돌았다. 여행 좀 그만 다니 라는 엄마 말에 나는 슬그머 니 핸드폰에서 귀를 떼곤 했 다. 아주머니를 보다 보니 엄 마에게괜히미안한마음이들 었다. 아주머니는걷는내내핸드폰 전원을계속눌렀다말았다손 을 가만 내버려두지 못했다. 누군가연락오길기다리고있 는 것 같았다. 내가 어디 연락 올곳이있냐고묻자아주머니 는멋쩍게웃었다. 딸애가지서방이랑얘기할거 있다해서잠깐나왔는데내가 제주도를아는게있어야말이 지. 아니바람쐬는것도알아 야하지. 왜 아까 버스에서 날 빤히 쳐 다봤는지이제야이해가갔다. 딸애가사위와얘기할거있다 는말을할땐미간을크게찌 푸리는게아무래도부부싸움 인것같았다. 바닷바람이 꽤 쌀쌀했다. 패 딩을 바짝 여몄지만 얼굴이 랑 코끝이 에일 듯 아팠다. 양 볼은이미소주한잔한것마 냥벌겋게물들어있었다.주머 니에서손을빼면냉동고에서 갓꺼낸얼음만진것마냥얼 얼한 게 제주도가 괜히 바다 한가운데있는섬이아니구나 싶었다.우린이호테우해변의 상징, 목마 모양 등대까지 갔 다가 금방 다시 돌아 나왔다. 둘다코를훌쩍이는게더있 다간 감기에 걸릴 것 같았다. 처음탔던버스정류장이보일 때쯤아주머니가 갑자기덥석 손을 잡았다. 커피나 한 잔 하 고 가자며 잡았는데 손바닥 에서부터 자글자글한 주름이 느껴졌다. 모질고 매섭게 부 는바람만큼이나세월의흔적 이 묻어 난 손이었다. 나는 가 만히 네,라고 고개를 끄덕였 다. 그 순간에도 핸드폰 전원 을눌렀다껐다하는아주머니 어깨가유난히작아보였기때 문이었다. 바닷가 인근 카페로 갔다. 비 수기라 그런지 줄지어 선 가 게마다손님이없었다.마찬가 지로우리가들어간카페도한 적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두잔이요. 가방에서지갑을꺼내는데아 주머니가손사래를치며카드 를 냈다. 내가 오자 그랬으니 깐내가살게라고말하는데나 또한당황스러웠다.극구만류 했는데도 아주머니는 카드를 넣지 않으셨다. 그렇게 몇 차 례실랑이가오고가고급기야 주문을받던카페사장님이끼 어들었다. 고부간에사이가참좋으시네 요.며느님맞으시죠? 순간당황했다.어안이벙벙해 서아주머니카드를잡고있던 손 또한 놓아버렸다. 두 눈 동 그랗게 뜨고 고개를 힘껏 저 으니사장님이놀란얼굴로실 수했냐 말했다. 옆에 있던 아 주머니는크게웃었다.그러고 선재빠르게카드를내밀며서 울에사는아가씨인데여기서 우연히만났다고말씀하셨다. 사장님이카드를받으며아정 말요? 날 보며 되묻는데 표정 이좋아지진않았다.떨떠름하 게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계 산은아주머니가하고힘없이 자리에앉게됐다.실내인데도 불구하고 바깥바람소리가 위 잉, 위잉 세차게 창을 때렸다. 금방 커피를 내온 사장님이 우리 사이에 놓인 간이 의자 에 앉았다. 이런 일이 극히 드 문데아주보기좋다며잇몸을 드러내며웃었다.그러고선서 비스라며과자가담긴디저트 그릇을쓰윽내밀었다. 사실 저도 일산에 살다가 여 기 내려와서 카페 연지 얼마 안됐어요. 자연스럽게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내기시작했는데그합석 이이상하리만큼위화감이없 었다. 아주머니는 일산 사는 분이었냐며 반색하며 호응했 다. 우리 딸이랑 그 근처 아울 렛에 갔었다고 세상 밝게 미 소 지었다. 행복한 기억을 떠 올릴때아주머니의표정은참 밝았다. 금방이라도 태풍이 칠 것 같 은 흐린 제주 하늘 아래, 조그 마한오션뷰카페에앉은우리 셋.이상한조합이었지만얘기 는 도란도란 잘 이어졌다. 한 창자기얘기를하던사장님은 두 분 다 어떻게 제주에 혼자 올 생각을 했냐 물었다. 난 어 깨를으쓱하며대답했다.혼자 왔는데 혼자가 아니지 않냐. 두 분과 눈이 마주치고 한바 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상 황이제법자연스러워졌기때 문에 할 수 있는 농담이었다. 또도란도란얘기를나누다가 남자친구없냐는질문도나왔 다. 요즘엔 어딜 가든 빼먹지 않고나오는말이었다. 소개팅을열번넘게한것같 은데 마음이 가지 않았나 봐 요. 운동하고 일하면서 돈 벌 고, 친구들이랑밥먹고술마 시고 그냥 그렇게 사는 거죠. 그런시간들로도충분한것같 아요. 