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26 ivisionmagazine.com FRI, 30th JUL 934 ⓒ본광고이미지는비전매거진이제작하였습니다. '만반잘부'를 아십니까? 핑거제너레이션에은근슬쩍묻어가며 by진우 젊은시절의아버지는어린나를앉혀두고대화하기를즐겼다. 당신의배움이짧았던탓에학업에는별다른도움을주지못한다고생각했던것인지, 아버지는시간이날때마다이런저런이야기를나누면서내사고의폭을넓혀주었다. 아버지와마주한모든순간들이언제나좋았다. 특히나비가와서일을가지못하는날이면,아버지는하루종일내차지였다. 아버지와의대화는늘이런말로시작되었다. “요즘은뭐가재미있노?” 그러면나는한주일동안있었던친구들과의일을각색하거나, 이주일의춤을흉내내기도했다.반응이시원찮다싶으면그때등장하는것이바로 코미디언들의유행어였다.‘영구없다’에서부터‘이나이에내가하리’또는 ‘잘될턱이있나’에이르기까지내가아는유행어를총망라한다음, 마지막으로쐐기를박는다. “아버지,이거모르면친구들이같이놀아주지도않아요.” 그말이먹혔는지아버지는어색한몸짓으로‘영구없다’를흉내내기도하고, 손을문질러턱에가져다대면서‘잘될턱이있나’를여러차례반복하기도했다. 아버지의그런모습을보는게좋았다.엄마가부침개를들고우리옆에앉을때까지 부자(父子)의유행어수업은그렇게계속되었다. 누물보, 만반잘부, 별다줄, 선 즙필승,애빼시,핑프,힘숨찐 내 점수는 당연히 낙제였다. 아들에게 만원을 뺏기긴 했 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 다. 어쨌거나 새로운 것을 배 웠기 때문이다. 스마트 폰이 지배하는 메시지 전성시대이 니 이른바 에프 세대(Finger Generation 핑거 제너레이 션)에게 있어 줄임말은 필수 항목이다.복잡한의미와감정 을 달랑 몇 개의 문자에 담아 서 재빨리 보내야 하는 시류 (時流)의 반영이다. 정신없이 바쁜시대에‘만나서반갑습니 다. 잘 부탁드립니다’를 언제 일일이타이핑하고있을까,그 냥 ‘만반잘부’ 네 글자면 충분 한건데말이다. 멍멍이를댕댕이라하는것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다. 명작을 띵작이라고 표기 해도 거슬리지 않는다. 유행 인 것이다. 방가방가, 하이루 를 더 이상 쓰지 않는다는 것 을 봐도, 유행이란 언제나 한 시적인것이었다.줄임말을배 우는것은유행을알고익히는 것이다.그래서즐겁다. 자칫 딱딱해질 수도 있는 상 황에서의적절한줄임말공유 는기존의분위기를환기시키 고더욱밝은대화를유도하는 매개가되기도한다. 어린 시절 입에 달고 다녔던 수많은유행어들처럼말이다. 줄임말 그까짓 거 모르면 좀 어때 할 수도 있겠으나, 시류 의뒤쳐짐은언제나언어에서 부터시작된다는것을우리는 잘 안다. 다만, 줄임말의 참뜻 만큼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 들었을때모두가위트와재치 를 감탄하며 짧게 웃을 수 있 는, 밝은 공감의 틀 안에서만 줄임말이존재했으면좋겠다. 아들의마지막퀴즈는며칠이 지난지금도생생하다. "아빠, 호옹이가 뭔지 아시겠 어요?" '아시겠어요'에는 약 간의 냉소마저 섞인 것 같다. 하지만참는다.어떻게든정답 을 맞혀야 한다. 조심스럽게 답을 말해본다. 호옹이? 호랑 이와 야옹이의 자녀 아닐까? 그 말을 듣자 아들이 벌떡 일 어서더니입을틀어막으며방 문을 닫고 나가버린다. 그 틈 으로들려오는웃음소리가,마 치 구름을 타고 저 멀리로 사 라지는산신령같다.호옹이의 정답은,충격이다. "호옹이는 으아아아를 세로 로 본 거예요. 비명소리 말이 에요. 호랑이와 야옹이라니... 하하하하하하." 시대를이해하려면새로운각 도로 봐야 한다는 말, 그 각도 가이각도였음을그때비로소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 그때의 아버지 만큼 나이가 들었다. 물려받 은 유전자는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공부야 학교에서 어련 히 잘 가르쳐 주실테고, 모자 란 것은 학원에서 보충할 테 니 내가 아들의 학습에 끼어 들틈은작다,아니거의없다. 대신아들과의자유로운대화 가내역할중하나인것이다. 마치 그때의 내 아버지처럼 말이다. 아들도 싫어하는 눈 치는아니다. “요즘은 뭐가 재미있어?” 패 턴은똑같다.학교에서의이야 기, 친구들의 고민, 그것에 대 한아들의생각. 때론내가가 늠했던 것보다 훨씬 폭이 넓 은 아들의 관심사. 시대가 달 라졌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 래도 한 가지는 아쉽다. 눈치 를보다가내가슬쩍묻는다. “너희들만의 유행어, 이런 것 없니?”절대로유행에뒤쳐질 수없다는욕심이지만웬만한 건 모두 따라잡고 있다는 나 만의 너스레다. 영구 없다와 잘될 턱이 있나를 예로 들었 더니 아들의 답인 즉, 요즘은 유행어보다 줄임말이 대세란 다. 줄임말?충분히예상했다. 갑분싸이런거말이지? 그러자아들이퀴즈를낸다. “아빠, '강직인'이 뭔지 아세 요?” 강직인? 성격이 강직한 사람?땡!아들이배를잡고웃 는다. 정답은, 강아지를 키우 는 직장인이란다. 상상도 못 했다. 난감해하는 내 모습에 신이 났는지 곧 다음 문제가 날아온다. 롬곡옾눞. 그건 잘 알지. 폭풍눈물을 거꾸로 한 거잖아? 오오, 아들이 의외라 는반응을보인다. 세번째퀴 즈가 바로 줄을 선다. 삼귀자. 삼귀자? 세 가지 귀한 물건? 아들이바닥을구른다. 그러면서한마디. “아빠, 심각 한데? 이러면서 직원들과 대 화는 가능해요?” 뭐라고, 이 녀석이? 채점만 할 것이지 딴 소리는 왜? 은근히 부아가 난 다. 정답은, 사귀자 직전의 단 계를 말한단다.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우리 삼귀자’ 이런단다. 사귀자 직전이라 삼귀자. 그날 아들이 ‘출제'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여러분도 한 번 맞춰보시길. 채점은 인터넷 검색으로. 나일리지,내또출,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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