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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ivisionmagazine.com FRI, 11th JUN 927 ⓒ본광고이미지는비전매거진이제작하였습니다. 스페인에 살며 일상생활에서 크게인종차별을당한기억이 많지는 않다. 일상생활이라고 굳이조건을다는이유는만약 내가 이곳에서 나고 자란, 스 페인이름과얼굴을가진사람 들과한정된파이를가지고경 쟁해야하는상황이었다면어 떤방식으로든차별을받았을 것이라고짐작하기때문이다. 일상에서당하는차별이야기 분 나쁘게 나를 치니따(중국 여자를 낮춰 부르는 말)라고 부르는무례한사람들과마주 하는정도이다.아시안을가리 켜치노혹은치나라는중국인 으로 통칭해 부르는 말은, 무 례함을인정하고싶어하지않 는사람들은'정말중국인이라 고생각해서가아니라아시안 하면중국이가장먼저떠오르 기 때문에 그냥 부르는 거야' 라고변명하기도한다. 여기서 살다 보면 나도 가끔 동양인을가리켜치노혹은치 나라고부르기때문에그건백 번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치니또혹은치니따라고낮춰 부르는것까지이해할수는없 다. 그냥 친근하게 부르는 표 현이라고 누군가는 말하여도 그건 분명 낮춰 부르는 말이 다. 나를 처음 보는 사람이 나 에게필요이상의친근감을느 낀다는건그만큼나를대하기 쉬운낮은상대로인식했다는 것이기때문이다. 게다가치니따라는말이유행 처럼 번지기 시작한 건 <또렌 떼(Torrente, 1998)>라는 스 페인 코미디 영화 때문이다. 영화에서 중국식당에 간 주 인공은 녹말이 풀어진 소스 가 마치 콧물 같다는 둥 젓가 락은 뭐 북이라도 치라고 갖 다 준 거냐는 둥 온갖 조롱을 하며여종업원을'치니따'라고 인종차별 제가 당해봤는데요 내가왜치니따야? by이루 무례하게불러댔다.이영화가 스페인사람들에게거의인생 코미디영화수준이고그중에 서도 특히 제일 유명한 게 바 로저중국식당씬이라는점이 유감이다. 그들은 이 영화가 너무재밌어미칠지경이겠지 만난저씬을보고전혀하나 도웃기지않았고오히려심장 이두근두근했다.현지인들도 일부'지금이라면불가능한유 머'라고말하기도한다. (코미디를 할 때 약자나 소수 자를대상으로웃기는코미디 가지양되어야하는이유라생 각한다.) 그렇다고스페인에살면서엄 청자주치니따라는소리를들 은 건 아니다. 빈도로 치면 거 의1년에한번정도들은듯하 다. 그래서 유독 각 상황이 세 세히기억이나기도하는데그 중에서 특히 기억나는 게 있 다.유럽의봉우리들이라불리 는 피코스 데 에우로파(Picos de Europa)라는 스페인 북부 산맥으로놀러갔을때의일이 다. 트래킹 해서 올라가는 게 아니라면봉우리밑에서셔틀 버스를타고정상부근까지올 라서호수를보고산길을걸을 수 있는 곳이다. 자연환경이 매우아름다운곳이기도하다. 나는예쁜사진을남기겠다는 일념으로원피스에분홍색케 이프(!)를 입고 이 곳에 갔다. 신발은운동화가아닌앵클부 츠였다. 막상올라가보니트래킹코스 로 닦아 놓은 부분 말고 호수 로 가는 길은 진흙이 질퍽하 게 있었다. 그나마 되도록 덜 질퍽한 곳을 골라 걷느라 부 츠 끝을 세워 요리저리 걷는 나를보고멀리서어린아이두 명그리고와이프와함께걸어 오던남자가외쳤다. "저 치니따 좀 봐! 거의 걷질 못하네하하하하!" 여기살면서10번의치니따란 소리를 들었다면 5번은 아이 나청소년에게들었는데분명 저런무식한부모를보고자란 아이일것이라고생각한다.다 만돌아본남자의머리가너무 나도분명한대머리였기에나 도 좀 멀리 떨어져 있던 남편 을향해스페인어로외쳤다. "저대머리좀봐!내가스페인 어 못 알아들을 줄 알았나 봐 하하하하!" 순간욱하는마음에대범하게 외쳤지만솔직히쫓아와서해 코지할까봐무서웠다. 그래도나의외적인부분을가 지고 무례한 말을 했기에 나 도 그의 가장 눈에 띄는 외모 특징을가지고되받아쳐주고 싶었다. 다행히 별 일 없이 오 히려부인과아이들이부끄러 워하며우리에게서멀리사라 졌다. 사실별로추천하는방법은아 니다. 