내대답의처음시작은당찼는 데끝으로갈수록말이흐려졌 다. 정말 충분한 건지 스스로 도자신이없어서였다.누군가 를만나서연애하고가정을이 루는 일. 돈을 모아서 아이를 낳고키우고집을사는일..이 런 것들이 와 닿아야 할 나이 인데 아무래도 도통 와 닿지 않았기때문이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다 그렇 지. 우리딸도예전엔혼자산 다그랬었어.다때되면제짝 찾아갈거야. 나는 그냥 말없이 고개만 주 억거렸다. 4년째 혼자여서 이 제이런말도너무익숙했기에 가타부타대답할말도없었다. 예전에엄마도이런비슷한말 을 했었다. 언제까지 혼자 살 수있겠냐고... 그때나는이렇 게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책 중에 이런 말이 있어. 나만큼이나 결여 를 안고 있어야 한다고. 그런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한 것 같아. 엄마도 그렇잖아. 아빠 랑틈만나면싸우는데그래도 네아빠그런면은또좋아.그 래서엄마이런거보완해주잖 니이렇게말하니까. 그때 엄마는 너 잘났다 도대 체애가왜이러는지모르겠다 며 한숨 쉬었다. 우리 딸은 어 려서부터 너무 빨리 나이 들 어버린것같다고염려스러운 표정을감추지못했다.엄마가 뭐라 하든 난 그게 참 궁금했 다. 모든 면이 완벽할 순 없겠 지만 그래 이런 면은 좋아, 이 런면이있으니까나머진이해 해줄게라고말할수있는사람 이생기긴할까.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다 보 니 어느새 한 시간이 흘러갔 다. 서로가 살아온 얘기를 나 누다 보니 바깥은 벌써 저녁 이 됐고 어둠이 더 내려오기 전에이제일어나야겠다며아 주머니가몸을일으켰다.나도 따라일어났다.사장님은아쉬 운 얼굴로 악수를 청했다. 좋 은 여행 하라며 문 앞까지 배 웅해주었다. 집으로돌아오는길,버스정류 장에서 핸드폰 벨이 울렸다. 발신번호 딸이었다. 아주머니 는 벨이 세 번도 울리기도 전 에 냉큼 받았다. 받자마자 수 화기너머로엄마어디갔냐는 소리가크게삐져나왔다.하이 톤의날카로운목소리였다.아 주머니는 내 눈치를 보며 어, 금방 갈게 더듬더듬 말했다. 그래도입은웃고있었다. 박서방이갈비사놨다고? 갈비 좋아하는 거 또 어떻게 알고.그래그래.금방갈게. 다행히도따님과사위분이별 문제 없이 화해한 것 같았다. 전화가한창이어지는데아주 머니가 타야 할 버스가 왔다. 응 서울 아가씨 만났다니까. 너 살던 동네. 버스 문이 열렸 는데도 딸에게 오늘 하루 동 안있었던얘기를하느라정신 이 없어 보였다. 아주머니 손 을 잡아 버스에 태워 보냈다. 버스가출발했다.얼마나갔을 까.통화가끝났는지저만치서 아주머니가창문을연채고맙 다고 팔을 연신 흔들었다. 버 스가 점이 되어 사라져 갔다. 나는그모습을한참바라보다 고개를돌렸다. 내가 타야 할 버스 대기 시간 은5분남짓남아있었다.넋놓 고 전광판을 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정거 장 같은 게 아닐까. 결혼도 아 이 키우기도. 내가 엄마가 되 고 엄마의 엄마가 돼도 인생 은 완벽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건 아주머니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어느 정거장까지 와 있는 걸까. 저 만치서달려오는버스헤드라 이트불빛이불나방처럼환하 게 날아들었다. 환한 빛 속에 서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앞 으로 가는 길에 함께 걸을 사 람이있었으면좋겠다는생각 을했다. 결혼에대해서잠깐이나마상 상도 하게 됐다. 혼자는 아무 래도 외롭잖아라는 생각에서 였을까. 아니면 난데없이 찾 아온동행이남기고간헛헛함 때문이었을까.참이상한일이 아닐수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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