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30 ivisionmagazine.com FRI, 25th JUN 929 ⓒ본광고이미지는비전매거진이제작하였습니다. 지에 살고 나머지는 단독 주 택에 산다. 과거 서유럽에 비 해가난했던스웨덴에현대식 아파트가소개된것은1940년 대 말이다. 이 당시 소개된 새 로운 법은 ‘모두를 위한 좋은 주거(Godabostäder åt alla)’ 를 목표로 했다. 이를 계기로 저렴한값에넓고쾌적한주거 지를만드는데심혈을기울였 다. 이런 오래된 아파트의 역 사로 50년을 훌쩍 넘기고 4-5 층으로이루어진낮은건물이 많다.오래된아파트는욕실이 나부엌이지금의아파트와는 달리상당히좁아세탁기를놓 을 공간이 없다. 그래서 대부 분지하에는세탁을위한공용 공간이따로마련되어있다. 이런작은세탁실에도스웨덴 다운시스템이작동한다.주거 자들이같이사용하는공간이 기 때문에 사용 시간을 미리 예약하기위해서는예약시스 템에참여해야한다. 이 복잡한 전기 회로 같은 판 을 보고 처음에는 상당히 당 황스러웠지만, 사실 작동법은 아주 간단하다. 집 열쇠를 자 신의 집 번호가 적힌 곳에 꽂 아 돌리면, 작은 단추가 열린 다. 그리고 단추를 자신이 원 하는시간으로옮겨놓으면된 다. 세대마다 딱 한 개의 단추 가주어지기때문에중복예약 은 안 된다. 해당 날짜에 꽂힌 단추들을보면서예약의여부 를 확인할 수가 있다. 파란색 단추는 각 세대의 번호이고, 빨간색단추는세탁실을청소 하는시간이다.이러한시스템 덕분에거주자들은헷갈릴필 요없이정해진시간에세탁실 을이용할수있다. 세탁실을사용하는규칙도있 는데, 기본 세제 말고 개인용 세제는 사용하지 말 것, 사용 후에는건조기의필터를청소 할것,바닥을정리할것등꽤 나 많은 규칙이 있다. 스웨덴 사람들은아주모범시민이기 때문에이런규칙을따르는건 너무나당연한일이다.그렇기 에세탁실은항상깔끔하게정 리되어있다. 이러한 공용 공간을 보면, 많 은 한국 사람들은 세탁하다 가주민들과친해지는경우도 생길거라고생각한다.그러나 그런일은절대로일어나지않 는다. 스웨덴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과마주하는것을상당 히어색하게느낀다.물리적으 로일정한거리를두는퍼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가 중요한에티켓인이유다.정해 진시간에도착해서세탁을하 고, 10분 전에 뒷정리를 하고 나오면되기때문에굳이이웃 과 마주칠 일이 없다. 이 작은 세탁실의시스템에는지역문 화도기능적인요소도함께담 겨 있다. ‘모르는 사람과 마주 치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깔 끔하게 세탁하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딱 그 역할을 정확히해내는시스템이작동 하고있다. 20년 전의 일이지만, 대학교 기숙사에서빨래를할때는세 탁기가비어있으면빨래를돌 릴 수가 있었고, 누군가 사용 하고 있으면 다음을 기약해 야 했다. 그때그때 상황을 보 고 빨래를 했던 셈인데, 이는 시스템적관점에서보면아주 형편이 없다. 세탁할 시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 이다.만약기숙사생들의빨래 양이급증할경우누군가는세 탁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발 생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계 속해서세탁기를점유할가능 성도있다. 즉, 이런 상황은 세탁 천국과 는거리가먼상황이다. 스웨덴과한국의세탁실의차 이는 뭘까? 바로 ‘미래를 통제 혹은 예측할 수 있느냐? 없느 냐?’에관한차이다.이러한시 스템은 육아, 복지, 교육, 근무 환경등에서도당연히존재하 며서로유기적으로맞물려돌 아간다.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차이 는 뭘까? 경제력, 복지환경, 정치의 청렴도 등 다양한 기 준이 있겠지만, ‘선진국은 모 든 사회가 잘 관리가 되어 통 제가되고,개발도상국은통제 가 되지 않아 항상 무슨 일인 가 터지는 곳은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스웨덴은모든것이잘관리되 어 있다. 시스템을 너무 좋아 하는사람들이모여사는곳이 라, 사람과 사람이 마주해 일 을 처리할 경우도 별로 없다. 모든것은기존에구축된시스 템안에서작동한다. 그러나이러한시스템에서조 금만벗어난상황이벌어지면, 스웨덴사람들은심각한혼란 에빠진다. 반면, 개도국의 사람들은 시 스템이라는 걸 제대로 경험 해 본 적이 없어 시스템 밖의 상황에서도 상당히 유연하다. 이런말도있지않은가? ‘인도 에서는어떤일도불가능하지 만, 동시에 가능하다.’ 즉 혼돈 의세상에서사는이는시스템 없이도살아가는법을잘알고 있지만,수많은시스템을구축 한선진국의통제된사회는시 스템이붕괴되는순간카오스 에빠지고만다. 그러나근래에는이시스템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스웨덴식 시스템은 사람들이 ‘알아서 잘 지킨다.’라는 전제 를기본으로작동된다.그렇기 때문에시스템은있지만이를 감시하는 기관(예를 들어 공 권력을갖춘경찰이라든지)은 좀처럼찾아보기힘들다. 즉,시스템을만들면사람들이 알아서 잘 따라 줄 것이란 기 대가 있고, 실제로 99%의 사 람들이 그렇게 한다. 다만, 이 러한전제가깨지기시작한것 은난민을비롯한이민자들이 스웨덴의시스템을잘따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당연히 지 켜야 할 질서라고 믿었는데, 그걸지키지않는사람들이나 타나자 스웨덴은 당혹스럽지 않을수가없다. 미세한균열이긴하나여전히 스웨덴의여러시스템은오래 된아파트의지하세탁실처럼 평화롭게 잘 작동하고 있다. 아무런일이일어나지않는스 웨덴은과연천국이라고말할 수있을까? 스웨덴룬드(Lund) 세탁실예약시스템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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