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26 ivisionmagazine.com FRI, 25th JUN 929 옛친구가 좋다 오래전,이민생활초기에어느 지인이나에게해준말이기억 난다. “이민사회에서 마음이 통하는친구가한명만있어도 그사람은성공한이민자다.” 낯선나라에살면서진정한친 구를사귀는일이쉽지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민선배 로서 나름 깊은 뜻을 가지고 해준조언이라여겨진다. 사교적인어울림이많은것처 럼보이는데도왜친구가없다 고 말을 하는지 시간이 지나 면서 점차 깨닫게 된다. 나이 가들수록마음을털어놓을말 벗이필요해진다.가슴안으로 휑하니지나가는찬바람을맞 을 때, 그 섬뜩함을 데워 주는 약은오랜친구를만나서마음 을 훌훌 털며 위로를 받는 것 이다. 그 대상이 동성이든 이 성이든상관없이서로의눈만 쳐다보아도 마음이 편안해지 는그런친구를말한다. 내가위로받고싶고위로해주 고싶은친구란.... 엉엉 소리 내어 울 때에 휴지 를건네주고가만히곁에서있 어주는사람. 정말힘들어서기대고싶을때 에포근히안아주며아무것도 묻지 않는 사람. 내가 비밀이 라면서 고백하면, 가슴 안에 꽁꽁 묶어 놓을 사람. 비가 오 면 우산을 쓰고 같이 걸어주 는 사람. 내가 작은 실수를 해 도부끄럼을느끼지않게모른 척해주는사람.배가고플때, 스스럼없이밥사달라고조를 수 있는 사람. 무언가 먹고 싶 다고 했을 때,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사서손에쥐어 주는 사람. 감기에 걸렸을 때, 꿀과레몬을섞은따뜻한찻잔 을 내밀어 주는 사람. 내가 가 진 아주 작은 것을 선물로 주 어도 기뻐하는 사람. 밤늦은 시간의귀가를걱정해서집에 데려다주는 사람. 갑자기 한 잔의 맥주가 마시고 싶을 때, 전화하면거절하지않고달려 와 주는 사람. 바다가 보고 싶 다고했을때,나를데리러와서 함께가주는사람. 강아지와산 책할때같이걸어주는사람.자 동차가 고장 나서 정비소에 갔 을때에픽업해주는사람. 집안 에 전기등이 나갔을 때에 어렵 지않게바꿔주는사람. 피곤해 서집안일을하기싫을때청소 기를밀어주는사람.... 드라마의 주인공이나 젊은 세 대만이할수있는역할일까,아 니면내가허황된꿈을꾸며스 스로를 토닥여보는 것일까. 이 렇듯 위로받고 위로해주는 친 구가한명만있어도우리의삶 이 참 많이 윤택해지고 수월해 질것만같다. 친구들 중에서도 긴 시간을 함 께해온옛친구를만나면마음 이 한결 편안하며 응석을 부리 고싶어진다. 오랜시간만나지 못했어도 마치 어제 만난 것처 럼부담없이수다를떨수도있 다. 그리고절대로마음에미움 이생기지않는다. 나에게는이 런 친구가 한 명 있다. 멀리 캐 나다 토론토에 살고 있는 친구 는 이 십여 년 넘게 만나지 못 했어도 국제전화를 하며 바로 곁에 있는 사람처럼 웃고 울며 서로의속을털어놓고나눈다. 지난주에서야 시집간 딸이 스 마트 폰을 사주었다며 카카오 톡으로 친구하자면서 입을 크 게벌리고웃는이모콘을보내 왔다. 내입가에는웃음이실실 번지며 구세대로 살아온 그 친 구가 마냥 편하게만 느껴진다. 스마트 폰이 곁에 없으면 불안 해서 쩔쩔매는 내 모습과는 대 조적이어서 친구의 자랑이 사 랑스럽기 조차하다. 친구가 사 업을정리하고나면날보러호 주에 오겠다고 하니 오프라인 의 만남을 기대하며 벌써부터 마음이들뜬다. 오랜만에 옛 직장 동료들을 트 루디의 집에서 만났다. 그녀들 은 몇 년 전에 근무했던 공립 하이스쿨의ESL부서에서같이 일했던동료선생들이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문자 메시지나 페이스 북을 통해서 소식을 접하며 서로의 안부 섞 인 답 글을 달고 지낸다. 일반 적으로 호주 사람들은 친절하 고 동료들에게도 미소를 잃지 않지만 자신의 깊은 속마음을 내보이지않는편이다. 그러나 내가 만났던 옛 동료들은 서로 의 건강을 걱정해주며 개인사 를 마음 편케 말 할 수 있는 친 구들이다. 우리들의 공통점은 동물을 무 척이나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 점이 우리들을 결속시켜주고 우정을 이어주는지도 모르겠 다. 특히 투루디 선생은 가정 이 불우한 십대 소녀를 돌봐주 고 장애를 가진 개들을 입양해 서 자식처럼 잘 돌봐주는 따뜻 한마음을가진사람이다. 멋진 점심 식탁을 준비해놓고 우리 를 기다리던 투루디는 두 손을 벌려 한사람 씩 끌어안고 정겹 게볼에입을맞추었다. 그동안 쌓였던 화제를 끝도 없이 풀어 놓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 들곁에서귀도들리지않고눈 도 잘 보이지 않는 맹인 개 세 마리가 즐거워하며 함께 뛰어 다니고있었다. 나에게필요한친구, 나에게가 슴을열고손을벌려주는친구, 나에게엄마의손길같은친구, 한국 사람이 아니어도 내 가슴 을열리게하는친구, 인간미가 넘치는친구, 작은버팀목이되 어주는 친구. 난 이미 대박 난 이민자가되어있다. 내마음에와닿는친구가한명 이아니라여러명이내주위를 둘러싸고있기때문이다. 거기에 더해서 작은 것 하나라 도세상사람들에게더베풀수 있다면나름성공한삶이될것 이다. 다른삶을보너스처럼받 고산다면그또한크게축복받 은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민사회에서마음이통하는친구가한명만있어도그사람은성공한이민자다 by황현숙(칼럼니스트) ⓒ본광고이미지는비전매거진이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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