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30 ivisionmagazine.com FRI, 18th JUN 928 ⓒ본광고이미지는비전매거진이제작하였습니다. 연말특유의분위기를좋아한 다. 온 세상이 크리스마스 장 식으로귀여워지는것이좋다. “올해도고생많았어, 새해복 많이받아.”“너도내년에는좋 은 일만 생기길 바라.” 서로의 복을빌어주는다소무책임한 다정함도좋다.즐거운마음으 로 연말 모임에 가지고 나갈 작은선물을준비한다.아껴뒀 던 엽서를 꺼내 뻔한 말을 적 기도 했다. 매년 같은 이야기. “나랑 친구해줘서 고마워. 내 년에도 잘 부탁해.” 약속한 것 도아닌데서로가서로의산타 가되어선물을주고받는풍경 이때때로그립다. 당연하게도 2020년에는 연말 모임이 없었다. 엽서 대신 카 카오톡 메시지와 기프티콘을 보내고, 거실 테이블 위에 트 리 장식도 만들어 놓았는데 도 영 허전했다. 뭘 해야 연말 분위기가날까.궁리하다사진 정리를하기로했다. 1년동안 찍은 사진을 다시 보면서 한 해를마무리하는것도나름의 미있는일이될것같았다. 연말 내내 틀어박혀 만 장이 넘는사진을월별로폴더링했 다. 어릴 때 엄마가 방정리하 라고 시키면 서랍 속에 든 물 건을 죄다 꺼내 추억 여행하 느라며칠씩날려먹곤했는데. 그버릇여전한가싶었다. 그렇게 사진 정리를 한참 하 다가 새삼 쓸쓸해졌다. ‘올해 정말 코로나 빼고는 아무 일 도 없었구나.’ 집에만 있다 보 니굳이기록으로남겨둘만한 매일보는것이 나를만든다 내 인생의 아름다움을 챙기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나밖에 없어 by김혜원 추억이 별로 없었다. 직접 찍 은 사진은 한 장도 없고 SNS 에서 주운 웃긴 짤 캡처본, 기 사에쓸참고이미지가전부인 날도꽤많았다. 새삼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보나’ 하고 반성했다. 차라리 그시간에요가를하거나책을 읽었다면 좋을 텐데. 그래서 새해다짐에뻔한항목을하나 추가했다. ‘휴대폰 덜 보고 그 시간에좋은거하기. <대학내일>에디터시절나의 프로필소개글은이거였다. “ 쓰거나 읽지 않을 때는 먹고 마십니다.” 이 문장을 생각해 놓고이보다정확한표현은없 다며자화자찬했던기억이난 다.눈을뜨자마자‘볼것’과‘마 실 것’을 동시에 찾는다. 그래 서침대옆작은탁자에책여 러권과물한컵을항상챙겨 두는데, 막상 선택하는 건 (뻔 하게도) 휴대폰이다. 평범한 나는인스타그램으로세상돌 아가는이야기를둘러보며하 루를 시작한다. 가수 오혁 님 은 눈 뜨자마자 시를 한 편씩 읽는다던데. 폰 만지고 싶은 욕구를 대체 어떻게 참는지. 비결이궁금하다. 안그래도휴대폰중독인데최 근에 폰을 붙잡고 살 좋은 핑 계가 하나 더 생겼다. <캐릿 >이라는 미디어에서 트렌드 를 소개하는 일을 맡게 된 것 이다. ‘트렌드당일배송’이콘 셉트인미디어이기때문에남 들보다빠르게유행을포착하 는 게 주요 업무다. 덕분에 매 일SNS로두세시간은우습게 날려버리면서도 죄책감을 느 끼지않는다.에디터란딴짓만 실컷 해놓고도 ‘나는 지금 업 무를위한모니터링을하는중 이야’라고정신승리해버리기 쉬운직업이다. 인터넷세계에는정말많은이 야기가있다. 그중9할은몰라 도되는것들. 그야말로 ‘가십’ 들이다. 불량 식품을 먹는 기 분으로 그것들을 소비한다. ‘ 이거몸에안좋을것같은데’, ‘먹으면탈날것같은데’생각 하면서도 관성적으로 페이스 북 앱을 누른다. 어떤 이야기 는 화학 물질을 넣어 만든 가 짜 음식처럼 해롭다. 누군가 를 비난하는 악의 가득한 글, 루머, 조롱, 사생활 침해, 기타 등등의가십들이두루마리휴 지처럼줄줄이등장한다.경박 한호기심에손가락을맡기고 인터넷세상을헤매다가정신 을 차릴 때쯤엔 마음은 이미 먼지투성이가 되어 있다. 조 금오버스럽게표현하자면영 혼어딘가에얼룩이생긴느낌 이든다. 한사람의정서는환경의영향 을 크게 받는다고 한다. 날씨, 음식, 직장, 학교처럼 일상을 이루는것이나를만 는 셈이다. 그렇다면 내 정서 는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을 까? 