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48 ivisionmagazine.com FRI, 23th APR 920 늦은 오후, 남편이 출출하다 며 뭘 좀 먹자고 했다. 냉동실 에있는만두를떠올리고있는 데 남편이 “만두 콜?”을 외쳤 다.둘이통했다고깔깔거리며 좋아했다.평화로운오후였다. 별생각없이남편에게만두를 구워달라고 부탁했다. 코로나 로집에갇힌지두달이넘어 가는 동안 나는 아기 밥과 어 른 밥을 삼시세끼 해대느라 적잖게스트레스를받고있었 다. 만두 정도는 내 손을 거치 지 않고 먹고 싶었다. 요리를 못하는남편이어도그정도는 할수있으니까. 그런데남편의입에서예상치 못한말이튀어나왔다. “만두? 에어프라이어에 돌리 기만하면되잖아.” 에어프라이어에 돌리기만 하 면 되니 본인이 만두를 굽겠 다는 의도로 한 말이길 바랐 다. 하지만 남편의 얼굴을 보 니 그런 말이 아니었다. 에어 프라이어에돌리기만하면되 는 만두, 왜 나에게 부탁하냐 는거였다. 기분이나빠지려했지만혹시 장난인가싶어한번더부탁을 했다. 약간의 웃음과 애교도 섞어보았다. “에이, 남편이 구워주는 만두 먹고 싶어서 그래. 나는 아침 에도밥했잖아.” 그날아침,나는소고기무국을 끓이고두부를구워상을차렸 다. 전날에는 불고기를, 그 전 날에는 수제비를, 또 그 전날 에는김치찌개를끓여대던내 가 간만에 한 부탁이었다. 아 침에도내가밥을해줬다는말 까지덧붙인건남편이상황판 단을제대로하길바랐기때문 이다. 돌아서면 밥을 하는 요 즘이너무힘들다고몇번이나 말했으니그쯤말하면남편이 일어날거라고생각했다.그런 데 TV를 보던 남편이 갑자기 책을집어들며말했다. 부부싸움의세계 by꼼지 “아, 나는그냥책이나봐야겠 다.” 만두는 날아갔다. 나는 내 말 을무시하고꼼짝않는남편에 게만두를구워다바칠정도로 헌신적인아내가아니다.나는 그의엄마도아니고,밥해주려 고 결혼한 사람도 아니다. 나 는 그와 똑같이 일을 하는 워 킹맘이다.나에게만두구워오 기를시키려면저것보다는예 쁘게 말했어야 한다. 별것도 아닌걸왜나에게시키냐는식 으로말해서는안된다. 싸늘한눈으로그를쳐다봤지 만남편은내게눈길조차주지 않은 채 계속 책장을 넘겼다. 그모습을보고있자니그동안 남편과싸우기싫어서참아왔 던 모든 것들이 속에서 화가 되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먹 지도못한만두가쏘아올린작 은공은대형부부싸움으로번 지고말았다.참고,참고,또참 았던것들이고작만두하나로 터진것이다. 남편은나의부탁을흔쾌히들 어주는 적이 없다. 가장 긍정 적인 대답은 "이따 봐서." 이 고 "꼭 내가 해야 해?"라든가 "그걸 꼭 그렇게 해야해?" 라 는말을즐겨쓴다. 본인이기분이안좋거나컨디 션이별로이면"어쩌라고."하 며어깃장을지르기도하는데 그럴때는정말이혼절차를자 세히알아보고싶은충동이턱 밑까지차오른다. 남편은말을예쁘게하지않는 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지 고 올 사람이 있다면 그게 바 로남편이다. 만두 사건때도 그렇다. "에어 프라이어에돌리기만하면되 잖아."라고뻗대지않고"미안 한데자기가구워주면안돼?" 라고만 말했어도 부부싸움까 지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부가 살다보면 양말 벗는 것, 치약 짜는 것 하나 때문에 도 싸운다고 하지만 그건 양 말과 치약의 문제가 아니다. 잘못한 사람이 말을 조금만 예쁘게 해도 그 부부는 싸우 지않을수있다. 결정적으로 남편은 나의 마 음이나 컨디션을 배려하 지 않는다. 두 달내내 하 루에 두세 번씩 가스렌 지 앞에 서는 아내를 보 았다면, 그리고 그 아내 의손에서만들어진밥을 얻어먹었다면안쓰럽고고 마워서라도저딴소리를하면 안된다.매일밥하느라고생했 으니만두는본인이굽겠다고 말할 수 있어야한다. 그게 가 족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이 며철든사람이할줄아는배 려이다. 남편에게 이 모든 말들을 쏟 아 놓았다. 