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12 ivisionmagazine.com FRI, 11th DEC 904 ⓒ본광고이미지는비전매거진이제작하였습니다. 엄마들은 왜 화장품을 사지 않는걸까? 엄마도여자 by 나애리 대학생 시절, 친구와 함께 처 음 삿포로로 해외여행 다녀 오는 길에 면세점에 들린 적 이있었다. 화장품이라고는 로드샵에서 기초화장품 밖에 사본 적 없 는 내가 면세점, 게다가 이름 만들어도알만한명품매장에 들어가는것은엄청난용기가 필요한일이었다. 멀찍이서서다른손님들이손 등에색깔을확인하는모습을 슬쩍훔쳐보면서자주사본척 따라 했던 것 같다. 손등이 모 자라 팔등에까지 칠해보고서 야나는겨우두가지색을고 를수있었다. ‘그래도 비싼 건데, 엄마한테 어울리면좋겠다.’ 집에 돌아왔을 때, 온 가족은 나보다 캐리어를 더 반겼다. 엄마에게립스틱을건네자놀 란듯했다. “맛있는거나사먹지엄마껀 왜사왔어.이거비싼거잖아.” “어차피환불도못해.일본공 항 면세점에서 샀거든. 맘에 들지않음다른사람주던가.” “맘에안들긴.예쁘다.색깔잘 골랐네.잘쓸게.” 새립스틱을바른엄마의입술 에 생기가 돌았다. 그게 나의 첫명품쇼핑으로기억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화장대 를보다가화들짝놀랐다. “엄마, 이거유통기한넘은거 아니야?” “얼마안지나서괜찮아. 버리 긴 아깝잖아. 누가 본다고, 엄 마 얼굴에 아무거나 바르면 어때.” “당장 버려. 나 화낼 거야. 왜 유통기한넘은걸써.” 나는립스틱처럼명품화장품 은아니지만엄마들이쓴다는 브랜드의 기초세트와 크림까 지 사서 엄마의 화장대를 채 웠다. 그랬더니이번에는샘플이문 제였다.새화장품의유통기한 이아슬아슬해질때까지엄마 는샘플만모아서쓰고있었던 것이다.유통기한이괜히있겠 는가. 고작 해야 한 개뿐인 얼 굴에치덕치덕바른다면두달 이면없어질용량이거늘. “안쓴다는게아니라샘플먼 저다쓰고,네가사준건내년 에쓰려고했지.” “엄마, 아끼면 똥 된다고! 다 쓰면또사줄테니까제발써.” “네 월급 뻔히 다 아는데, 작 가가 벌면 얼마나 벌겠어. 딸 이 뼈 빠지게 번 돈으로 사준 건데 어떻게 막 쓰냐. 또 사지 마.엄마가필요하면말할게.” 그랬다. 엄마는 내가 사준 화 장품이 아까워 장롱에 고이 모셔두고있던것이다.엄마는 화장품을얼굴에바른게아니 라마음에바르고계셨다. 그 날 이후, 엄마가 집에 없을 때면남동생에게전화해몰래 화장품을확인하곤했다. “엄마집에없지?엄마화장대 위에화장품얼마나남았는지 확인해봐.” “잠깐만 큰누나. 스킨은 1/3 남았고 크림은 거의 다 쓴 것 같아.” “립스틱은?끝까지올려봐.” “엄지손톱만큼남았어.” 스파이의대답에나는어김없 이화장품을주문했다. 딸들은 모른다. 엄마의 마음 을. 엄마들은 왜 굳이 딸들의 화장대 위에서 먼지 쌓인 화 장품과 피부 톤과 맞지 않는 파운데이션에욕심을냈는지. 왜 냉장고에는 유통기한 1년 이나지난마스크팩이가득하 고화장대위에는이름조차지 워진빈크림통뿐이었는지... 한 번은 엄마와 함께 네일아 트하러간적이있었다. 난생처음타인에게손톱정리 를 받기 위해 손을 내밀며 엄 마는쑥스러워했다. “손이많이미운데이런거할 수있을까요?” “당연하죠. 따님이랑 같이 자 주 오세요. 제가 예쁜 손 만들 어드릴게요.” 엄마는 수 십 가지 컬러판을 보며꽤나오랫동안고심했다. “이게 나을까, 저게 나을까? 색깔이 많아서 엄마는 못 고 르겠다. 네가 많이 해봤으니 까 엄마 손에 잘 어울리는 걸 로골라줘.” 미처 몰랐다. 평소 나는 한 달 에한번씩은관리를해왔으니 색깔이나디자인고르는일이 어려울 게 없었다. 이번에 빨 강을골랐으면다음엔어두운 색깔로 하면 그만인 걸. 그런 데엄마에게는그게아니었다. 엄마는매니큐어색깔을고르 는것만으로도설레어했다. 일주일이면 지워질 매니큐어 일뿐인데,행복해하는엄마의 표정에내심같이오길잘했다 고생각했다. (사실왜손에비 싼돈쓰냐고혼날줄알았다.) “예쁘다. 오늘은 설거지하면 안되겠지?” “아예세수도하지말고, 샤워 도 하지 말지. 그럼 안 지워지 고더오래갈걸?” “그럴까?” 엄마도여자다.나의엄마이기 전에예쁜걸좋아하고꾸미는 걸좋아하는여자. 젊은시절엄마는세상멋쟁이였다. 우연히사진첩에서젊은시절의엄마를만났다. 지금내나이보다도어린이십대후반의엄마.그시대유행했을법한사자머리에 예쁜투피스,게다가굽있는구두까지!그때는화장도하고참예뻤는데... 결혼후엄마의옷장과화장대는단출하다못해제기능을다하지못하게되었다. 엄마들은왜화장품을사지않는것일까.어린시절,엄마화장대위에는별게없었다. 기초화장품과립스틱그리고케이스도없는연보라색샘플아이섀도가전부였다. 내가성인이되어서도엄마의화장대는별반달라진게없었다.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NTUxN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