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55 광고문의 0422 258 092, 0432 008 985 visionweekly01@gmail.com 작년3~4월즈음전세계에코 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뉴스를 통해, 인터넷을 통해 종종 들려오는 기분 나쁜 소 식이 하나 있었다. 아직도 기 억에 남는 뉴스 제목은 '미국 에서동양인이라는이유로길 거리에서폭행당한한국인'이 었고, 동영상 제목은 '호주 마 트에서 당한 코로나 인종차 별'이다. 그런 소식들은 지난 시절에당했던인종차별이떠 올랐다.사실1년의첫번째워 킹홀리데이비자만료후세컨 드워킹홀리데이비자를쓰러 다시호주로돌아가려고마음 먹었을때가장마음에걸렸던 것은인종차별이었다.특히호 주에서도 인종차별이 심하기 로 유명한 곳인 서쪽 도시 퍼 스(Perth)에서 지내서였는지 는모르겠지만돌이켜보면크 고작게당했던인종차별때문 에무서웠고불안했던적은셀 수없다. 인종차별중정말어이없고억 울한 일을 꼽으라면 잊을 수 없는날이있다. 2018년11월, 토요일 저녁 9시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레스토랑에서 늦게 까지일을하고퇴근하는길에 친한동생S를만나함께버스 정류장으로걸어가고있었다. 내가일하는가게가있는동네 는여러레스토랑과술집이몰 려있는곳이라특히주말이면 젊은사람들로북적거렸다. 때마침 4m정도 떨어져 있는 맞은편 횡단보도의 신호등은 초록불로 바뀌었고 많은 사 람들이건너편에서쏟아져나 왔다. 그때 수많은 인파 속에 서 어떤 여자(호주 원주민 '에 보리진'으로 보이는)와 동생 S가 살짝 부딪혔고, S는 바로 미안하다고말했다.그여자도 괜찮다며 쿨하게 웃어줬다. 3 초 정도 지났을까. 그때 내 바 로 옆에서 '퍽!!!' 소리가 들렸 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곧이어 또다시 '퍽!!!!!!!' 소리 가 들렸다. 그 소리는 바로 S 의뒤통수를누군가가손바닥 으로강하게내리치는소리였 다. 그 손의 주인공은 조금 전 S와 살부딪혔던 그 여자(A)와 그녀의 친구(B)였다. 그 순간 너무당황스러웠다.그리고그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머 릿속으로수만가지의생각을 했다. '지금 바로 싸워야 하는 건가? 아니면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까? 아 아니지... 여기 는 무조건 백인 편 아니면 못 해도자국민편만들어준댔는 데.. 그럼 어떡하지? S가 많이 놀랐을텐데...' 나보다더당황한표정으로눈 물을 글썽이고 있는S와 그녀 들을번갈아가며쳐다봤다.그 런데 뜬금없이A가 나를 와락 껴안으며 잔뜩 꼬인 혀로 "미 안해~내가좀취했어.미안해 정말~오늘토요일밤이잖아? 이해해줄 거지? 미안해."라고 말하는것아닌가. 그행동에너무너무화가났지 만그래도사과하는그녀를보 니 더 크게 일을 만들지 말고 호주에서 겪은 인종차별 인종차별의완전한피해자는있을까(feat.뒤통수맞은썰) by 기록하는슬기 빨리이자리를피해야겠다는 생각부터들었다.그리고나는 그녀에게말했다. "응알겠어.근데너나한테사 과할 게 아니라 내 친구한테 해야지." 곧바로 A는 S를 와락 껴안으 며 나에게 했던 것 그 이상으 로 "sorry~~~"를 연발해가며 S에게사과를했다.그리고그 녀의 친구 B 또한 1m떨어진 곳에서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보냈다. 딱봐도그들의눈동자는이미 술이든약이든뭔가에취해있 는 것 같았다. 이쯤에서 마무 리를 하고 가는 게 좋을 거라 고생각한S와나는억지로그 녀들과웃으며헤어졌다. 그리고바로앞에있는횡단보 도 앞에 섰고, 신호를 기다리 고 있었다. 그런데.. 또 "퍽!!!" 소리가 났다. 동시에 내 뒤통 수가아파왔다.이번에는A도, B도아닌그저옆에서바라만 보고있던그녀들의친구C가 내뒤통수를치고깔깔거리며 도망가고 있었다. 그 순간 그 전부터꾹꾹참아오던인내심 은사라져버렸고,나는3m가 량떨어진곳에서우리를보고 웃고있는그녀들을향해단전 에서 끓어 나오는 한국 욕을 뱉어냈다. 