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55 광고문의 0422 258 092, 0432 008 985 visionweekly01@gmail.com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학부모총회에참석해서연락 처를내고나면자연스럽게단 톡방이 만들어지고 엄마들은 단톡방으로초대를받는다.거 기에는 불편하면서도 점잔을 빼는대화들이종종이어진다. 주로카톡에서이뤄지는대화 의 형태는 이런 식이다. 반대 표 엄마가 카톡으로 뭔가 새 로운공지사항을보낸다.그러 면 엄마들은 "수고 많으세요" "너무 감사합니다. " "항상 감 사드립니다" 이런 답을 보내 게 된다. 이때 조심해야 할 것 이 뭔가 너무 튀어서도 안 되 고그렇다고너무소극적이어 서도안된다. 평일 저녁에 카톡 알람이 울 렸다. 특별할 것 없는 시간이 었다.새로운공지사항이왔나 싶어서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예상치 못한 카톡 문자에 당 황했다. 카톡 메시지는 이런 것이었다. "서연이 엄마입니다. 성욱이 때문에 카톡을 보냅니다. 성 욱이가 1학기에도 저희 딸을 몇 번 괴롭혔는데 며칠 전에 또저희아이를꼬집었습니다. 성욱이의폭력적인성향을치 료해 주세요. 지금 잡지 않으 면심각해질수있습니다." 서연이엄마는내성적인엄마 였다. 엄마 모임에 올 때 직접 만든레이스달린머리띠를하 고 있었던 게 기억이 났다. 서 연이라는아이도엄마를닮아 서팔다리가길쭉하고날씬한 아이였다.엄마모임에서항상 조용히듣고있다가돌연어떤 화제에서는갑자기열을내며 이야기를하던모습도생각났 다.의외로주관이확실하다는 느낌이있었는데내느낌이일 부분맞았나싶기도했다. 문자내용은따지고들면크게 문제가 될 내용은 아니었다. 남학생의괴롭힘을참던엄마 가폭발해서순간적으로보낼 수도 있는 문자였다. 그런데 문제는그문자가상대방엄마 를지정해서보낸문자가아니 라는것이었다.그카톡방에는 32명이 들어와 있었다. 그 메 시지를마지막으로카톡의대 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 다.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성 욱이 엄마가 답을 보낼지 주 시했다.시간이흐르면서그럴 가능성은보이지않았다.카톡 방에는팽팽한긴장감이흘렀 고아무도다음대화를이어가 지않았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말썽 꾸러기들이 하나 둘 나타난 다. 그런데 그 아이들의 악행 (?)을 들어보면 딸아이 엄마 입장에서화가치밀지만사실 얼굴을마주하면다들아직아 기같은애들이대부분이었다. 나는 큰 애를 키워 보고 이제 둘째를학교에보낸입장이라 조금여유가생겨서말썽꾸러 기들한테다소관대한편이었 다. 그 아이의 엄마들이 말 못 할마음고생을하고있으려니 해서안쓰러운마음도있었다. 엄마들 단톡방의 처참한 결말 엄마카톡방과명예훼손 by 느리게걷기 우리반에는그런말썽꾸러기 가 두 명 있었다. 그 아이들은 성욱이와 세진이라는 아이였 다. 그런데 세진이 엄마는 열 심히 엄마들을 달래고 비위 를 맞추는 쪽이었다. 그 엄마 는정원이있는강남의식당에 서 아이 생일 파티를 열었다. 반아이들을초대해서정원에 서놀게하고엄마들도초대했 다. 그 식당이 꽤 고급스러운 곳이어서비용이만만치않았 을 것이다. 그런 노력 덕분인 지세진이에대해서불만이많 았던엄마들도일부우호적으 로입장이돌아섰다. 그에 반해 성욱이 엄마는 엄 마모임에얼굴을비추지않았 다.학부모총회에는참석했는 데 그 후로는 얼굴 보기가 힘 들었다. 엄마들모임에,그것도초등1 학년엄마모임에얼굴을비추 지 않는 엄마는 쉽게 구설수 에 오른다. 특히나 성욱이처 럼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의 경우에는더욱그렇다.엄마들 은아이가저렇게말썽을피우 는데어떻게엄마가모임에나 오지도않는건지이해가가지 않는다고들했다.이렇게엄마 가관심이없고아이가가정에 서방치되어있으니행실이점 점더나빠진다는것이었다. 그래서유독엄마들모임에서 성욱이의이름은쉽게오르내 렸다. 