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28 ivisionmagazine.com FRI, 25th JUN 929 ⓒ본광고이미지는비전매거진이제작하였습니다. 곧어두워질시간이었다.오후 3시가되기도전에벌써어두 워지기시작하는스웨덴의겨 울 길을 걸었다. 아주 큰 도시 는아니지만,나름대로규모가 있는타운임에도길거리는한 적했다.늘사람들로북적대는 아시아의 뒷골목만 돌아다녔 던 나는 이런 곳이 여전히 생 경하다. 어느 곳을 가도 사람 들로북적이는곳에살다가이 제는 어디를 가도 사람 만나 기 힘든 곳에서 살고 있다. 서 울에서는 ‘이 많고 많은 아파 트 중에 왜 내 아파트는 없을 까?’생각했지만,이곳에선 ‘이 많고많은아파트는존재하는 데,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왜 코빼기도 보이지 않을까?’ 생 각한다. 오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 은가랑비에축축해진바짓가 랑이를잡고짜증섞인한숨을 쉬고 있었다. 문득 고개를 든 광장의한구석에는평소보이 지 않던 큰 설치물이 있었다. 설치물은덩그러니글자만써 놓았다. ‘천국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 지 않는 곳이다. (Heaven is a place where nothing ever happens)’ 무슨 행사가 있었나? 지난밤 에 록 콘서트가 있었는데, 미 처 무대를 다 해체하지 못하 고 일부분만 남겨 놓은 것 같 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어느 한가수(TalkingHeads)의노 랫말중에나온구절을인용한 설치예술작품이었다. 아무런일도일어나지않는곳 이 천국이라, 그럼 그곳은 스 웨덴이 아닌가? 물론 스웨덴 교회측은성경에서정의와는 다르다고반박했고,일반시민 들에게도다양한해석을불러 일으켰다. 천국이란 ‘어떤 점’에서 ‘완벽’ 하다는 건 자명해 보인다. 문 제는 그 ‘어떤 점’이 무엇인가 에대한해석이다. 누군가는미남과미녀가한가 득하길바랄것이고,누군가는 매일피자가 (또다른이는김 치가 빠지지 말아야) 나오는 곳이 천국이라 할 것이다. 즉, 기준이충족되는일이착오없 이반복되어야천국이다. 부모님들이우리의무탈을기 원하는 것과 많이 다르지 않 다. 아무런 일 없이 자라는 것 이야말로최상의육아지만,그 건사실상불가능한일이다. 그깟(?)가구회사하나가열어 놓은북유럽에대한환상으로 스웨덴의위상은어느때보다 높다. ‘미래사회를보려면, 북 유럽을 보라!’는 구호처럼, 북 유럽은정말우리가생각하는 파라다이스가맞을까? 스웨덴에 대한 환상으로 흠 뻑 빠진 사람들에겐 김 빠지 는 이야기지만, 스웨덴에서 딱 1년만 살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환상은 늘 보기 좋게 깨 지기 마련이다. 나와 같은 시 기에스웨덴으로이주한친구 들은 2년을 버티다 못해 대부 분 떠났다. 그들의 이유는 대 략이렇다. ‘스웨덴은 너무 심심해. (그래 서죽을것같아….)’ 고독,외로움과심심함은북유 럽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다행히나는너무나지루하기 짝이없는사람이라스웨덴과 잘맞았을뿐이다. 스웨덴, 이곳은 정말 아무런 일도일어나지않을정도로나 라 전체가 심심하다. 어떤 이 의 주장에 의하면, 스웨덴 사 람들은너무심심한나머지소 란거리를만들기위해난민을 대거이주시켰다는말도있다. 어디까지나사태를비꼬는썰 에 불과하다. 그러나 달리 보 면, 고개를 끄떡이게 된다. 알 코올 중독과 도박 중독이 심 한 이유도 이들의 지루한 삶 과관계가있다고주장하는이 도있다. 스웨덴은정부가주류판매를 독점하며 관리하는 몇 안 되 는 나라 중 하나다. 주말이 되 기 전 정부가 운영하는 술을 살수있는상점앞에줄을서 야하는진풍경이자주일어나 며,이웃국가인덴마크인들은 아무런일도 일어나지않는 천국, 스웨덴 평화로운지하세탁실에서찾는스웨덴식시스템 by안종현 스웨덴룬드(Lund) 이런모습을조롱하기까지한 다.지금당장술을사들고술 이 부족해 절망에 빠진 이웃 을 구원하러 가자는 병맛 광 고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 나 두 나라 모두 심각하게 술 을마신다는점에서는다를바 가 없다. 주류의 유통을 국유 화한것도일종의알코올중독 을통제하기위한시스템의한 차원이다. 스웨덴은 시스템을 만들어내 는데, 그러니까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않도록만드는데천 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사회의 사소한 것조차도 아 주섬세한시스템으로이루어 져있다. 가끔은 ‘왜이런자잘 한 것까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심각하게시스템에의 존하는사람들이다.멀리찾아 볼 필요도 없다. 내가 사는 아 파트만살펴보아도그들이얼 마나시스템을사랑하는지단 번에알수있다. 스웨덴 인구의 절반 이상, 약 52%가 아파트, 즉 집단 거주 사진으로본스웨덴을보고우리는쉽게단정한다.저곳이파라다이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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