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55 광고문의 0422 258 092, 0432 008 985 visionweekly01@gmail.com 상처받지않고어른이되는방법 가슴에와서떠나지않는말 by젼정 친정에 가면 아빠는 거의 99 퍼센트의 확률로 취해 있다. 그모습이보기싫어서가까운 거리에 살면서도 나는, 일부 러 친정에 가지 않는 날도 많 았다.그날도그랬던것같다. '오래간만에들려서저녁이나 먹고빨리집에와야지.' 그날은내가치킨을주문했고, 아이는그날따라좀정신없이 굴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 켜보던아빠는아이에게갑자 기 언성을 높였고, 아이는 놀 란 얼굴로 눈물을 쏟았다. 어 디를가든지귀여움을받다가 할아버지에게 매섭게 혼났으 니 눈물이 날만도 했다. 이상 한 건 내 기분이었다. 아이가 울고있는모습을바라보고있 노라니내눈시울이붉어졌다. 엄마 말에 의하면 나는 어린 시절부터순해서손이많이사 지 않는 아이였다고 한다. 순 하다. 그게 내 타고난 기질이 었는지, 환경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건지는 정확히 알수없다.나는어릴때자주 울었다.아빠가조금만언성을 높여도나는가슴이두근거렸 다. 내 잘못이 아닌 것 같아도 따져물을생각조차하지않았 다. 대체로 가만히 아빠의 말 을 듣고 있었고, 소리 내지 않 고울었다. 왜일까.아이의모습에서어린 시절의내가보였다.단칸방이 날아갈정도의큰목소리로우 리를 혼냈던, 아빠의 모습이 순간 떠올랐다. 나는 그 순간 이무서웠다.뭐가잘못인지는 몰라도지금이순간이잘못되 었다는사실만은선명히기억 되는그런시간이었다.울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그 누구 도 나를 그렇게 혼내는 사람 은 없었다. 아빠는 그때보다 많이늙었다.중년에서노년으 로가는급행열차를탄사람처 럼, 아빠는 어느새 노인이 되 어있었다. 술에취해혀가반쯤꼬부라진 아빠가말했다. “그냥둬.울면서자신이왜우 는지스스로생각할거야.” 나는엄마가준휴지로눈물을 훔쳤다.아이가누군가로인해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웠다. 내 가 상처 받는 순간이 아팠기 때문이다. 아빠가 굳이 아이 를 혼냈어야 했나 밉기도 했 다. 아이가 충분히 혼날 만한 상황이라는사실을알면서도, 내아이니까그저감싸주기를 바랐다. '누가누굴 인터뷰'에서 악동 뮤지션 이수현이 나와 아이 들과의 인터뷰 중에 이렇게 말했다. "너네들은 힘든 일이 하나도 없었으면 좋겠다. 없을 거야. 너네들은꽃길만걸으렴." 그녀의말은진심이가까웠고, 나도그랬으면좋겠다고생각 했다. 그러자 한 아이가 이렇 게대답했다. "꽃길만걸으면꽃이죽는데." 아이가 불쑥 내뱉은 말로 인 해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 었다. 우리가살아가는모든길이꽃 길일 수는 없다. 누군가 꽃길 만을걸어왔다면그길은부모 가만들어주었을확률이크다. 겪어야만깨닫게되는것들이 있다. 우리가 무심코 밟은 그 예쁜 길을 만들기 위해 내 부 모는얼마나많은날들을그곳 에서시간을보냈을까. 우리는서로에게꽃길만걸으 라고응원하며격려를아끼지 않는다.그러나애석하게도인 생의길에는꽃길만존재하지 않는다. 꽃길만 걷는 건 실제 로 위험한 것이다. 자갈밭도 걸어봐야 꽃길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선명히 알 수 있는 것 이다. 상처 받지 않고 어른이 되는 방법은 없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아이가작은상처를받는 것에도마음이아렸다.자식을 속으로예뻐해야된다는말이 무슨뜻인지알것같았다. 평소 입을 열지 않는 아빠가 가끔 하는 말이 가슴에 와서 떠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 서 그런 말을 했던 건가. 차마 물을 수 없어 나는 오늘도 아 빠의 말을 되짚어 본다. 울고 난 아이의 얼굴은 세수를 한 듯 시원해 보였다. 그렇게 커 야만 하는 운명인 것을 아는 얼굴처럼아이는어느새미소 를지었다. 비 온 뒤 개인 하늘처럼 청량 하고밝은미소를말이다.

RkJQdWJsaXNoZXIy NTUxN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