한 엄마가 성욱이한테 당한 일을 얘기하면 다른 엄 마들도 너도 나도 겪은 일이 나생각을말하고성토하는식 이었다. 그러다 보면 집단 최 면같은상태가오는데그것은 그아이가정말엄청나게나쁘 고 질이 안 좋은 아이로 엄마 들사이에서낙인찍히게된다 는것이다. 어쨌든성욱이엄마가존재감 이없었고엄마모임에서철저 하게 무시당했기 때문일까? 서연 엄마는 공개 문자 혹은 저격문자를단톡방에서용감 하게보냈다.공개적으로그런 문자를보낸것은아무리좋게 이해를하더라도심하기는했 다. 그문자를받고며칠이지 났을 때 상황은 새로운 국면 을 맞았다. 바로 성욱이 엄마 가 서연 엄마를 고소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명예훼손으로 말이다. 성욱 엄마는 서연 엄 마가본인에게만카톡을보내 거나연락을해서이야기를할 수있었는데도불구하고 모든 반엄마가보는공간에서그런 카톡메시지를보낸것에대해 서분명한명예훼손이라는입 장이었다. 그런데아이러니한상황은바 로양쪽부모들이경찰서에출 동을 하고 나서 발생했다. 양 쪽 부모들이 다 모이고 보니 성욱엄마와서연아빠는아는 사이였다. 그것도 둘은 같은 회사에다니고있었고더군다 나 근무하는 층도 같았다. 성 욱엄마는회사에서도직급이 꽤높았고서연아빠의직급은 낮았던모양이다.그자리에서 가장 당황한 사람은 서연 아 빠였다고 한다. 같은 팀은 아 니지만 거의 매일 얼굴을 보 며 지내던 사이인데 아이 문 제로얽힌것도민망하고거기 다가본인보다직급이높은사 람에게고소를당했으니얼마 나 놀랐을까? 사실 직장에서 이런일이생긴다면아무래도 직급이낮은사람이심정적으 로 더 불편한 것이 현실이다. 거기다가혹시성욱엄마가인 사권이라도행사할수있는지 휘에있는사람이라면서연아 빠는아마눈앞이캄캄해졌을 것이다. 어떻게 얘기가 진행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양쪽은 어찌어 찌 합의를 했다. 그리고 상황 은 마무리되었다. 우리는 다 음날그단톡방에서빠져나오 라는반대표의지시를받았다. 우리는한명씩한명씩그단 톡방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단톡방은사라졌다. 지금 생각하면 비극적이면서 도 동시에 희극적인 상황이 었다는 생각이 든다. 열을 받 아서공개적으로카톡을보낸 엄마의충동적인흥분도이해 가 가고, 공개적으로 아이 이 름이 거론된 데 대해서 충격 을 받았을 성욱이 엄마의 고 소 카드도 이해가 간다. 아이 와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 엄 마들은 이성적이거나 합리적 이기가힘들다.엄마들은아이 와관련해서종종지나치게민 감하고예민한사람이되기도 하고 평소와 전혀 다른 모습 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초 등학교에아이를입학시킬때 쯤엄마들에게아이는온세상 과 같다. 아이에 관한 한 판단 력은약해지고때로는비상식 적인 행동도 하게 된다. 하지 만 메시지 중간중간 나오는 ' 폭력'이라거나 '치료'라는 단 어는 쉽게 넘어가지지 않는 단어였다. 막상 자신의 아이 에게 그런 꼬리표가 붙게 되 면 그 엄마도 이성을 잃게 되 는것은당연한이치다. 결국성욱이는이사를갔다. 엄마가된다고해서바로어른 이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아이를키우면서때로는아이 처럼울고아이처럼싸우고그 리고아이처럼유치해진다.그 런홍역같은시간을거치면서 조금차분해지고다른아이들 을이해하기도하고다른엄마 들을이해하기도한다.그렇게 아이를키우면서다시한번어 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행 복한시간과힘든시간을동시 에경험한다. 성욱이와 서연이, 그리고 그 두 아이의 엄마들이 받았을 상처가 지금쯤은 다 치유가 되었을까? 시간만큼좋은약이없으니그 상처는이제다아물어서흔적 도없어졌을거라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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