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55 광고문의 0422 258 092, 0432 008 985 visionweekly01@gmail.com 소란스러웠다. 늦은 퇴근길, 아파트단지가운데위치한정 자에서두남자가싸우는소리 가 들려왔다. 이미 어두워진 후라정확한외형은식별되지 않고,날카로운목소리만아파 트외벽콘크리트사이를오가 며울렸다. 보통 군 관사 안에서 소란을 피우는 일은 없다. 이곳에 사 는사람은군인이거나군가족 뿐이기에,서로배려하며살았 다. 좋게 말해 배려이고, 눈치 를 보며 산다. 눈치라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어서, 비 도덕적 행동을 삼가는 정도 다. 아무 데나 쓰레기 버리지 않고, 주정차 위반 덜하고, 차 량 경적 덜 울리고, 소란 피우 지않는정도. 그런데늦은밤에관사한가운 데있는정자에서고성으로싸 우기에무슨일인지의아했다. ‘다른 아파트 사람이 여기 와 서 싸우나? 군 자녀들끼리 싸 우는건가?’ 마침어둡기도했 고나무에가려싸우는이들에 겐 내가 보이지 않는 듯했다.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걸으며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한 명이 소 리를 지르고, 한 명은 타이르 는 중이다. 잘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꽤나 가까운 사람 간 의대화다. ‘니가, 씨X, 쓰레기’와 같은 말 들이 오갔다. 동기들끼리 싸 우는건가?성인두남자가서 로 반말을 하고 있고 꽤 가까 운 관계인 것으로 미뤄 동기 들끼리싸움으로추측되었다. ‘동기끼리무슨원수를졌길래 아파트한복판에서저럴까’생 각하며발걸음을옮기는데이 어지는말. "하지 말라고 했는데 아빠 니 가씨x,또그런거잖아." 응?아빠?귀를의심했다.저게 아들과아빠의대화라니.흥분 해서욕설을퍼붓는이는아들 이었고,화를억누르며타이르 는 사람은 아빠였던 것이다. 아이가고등학생쯤되나보다. 성인몸집이라아빠와아들이 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아무 리부모의권위와존중이예전 같지않다고하더라도,어떻게 아들이아빠에게욕설과저주 를퍼붓는단말인가.관사에서 일어나고있는일이라더남일 같지않았다. ‘어쩌다 저 상황이 되었을까’ 처음부터저렇진않았을것이 다. 저 아들도 내 아이들과 같 은 서너 살 시절이 있었을 텐 데. 웃고 떠들고 장난치고 깔 깔거렸을 텐데. 언제부터 잘 못되었던 걸까. 어떤 조짐과 시작, 심화의 과정이 있었길 래 저렇게까지 된 것인지 안 타까웠다. ‘저 아빠의 심정은 어떨까’ 자 신에게 쌍욕을 퍼붓는 아들 부모에게 욕하는 아들을 보며 헝클어진실타래,꼬이는시점은어디일까 by 밀코치 을 앞에 둔 아빠의 가슴과 내 면을감히상상하고싶지않았 다. 화가 나지만 화를 내면 상 황은 더 악화될 것이기에, 감 정을 꾹꾹 누르고 있음이 아 빠의 어조에서 배어 나왔다. 가족사이에깊게새겨진골과 그로인한고통이애처로웠다. 만약아들이나중에커서나에 게저런다면어떨지상상만으 로도절망감이몰려왔다.열심 히 노력하고, 애정을 갖고 자 녀와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 하는데 어느 순간 나에게 소 리지르고욕하는아들을본다 면 내가 참을 수 있을까, 그렇 다고강하게나간다면되돌아 올 수 없는 길을 가버리는 것 은아닐지우려스러웠다.케빈 (둘째의 별칭)은 현관문을 열 고들어서는날반기며안아줄 텐데별생각을다하고있다. 며칠 전 소리 없이 사라진 가 족들을 다룬 ‘증발한 사람들’ 이라는 기사를 본 적 있다. 모 든관계를단절하고혼자만의 세계로빠져든사람들에관한 이야기였다. 대부분 노숙하거 나 일용직을 전전하며 혼자 살아갔다. 이유는 다양했지만 가족들과의관계단절로현실 을회피했다는공통점이있었 다. 그중, 20대인 자녀가 부모 의기대감을충족하지못했다 는좌절감과부끄러움에어둠 속으로증발해버린경우도있 었다. 기사를보고아이들에게부담 감을주거나마음에짐을안겨 주지않아야겠다는생각을하 며, 아파트 정자의 싸움이 떠 올랐다. 그 아들은 어떻게 지 내고있을까,관계를회복했을 까아니면여전히그대로일까, 어쩌면더심해졌을까. 아이가커가면서사춘기자녀 들에대한고민을털어놓던선 배들의이야기가멀게느껴지 지 않는다. 장교의 자녀들이 올바르게 성장하지 못한 경 우도 많다고 들었다. 학교를 자주 옮겨 다녀 적응이 어려 운 경우도 있고, 부모의 기대 에 못 미쳐 부모와 자녀 모두 스트레스를받는경우도있다 들었다. 예전엔아빠의근무지에따라 가족이같이옮겨다니는경우 가많았다.초등학교6개,중학 교3개다닌군자녀들도꽤있 다. 요즘은 자녀가 중학교 다 닐 때까지 같이 다니는 경우 는 많지 않다. 나 또한 학교를 자주옮겨다니는것은최소화 하려고생각중이다. 전학으로인한부적응을최소 화한다면,자녀들과부모의관 계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 는 과한 기대감과 그로 인한 실망감일테다.아이들을있는 그대로존중해주고,만족감을 위한방편으로생각지않으려 한다. 아이들이 잘하는 것을 보면 기특하고 신이 난다. 잘하지 못하면답답하고안타깝다.또 래아이들보다잘하거나빠르 면뿌듯하고,뒤처지면조바심 도 생긴다. 이런 심리를 이용 해 각종 학원과 조기교육이 성행하는것이리라. 아이들이커가며나도모르게 기대감이모락모락피어나고, 교육에관한심적동요가심화 되고있음을감지한다.아이들 을 각자의 인격을 있는 그대 로 존중해 주고, 괜한 기대에 실망을 얹어 부담을 지우지 말아야겠다.지나간시간은되 돌릴수없기에. 헝클어져풀수없는실타래가되지않도록, 실한올한올을차분하게정돈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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