어떤 외국어일지라도 하나도 공부를하지않아도알아들을 수있는말이있다.바로'욕'이 그렇다. 내가 그들을 향해 한 한국 욕을 듣고 A가(그 무리 중에 행동대장으로 보인다.) 내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 순간나는속으로생각했다. '아... 이건 전쟁이다. 3:2... 쪽 수로도밀리고딱봐도등치로 도 밀린다. 게다가 쟤네는 여 기 나라 사람. 하나 더하면 저 들은현재제정신이아니다.' 내모든오장육부들은쪼그라 들고있었지만겉으로는씩씩 거리며 다가오는 그녀의 두 눈을 끝까지 쳐다봤다. '에라 이. 이렇게 된 이상 맞더라도 S가 맞은 뒤통수 두 대, 내가 맞은 뒤통수 한 대는 꼭 갚아 주리라.' A의술냄새가느껴질만큼바 로 코 앞에 도착했다. A는 주 저하지 않고 바로 자신의 오 른손을 들어 올렸다. 본능적 으로나는A의손을내왼손으 로 막았고, 그녀는 내게 알아 듣지 못할 영어(욕)를 내뱉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내 뒤에서 누군가 쑥나타나더니그녀와나사이 를 가로막았다. 190cm 가까 이 되어 보이는 장신의 한 백 인 남자였다. 그는 아무런 말 도하지않았는데A와그친구 들은갑자기도망가기시작했 다. 그녀들이 사라진 것을 확 인하고그백인남자는우리에 게한마디를했다. "너네괜찮아?" "어? 어... 우린 괜찮아. 고마 워." 그는우리의상태를확인하고 는쿨하게제갈길을갔다. 우리도일단서둘러그자리를 떠났다.그제야긴장이풀렸는 지S는눈물이터졌고,이렇게 말했다. "아, 진짜 너무 억울해. 언니. 여기는 신고를 해도 경찰도 다 동양인 편 안 들어준다며. 만약에 그 백인 남자 안 왔으 면 걔가 언니한테 또 어떻게 했겠어. 너무 억울한데 우리 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더화나." 그런S에게나는해줄수있는 말이없었다.나도그때까지도 놀란 가슴을 억지로 부어 잡 고있었지만S를겨우겨우달 래줬다. "그래도 여기서 끝난 게 다행 이야. 갑자기 그 백인 남자가 와서 다행이기도 하고. 아니 었으면 정말 큰일 됐을 수도 있고. 뭐... 억울하지만 어쩌겠 어. 우리가 남에 나라에 살고 있고, 동양인이고... 뭐 그러니 까할수있는일이없잖아.찾 아가서 복수를 할 수도 없고. 이쯤에서 끝난 걸 다행히 생 각하자." 나는아직도그날을잊지못한 다.길을지나가다가뒤통수를 얻어맞은경험이처음이라잊 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 보다 그때 느낀 억울함을 당 연하게받아들여야한다는그 상황이잊히지않았다. 짧지않은시간동안타지에서 이방인으로살아가며알게모 르게 눈치 봐야 했고, 주눅 들 어야 했던 적은 많았다. 그런 데 이렇게 눈에 띄는 사건을 겪어보니 그동안 내가 얼마 나 나 스스로도 차별받는 것 을당연하게받아들이고있었 다는것을새삼느끼게됐다. 그리고 백인이 나타나자마자 도망가는그여자아이들(에보 리진)은 어쩌면 나보다도 더 인종에 대한 차별에 대해 더 억눌려있고 젖어있는 상태인 것같았다. 지나가는 동양인에게는 시비 를 걸고, 심지어 폭력까지 행 사하면서 백인이 나타나자마 자 갑자기 도망가는 그 모습 이 지금은 조금 안스럽게도 느껴진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들도엄연한피해자인것은 맞으니까. (하지만 그때 맞은 뒤통수의고통과모욕은잊지 못한다.얼마나세게때렸으면 S는뒤통수에커다란혹이생 겼었다.) 2년이더지난지금도뒤통수 를 때리고 도망갔던 그 친구 들을 떠올리면 화부터 나지 만,도망가는뒷모습에서그동 안 나의 모습도 어렴풋이 보 인다.당연하게당했던차별과 그리고무의식속에나도누군 가를향해했던차별이. 그리고생각해본다. 우리는 어쩌면 모두 차별의 피해자임과 동시에 가해자이 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는 무 의식 중에 '인종'이라는 무의 미한 단어와 '차별'이라는 무 가치한 단어 속에 속아 살고 있는건아닌건지.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NTUxN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