나를 이렇게 배려 하지 않는 사람과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으며, 이렇게는 더 이상 못 살겠다는 말도 덧 붙였다. 남편은 본인이 뭘 그 렇게 잘못했는지 억울하다며 항변했다. 뭘 잘못했는지 모 르는 사람과 더 이상 이야기 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깨달 을때까지기다릴참이었다. 긴 냉전이 시작됐다. 서로 말 도 하지 않고, 밥도 같이 먹지 않았다. 그와 뭔가를 함께 하 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지쳐 있었다. 며칠이지나자남편이메세지 를보냈다.미안해,내가잘할 게. 싸울 때마다 남편은 늘 저 한 마디 뿐이다. 불편하게 보 내는 시간이 싫어서 고작 저 한 마디로 남편을 용서한 적 도 많았지만 이제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내가 대 꾸를 하든 안 하든 남편은 매 일 똑같은 메세지를 보냈다. 미안해,내가잘할게. 남편의사과는내마음에아무 런 영향도 주지 못 했다. 오히 려 남편과 함께 하지 않는 시 간이 편했다. 남편과 말을 섞 으며상처받고사느니이렇게 평생살아도괜찮겠다는생각 까지 들었다. 냉전의 시간이 괴롭지않았으므로나는딸을 돌보고,집안일을하면서나쁘 지않은나날을보냈다. 일주일이 지났을까. 남편에게 서 조금 다른 메세지가 왔다. 앞으로너한테많이고마워하 고, 뭐든지 너를 먼저 배려할 게.마음아프게해서미안해. 영원히남편을투명인간취급 하면서살아도괜찮을거라생 각했는데 저 메세지 한 통에 눈물이 흘렀다. 고마워하겠다 는 한 마디,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는한마디에얼어붙 은 마음이 녹아내렸다.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었는데. 저 말 한 마디 듣기까지 너무 오 랜시간이걸렸다. 만두대첩은 그렇게 끝이 났 다. 일주일이나 모른 척 하고 지내던우리는함께드라마를 보며궁시렁거리는이전의날 들로돌아갔다.남편이정말로 노력을 하고 있느냐? 긴 싸움 을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았으 므로 요 며칠은 바짝 잘 하려 고 한다. 내가 청소기를 집어 들면 "내가 할게."라며 일어 서고, 아기에게 토스트를 만 들어먹여야한다고했더니본 인이굽겠다고말하기도했다. 얼마나갈지는모르겠다만변 하려고노력하는남편을지켜 보면서귀엽기도하고,고맙기 도하다. 만두를누가굽느냐의문제로 이렇게까지 싸웠다는 이야기 는창피해서차마누구한테할 수도없다.하지만부부싸움의 세계는 대부분 이런 것 같다. 바람을 피우고, 도박을 하고, 보증을서고돌아오는무시무 시한문제를일으키지않더라 도 함께 살아가는 두 사람이 부딪힐 일은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부부의세계란묘한것 이어서 다 큰 어른 둘이, 그것 도서로사랑해서결혼했다는 둘이사소하고찌질하고구차 한것들로싸우면서도어찌저 찌매일을함께꾸려간다. 너무 잘 맞아서 한번도 싸우 지 않았다든가, 한쪽이 다 받 아줘서싸우지않는천생연분 들도분명어딘가에는있을것 이다. 나는 이번 생에 그런 행 운에당첨되지못했으므로남 편과열심히싸우고열심히화 해하며살아야한다.만두대첩 의 효과가 끝나고 나면 남편 이 또 내게 "어쩌라고."를 시 전하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그 때가 되면 또 치열하게 싸 워야겠지.그래도그렇게싸우 고화해하는시간을거치며조 금더서로를배려할줄아는, 그래서먼훗날에는저사람과 함께한시간이행복했다고되 돌아보게되는그런부부가되 었으면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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