사는 동네만큼이나, 함께 사는사람만큼이나,자주접하 는 대상은 바로 ‘매일 보고 듣 고 읽는 것들’이다. 끼니는 걸 러도SNS엔매일접속하니까. 그렇다면요즘의나의정서는 가십인걸까(깊은한숨). 어쩌면꿈에서힌트를찾을수 도 있겠다. 거의 매일 꿈을 꾼 다. 내가 꾸는 꿈은 쓸데없이 투명하고솔직해서현실이있 는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안 풀리는업무를끌어안고끙끙 거린 날엔 일하는 꿈을, 동료 의차가운말투가마음에얹힌 날엔원치않는싸움에휘말리 는 꿈을 꾼다. 언젠가는 SNS 로시답잖은가십을소비하다 잠들었는데, 꿈속에서도 내가 휴대폰을쥐고무기력하게누 워있어서질색하며일어난적 도있다. 물론좋은걸많이본날엔아 름다운 꿈을 꾸기도 한다. 해 변에 오래 앉아 있었던 날. 공 기가 오렌지색에서 연보라색 으로천천히바뀌어가는걸보 며맥주를마시다가방으로들 어가서눈을감으니눈꺼풀위 에보라색파도가일렁거렸다. 그날 꿈에 정말 끝내주는 풍 경이 나왔다(그 와중에 직업 병처럼꿈에서도사진을찍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고 생 각했다). 건강상태자가진단항목에“ 일주일에숨이찰정도의운동 을 몇 회나 합니까?”, “얼마나 자주술을마십니까?”뭐이런 질문이 있는 것처럼. 나는 마 음이 괜찮은지 점검할 때 “최 근일주일간악몽을얼마나자 주 꿨습니까?” 하 고 묻는다. 주 3회 이상 심난한 꿈을 꾸 고, 자다 깨서 다시 잠들지 못 하는날이잦아졌다면의사선 생님을대신해잔소리를해야 할타이밍이다. “좋은 것도 좀 보면서 사셔야 해요.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을 키우고 싶으신 건 아니시죠? 휴대폰 내려놓고 음악이라도 들으세요.” 어떤 종류의 잔소리나 강박 은 내게 좋은 영향을 준다. 예 를 하나 들어볼까. 몇 년 전까 지만해도운동을해야한다는 압박을 전혀 받지 않았는데, 주변에운동을시작한친구들 이많아지면서덩달아나도뭐 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되어버렸다.매일아침요가를 하고일주일에세번피트니스 게임(스쿼트나플랭크를해서 요괴를물리치는아주건강한 게임이다)을 하며 땀을 흘리 기로다짐했다.그뒤로부터는 운동을 쉬면 죄책감이 든다. 계획을완벽하게지키진못하 지만운동에대한다짐이없었 을 때보단 훨씬 더 몸을 자주 움직인다. “벌써 목요일인데 이번 주에 운동을 한 번도 안 했네? 저녁엔 링피트 꼭 해야 겠다.” 이렇게 벼락치기라도 하니까적어도예전보단건강 해졌다. 그러고보니이런잔소리는해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요즘 너무 상스러운 것만 봤 어. 아름다운 것도 좀 보면서 살아야지.” 자기 자신에게 바라는 게 많 은 편이라 건강한 음식 먹기, 영어 공부하기, 돈 아끼기 등 온갖 잔소리를 달고 사는데, 아름다운 걸 챙겨 봐야 한다 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유 행하는건아니지만나의정서 에 좋은 것. 업무에 도움이 돼 서, 나중을 위해 필요해서 쟁 여두는 거 말고. 그냥 예뻐서, 귀여워서, 귀가 즐거워서 좋 은단순한기쁨들도비타민챙 겨 먹듯 챙겨야 할 때가 됐음 을느낀다. 코미디언장도연언니의유행 어처럼 ‘바쁘다 바빠 현대사 회’이지만, 다행히도 생활엔 분명 틈이 생긴다. 캡슐 머신 에서커피가나오는틈에노래 를 한 곡 듣고(원래라면 인스 타그램돋보기를보고있었을 시간이다), 일하다 말고 창문 을 열어 하늘을 본다. 나의 정 서가, 나의 글이, 나의 인생이 조금은더아름다워졌으면하 는마음으로생활의틈에좋은 걸채워넣는다.“내인생의아 름다움을챙기는사람은오직 한사람,나밖에없어.”내게정 말필요한잔소리를잊지않으 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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