대체로 교양 있는 시민 이라면속으로는무슨인종차 별적인 욕을 하든 그 말을 밖 으로내뱉지는않는다.그러니 저런 사람들을 상대했다가는 더 곤란한 일을 당할 수 있다. 나도웬만해선누가무슨말을 해도 그냥 모른 척 지나가는 경우가거의대부분이지만저 날과더불어대응을했던날이 한번더있긴했다. 출근길지하철자리에앉아한 국 책을 읽으며 가고 있는데 옆자리에앉은아줌마가대뜸 내가읽고있던책을가리키더 니 "이 부분 해석해봐!"라고 말했다. 나는 큰 저항 없이 해 석해줬다. 그러자 "어휴 중국 어는 이게 뭐야. 이렇게 어려 운 걸 어떻게 읽어."라고 말하 는 것 아닌가? 나는 차분하게 이건중국어가아니고한국어 라고설명해줬다.이때인종차 별자들의특징이나온다.그들 이 어차피 알고 싶은 건 내가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중국 인인지가아니다.그냥동양인 이라 괜히 건들고 싶은 거다. 그러니내가한국인이라해서 크게달라질게없다는것이기 도 하다. 그 아줌마도 역시 비 슷했다. "어휴 어쨌거나. 그게 그거지." 라며 갑자기 가방에 서 고작 마트 전단지를 찾아 꺼내며거기에적힌글자를가 리킨다. "이것 봐. 스페인어는 이렇게간단해. 근데그게뭐? 다시한번거기해석해봐!" 그때처음으로고개를들어그 아줌마 얼굴을 보았다. 100% 중남미이민자의얼굴을하고 있었다.그걸건들고싶었지만 인종차별에대한대응으로또 다른인종차별을하는건아니 라고생각하는주의라그냥참 고대신이렇게말했다. "내가 이걸 너한테 해석해 줘 야할이유가뭐야?" 그녀는 다행히 입을 다물었 고 다음 역에서 내렸다. 그러 나 그 경험은 분명 어떤 상처 로남아이후지하철에서한글 로된걸읽을때면나도모르 게주변을의식하게되었다. 이런 일을 겪을 때면 분노할 때도 있고 씁쓸할 때도 있지 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게 그냥 내 땅 떠나 사는 사람의 숙명이거나 받아들이는 것도 같다. 다행히 스페인이 유럽 내에서인종차별지수가아주 높은편에속하는나라는아니 다. 다만 최근 정부 발표에 의 하면인종차별을겪은사람들 의80%이상이아무런신고나 조치를강구하지않는다고하 니 수치와 현실의 차이는 존 재할 수 있겠다.(스페인은 인 종차별이법으로금지되어있 고 신고 대상이다.) 비단 아시 안 뿐만 아니라 흑인, 유대인, 아랍인, 집시, 중남미 이민자 들도모두차별의대상이되니 나와 또 다른 인종이 겪는 차 별은알지못하기도한다. 희망적인 사례도 있다. 몇 년 전바르셀로나열차에서흑인 승객에대한차별영상이화제 가 된 적이 있었다. 지하철 보 안 요원이 한 열차 칸에 들어 와유일하게흑인승객에게만 가서표를보여줄것을요구했 다. 그 승객은 보안 요원은 표 검사를 할 권리가 없다, 나에 게만 요구하는 건 인종 차별 이다,필요하면역무원이와야 보여주겠다며표제시를거부 했다. 결국 보안 요원들이 그 승객을 물리적으로 끌어내려 고 했고 그 난리를 누군가 영 상으로찍어서제보한것이다. 그 영상에서 가장 인상 깊었 던 건 지하철 보안 요원들이 흑인승객을강제로끌어내리 려고 할 때 주변 스페인 승객 들이너도나도나서서지금당 신들이하는건인종차별이고 옳지못한행동이라고항의한 것이다. 저런경우까지겪지않았지만 나도공공장소에서따뜻한스 페인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 가령지하철에서서서가다잠 시어지러워주저앉았을때주 변사람들이다일어나서내게 자리를양보하고같이역에내 려서괜찮냐고계속물어봐준 이가 있었다. 무거운 짐을 들 고 갈 때면 다가와서 들어준 사람은 정말 많았고, 한 버스 역화장실에서멀미를해서구 역질을하고있자문을두들기 며괜찮냐고구급차를불러주 겠다고외친이도있었다. 물론아무리훈훈하게마무리 해보려 해도, 내일 당장 길 가 다또치니따를듣는다면분명 속으로심한욕을내뱉으며지 나갈건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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