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12 ivisionmagazine.com FRI, 19th MAR 916 ⓒ본광고이미지는비전매거진이제작하였습니다. 우리집냉장고에는A4종이 두장이붙어있다. 두장모두에는똑같이가로 10칸,세로30줄정도되는 표가꽉차게들어가있다. 가로에는해야할일이 칸마다하나씩적혀있고, 세로에는날짜가적혀있다. 이것은일일체크리스트다. 하나는아이것,나머지 하나는내것이다. 지난 한 해 아이는 코로나로 학교에 거의 가지 못했다. 온 라인 학습이 이루어지긴 했 지만 배워야 할 것들을 제대 로익히기에는부족한점이많 았다. 아이는 학교에 가지 못 하는기간이길어질수록점차 게을러졌다.나는조바심이났 다. 아무리 1학년이라고 하더 라도아이를마냥지켜보고만 있을수는없었다. 2년전네이버오디오클립‘작 가의 본심’ 강연에서 들은 장 강명작가의이야기가생각났 다. 작가는 전업 작가가 된 이 후부터기상시간,글쓴양,작 업 시간, 운동 여부 등을 매일 엑셀파일에기록하여자기관 리를 한다고 했다. 영향력 있 는 좋은 책을 꾸준히 내는 데 는이유가있었다. 코로나시대학교에가지못하 고 집에서 빈둥대는 초1에게 이것이필요했다.나는구체적 으로 세분화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보았다.그리고그것을 하루에도수십번씩문을열었 다 닫았다 하는 냉장고 위에 붙여 놓았다. 하루 일과를 기 록하며관리하기시작했다.아 이가 해야 할 일들은 나의 교 육관과아이의견을반영하여 정하였다. 아이를자라게 하는말들 by나의대화나의노래 -아이:동시필사하고한줄생 각 쓰기, 짧은 글쓰기, 책 읽 기(20분, 30분), 짧은 독서 록 쓰기, 동화책 2쪽 필사하 기, 글 쓴 것 발표하기, 수학 2장풀기,영어독서프로그램 하기, 운동하기, 음악 듣기, 오늘의질문쓰기 -나: 시 필사하기, 짧은 일기 쓰기,책읽고마음에남는문 장쓰기,영어명문장따라쓰 기, 3km이상걷기, 음악듣 기,아이독서록에댓글달아 주기,아이책읽어주기,자기 전에핸드폰하지않기 처음에는어느것하나포기할 수 없어 이것들을 모두 매일 하기로 마음먹었다. 막상 해 보니 쉽지 않았다. 하루가 정 말 빠듯했다. 그동안 놀고 싶 으면본인이원하는만큼마음 껏놀며자유로운생활을했던 아이는바뀐생활패턴을버거 워하기도 했다. ‘이럴 거면 나 는2학년이되고싶지않다’라 는 말도 했다. 나는 아이를 달 래가며, 응원해가며, 아이의 꿈을상기시켜가며동기부여 를 했다. 그리고 아이 옆에서 엄마도똑같이하는모습을보 였다. 아이는 어떤 설득과 회 유의말보다엄마의행동을보 고수긍하는듯했다. 아이만시켰다면나는아이를 들들 볶았을 것이다. 아이를 쫓아다니며했는지안했는지, 언제할건지,왜아직안했는 지 계속 물었을 것이다. 그런 데나도같이해보니규칙적으 로일정한과제를매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너 무 잘 알 수 있었다. 시키기만 할 때랑 나도 같이할 때는 확 연히 달랐다. 잔소리를 덜 하 게되었다. 우리는처음세웠던계획을조 금씩 수정해 나갔다. 하루도 빠짐없이매일하자는계획을 주말에는쉬는것으로바꾸었 다.할일중에서그날하기싫 은 것 1~2개를 골라 안 할 수 있는 면제 쿠폰을 만들어 썼 다. 못한 것들은 주말에 보충 할 수 있다는 규칙도 추가했 다. 그렇게 아이와 나는 이렇 게저렇게조율하며해나갔다. 지금도냉장고에붙여져있는 체크리스트를보면아이것도 내 것도 빈칸이 뻥뻥 뚫려 있 다.해야할일을하지않은아 이에게 뭐라 할 수 없었다. 잔 소리를하려면일단내체크리 스트에동그라미가채워져있 어야 했다. 나도 하지 않으면 서아이에게하라고강요할수 없었다.아이에게시키기위해 서는내가먼저해야했다. 체크리스트를첫달해봤더니 하나씩 동그라미를 채워나갈 때마다작은즐거움과뿌듯함 이 있었다. 해야 할 일에 대한 책임감도 생기면서 느슨했던 우리의하루는꽤촘촘해졌다. 하지만그러면서도뭔가허전 하고빠져있는느낌이들었다. 나는아이를바라보며곰곰이 생각해보았다.그리고그다음 달 체크리스트부터 ‘아이에게 감사, 칭찬의 말 해주기’ 항목 을넣었다. 하루에 한 번은 꼭 사소한 것 이라도아이를칭찬하거나아 이존재에대해사랑과감사의 표현을 했다. 예를 들면 ‘도현 아. 어떻게이런문장을썼어? 이런건6학년형들도못할것 같은데’, ‘엄마는 도현이가 자 랑스러워’, ‘엄마 아들로 태어 나줘서 고마워’ 같은 말들이 었다. 아이가커가면서잔소리가많 아지는 내가 싫었다. 어떤 날 은 아이에게 따뜻한 말 한마 디 없이 ‘이거 했어? 저거 했 어?’ 확인하고 재촉하다 끝나 기도 했다. 그런 하루를 보내 고침대에누우면그날하루가 아깝고허무했다.그런하루는 만들고싶지않았다. 아이를 낳아 키우고, 15년 넘 게학교에서아이들을가르쳐 보니아이를자라게하는것은 긍정적인말들이었다. 어쩌면 교육은 따뜻한 말이 전부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이 들었다. 너무 바빠 하루종 일 아이에게 전혀 신경을 쓰 지 못한 날이라도 하루가 끝 나기전에말한마디따뜻하게 건네면그하루가괜찮아졌다. 아이또한엄마의말한마디를 받으면그날의행복을다가진 듯한표정으로고맙다고사랑 한다고말하며기분좋게잠이 들곤했다. 오늘도아이와나는체크리스 트에동그라미를채우기위해 분주하다. 우리는이렇게각자의꿈과목 표를갖고하루하루나아간다. 오늘도 정말 수고 많았다고, 네가있어행복한하루였다고 말하면서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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