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39 광고문의 0422 258 092, 0432 008 985 visionweekly01@gmail.com 어느날갑자기장애가찾아왔다 [다양성과포용의사회]그누가정상을정할수있을까 byMochi 그날은내인생중선명하게 기억되는몇안되는날중하 나다. 남자친구를 만나 결혼을 결 심하고 시어머니가 되실 분 께초대를받은날,나는이른 아침부터 '행여 마음에 들어 하지않으시면어쩌지','무슨 말을어떻게꺼내야할까',긴 장된 마음을 누그러뜨리지 못한채,수차례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하지만 어머님과의 첫 만남 은걱정이무색할만큼편안 했다.거실가득들어오는밝 은햇살과함께어머님은나 를 두 팔 벌려 꼭 안으신 후 부드럽게 등을 쓰다듬으셨 다. 내 긴장은 금세 풀렸고, 나는 사람에게서 선한 아우 라가풍길수있다는것을,그 때처음경험했다. “반가워요, 오랫동안 기도 했어요. 이렇게 좋은 사람이 우리 집에 오다니! 감사합니 다.” 그어떤환영의말보다어머 님의표정을통해나는느낄 수있었다.이미사랑받고있 고 앞으로도 사랑받을 거라 는걸. 한가족이된후, 우리 는매주만났는데,어딜가든 내손을꼭잡으셨던어머님 은몸에좋은재료들을골라 요리해 주시곤 했다. 어머님 댁 주방은 소박하며 정갈했 지만나에겐그어떤고급레 스토랑보다도 좋은 곳이었 다.어머님은떡갈비한점도 가장잘구워진것을내접시 에올려주셨고,딸기한개도 제일예쁘고빨갛게익은것 을 건네주셨다. 나는 아기새 처럼 받아먹으며 어머니 주 변에서조잘조잘한주간무 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 곤 했는데, 별 이야기가 아 님에도 지긋이 바라보며 한 참을 들어주셨고 대화의 말 미에는 언제나 나를 지지하 고 응원한다는 말씀을 해주 셨다.거실에나란히앉아꽃 이야기며 강아지 이야기며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일요일저녁해 가 뉘엿뉘엿해졌고 신랑과 나는한주간먹을거리를한 아름싸들고귀가하곤했다. 어머님은 나뿐만 아니라 주 변모든사람에게진심을다 해 사랑을 베푸시는 분이었 다. 환갑이 되던 해, 신랑과 나는 그동안 차곡차곡 모은 돈을축하선물로드리게되 었다. 시부모님과 우리 부부 가함께해외여행을갈수있 을 정도의 금액에다가 필요 한것이있다면부담없이사 시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으 니, 액수로 치자면 적지 않 은 금액이었다. 그런데 어머 님은고민한번없이전액을 기부하셨고, 그 돈은 아프리 카 어딘가에 우물을 만드는 데쓰였다. 최근사람들이‘선한영향력’ 이라는말을자주쓰는데,나 는그단어를들을때마다어 머님이 떠오른다. 어머님을 통해, 나는 왜 신랑의 어릴 적 꿈이 아프리카 봉사활동 이었는지 이해하게 되었고, 소위 물질만능주의였던 나 는세상에돈보다중요한게 많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알 게되었다. 어머님은 마음만 고우신 게 아니다. 패션디자인을 전공 하셔서 그런지 비싸지 않은 옷도 우아하게 소화해 내셨 다.한번은어머님과종로의 어느 상가를 지나가는데, 아 름다운 외모에 특유의 우아 한 기품이 풍겨서인지, 여배 우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옆에 있던 나는 괜히 으쓱한 마음이 들었다. 여배 우를바라보는소녀팬의마 음이이럴까,나는나이가든 다면 어머님처럼 되고 싶다 는생각을했다. 당연하게 여기던 일들이 감 사한일인지도모른채하루 하루지나갔다. 어머님의 말이 조금 어눌하 다고 느꼈을 때쯤이었을까. 어머님은 음식을 삼키는 걸 힘들어하셨고 서 있기 어려 워어디든기대셔야했다.함 께간1박2일여행을통해서 하루에도몇번씩풀썩주저 앉는일이생긴다는걸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소화가 어 려우시거나 피곤하신가 보 다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 각했고,음식을잘게잘라내 어드리거나집안정리를돕 곤했다. 그런데 한 주 뒤에 뵈러 가 니,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을 수가 없어 포크를 사용하셔 야만 했고, 또 몇 주가 지나 니아예삼킬수가없어위에 구멍을 뚫어 관을 삽입해야 하는상황이되었다. 그렇게 병마는 빠르게 어머 님을 덮쳤다. 나의 우상이었 던 젊고 아름다운 어머님은 어느날갑자기먹지도말하 지도 못하는중증 장애를 가 진루게릭환자가되었다. 하루아침 장애인의 가족이 된 후, 평생 겪을 일 없다고 여겼던'장애'에대한인식이 바뀌었다. ‘어느날갑자기’장애는찾아 온다.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며,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일이다.내일당장나의 일이될수도있다.원인을알 수없어약조차없는무서운 병앞에서도짜증한번내지 않는, 선하디 선한 어머님께 도왔으니,특별한선행없이 살아온나에게그녀석이들 이닥친다해도억울해할수 없겠다는생각마저든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을 온전히 받아 들일만큼,나는강하지못하 다.과연나는장애인이되었 을 때, 상처 받지 않고 내 목 소리를낼수있을까? 다수가정한‘정상’이라는기 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배 척당하고, 어딘가에 소속되 어일을한다하더라도‘신체 의다름’을이유로내아이디 어와 의지마저 제한받는 상 황이생길것이다. 세대를 건너 장애는 내 아 이에게 올 수도 있다. 아이 의 미래를 생각하면 새벽녘 의호수처럼마음이착가라 앉는다. 미운 아기 오리처럼 이리저리 쪼이고 밀리고 놀 림을 당한 채, 날개 속에 고 개를 파묻을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면,두렵기만하다.나 는겪어낸다하더라도,이가 혹한 세상을 아이에게 그대 로전달할수는없는일이다. 어떤사회를만들어야할까? 나는지금무엇을준비할수 있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몇번을질문해보아도답은 한가지로귀결된다.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일이 없는 세상, 우리에게는 다양성이 인정되고, 따뜻한 포용이 있는 사회가 필요하 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장 애인을 부족하고 낯선 존재 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평 범한 이웃으로 바라봐 주었 으면한다.지금껏우리는,장 애는 드러내기에 부끄러운 것이니숨겨야하고,안좋은 기운이옮을것만같다며거 리를뒀다.하지만겪어보니, 다르지않다. 치열하지만 평범하게 하루 하루 일상을 살아나가는 존 재,내가족이자사회의구성 원,그리고미래의나의모습 이다. 다수라는 이유를 제외 한다면,과연그누가정상을 정할수있을까?누구나지금 의 모습으로 세상에 존재하 는가치와이유는충분하다.

RkJQdWJsaXNoZXIy NTUxN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