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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ivisionmagazine.com FRI. 15. OCT 945 ⓒ본광고이미지는비전매거진이제작하였습니다. 곡사(김곡, 김선 감독)의 <보 이스>를 올 해의 영화로 주목 하는 평자는 별로 없는 것 같 다.한줄평역시도혹평에가 까운 말들이 쏟아진다. 혹은 이 영화에 대해 말하는 글이 너무적다고느낀다. 그러나 2021년이 다 지나지 않은 지금 나는 이미 <보이스 >를 올 해의 저평가된 영화로 꼽고싶은욕망을느낀다. <보 이스>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수사과정을추적하는그저그 런 액션 영화가 아니다. 그 이 유에대해말해보고싶다. <보이스>의 스토리가 성글다 는 지적이 많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내가느끼기에이부분 은곡사의 '무능'이아니라 '무 심'에서 기인한다. 그들은 이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보이스피싱조직을어떻게추 격할수있는지를촘촘하게증 명하는일이아니라고생각하 는 것 같다. 영화가 대강 넘어 가는부분들은조금의시간만 더들였으면충분히설득가능 한 부분들이다. 그럼에도 <보 이스>는 때때로 장면들을 그 냥 던져버리듯, 후다닥 스토 리를 풀어내고 다음으로 넘 어간다. 이 영화는 서사의 진 행을 주요한 축으로 삼고 있 지만, 때때로 무신경한 그 연 출들을 보았을 때, 사실 진짜 로보여주고싶은것은보이스 피싱수사에대한부분이아닌 것같다는의심이든다. 그런가 하면 영화가 꽤 신경 써서그리고있는부분이있는 데, 바로 보이스 피싱 조직 그 자체이다. 먼저 조직의 브레인인 곽 프 로(김무열)는 피싱 시나리오 를짜는,말그대로'뇌'의역할 을담당한다.피해자를인간적 으로대면하지않고흥미로운 게임처럼취급하는그는기계 혹은바이러스에가까운뇌라 고볼수있다.그는피싱조직 을넘어한국사회를침범하는 거대한뇌이다. 대열을 맞춰 앉아서 피싱을 수행하는 조직원들은 무수한 '입'으로서 존재한다. 그들은 수화기너머상대와눈맞추지 않고상대의이야기를듣지않 으며,오직시나리오를진행하 는기계적인입으로작동한다. 이곳에는 인간들이 넘쳐나지 만, 인간들의 집단이라 부를 만한 것은 없다. 오직 기능적 인 신체, 기계적인 신체들의 집합이있을따름이다. 거대한 뇌와 수많은 입. 그 분 절되고기계적인신체들이모 여작동하는괴물이바로보이 스피싱조직이라할수있다. 반면 서준(변요한)은 느낌이 좀다르다. 먼저이영화의액션이통상적 인 액션 영화의 그것과 다소 다르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서준(변요한)은 분명 신체적 인 능력도, 수사 능력도 뛰어 나다. 하지만 그는 자주 맞는 다. 장르적 관습에 의할 때 이 런공격쯤은당연히피하겠지 싶은순간에도그는의외로얻 어맞는다. 또 맞을 때에는 멋 있게 맞지 않고 정말 아프게, 온몸으로묵직하게맞는다.이 런장면들은그의신체에가해 지는타격그자체를포착하고 있다. 분명 서준은 비상한 머 리와수사능력을십분활용하 고있겠지만,스크린에서돋보 이는것은그계획을온몸으로 실행해나가는지극히인간적 인그의육신이다. 그는건물의전력을차단할때 에도배선을쥐어뜯은것처럼 끊어놓고, 막 공격을 받을 것 같은위험한순간에도누가때 리든말든휴대폰으로메시지 를 보내는 일에만 집중한다. 전설적인실력에비해그의방 식은어찌보면과격하고무식 하다. 이 순간 서준은 자신에 게가해지는타격에도아랑곳 하지않고위험을맨몸으로헤 쳐나간다. 그러니까 <보이스>는 필요에 따라 절단된 '기계적'인 신체 들, 오로지 뇌와 입 만으로 움 직이는현대사회의악령(보이 스피싱 조직)을 하나의 뜨겁 고 온전한 육체(서준)가 돌파 하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피 [보이스]가 그저그런 액션영화가 아닌이유 by영화평론가홍수정 이영화의성취에대하여 싱조직을추적하는스토리는 이과정을보여주기위한뼈대 에 불과하다. <보이스>가 스 크린을통해정말로보여주고 싶은것은기계화된육체사이 를활보하며그것을무력화하 고끝내파괴하는지극히인간 적인육체의활동이다. 곡사의필름이늘현대사회의 공포를얼마간품고있다고한 다면<보이스>에서공포를전 하는 것은 목소리 그 자체이 다. 이 목소리가 성가시고 악 독한것을넘어공포의영역으 로넘어간다면,그것은단순히 상대를속이고돈을빼앗기때 문이아니라,분명인간에게서 나온것임에도인간성을상실 한채로바이러스처럼사회를 떠돌기때문이다.그것들은마 구늘어나고있다. 인간에게서 나왔지만 인간성 을 탈각한, 오로지 악의만을 담은 채로 떠도는 신체들. 그 것이야말로2021년우리가직 면한 공포가 아니냐고 <보이 스>는말한다. 그리고곡사는그정반대의지 점에 있는 것을 소환해낸다. 뜨거운 피가 도는 온전한 육 체를 불러내어, 오로지 그것 만으로공포의실체를스크린 에불러내고파괴를시도하는 것이다. 이때영화는스마트하고일사 불란한 범죄 조직을 그저 피 묻은손으로무식하게쾅쾅내 리치듯과격하고대범하게접 근한다. 이 영화가 지적받는 투박함은아마도이런스타일 에서일정부분연유하는것이 라고생각한다. 그런데그많은결함에도불구 하고나는곡사의방식을지지 한다.그리고이것이야말로영 화가이기계화된악한신체들 을대면하는제대로된방법이 라고 믿는다. 성근 서사에도 불구하고오로지신체의액션 만으로문제해결을시도하는 <보이스>의연출은,기이하게 도 이런 결함 때문에 오히려 더영화적이라느껴진다.마치 거대한기계안을활보하며이 리저리고장을내는듯한서준 의모습은그래서인상적이다. 그가얻어맞고넘어지는인간 적인모습도이영화의오점으 로느껴지지않는이유다. 그런데과연곡사가이런점을 선명하게전달하는데성공했 는지를물어본다면,선뜻그렇 다고 대답하기는 힘들 것 같 다. 이 영화를 두고 이야기는 성글고,액션은쾌감이부족하 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나는<보이스>의진정 한가치가서사나액션에있지 않고,그기저에흐르는 '기계- 신체를돌파하는인간'에있다 고 본다. 그런 점이 연출을 통 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서, 지금 영화의 이면에 무슨 일 인가벌어지고있다는점을더 많은관객들이느꼈다면좋았 을것이라는생각이든다. 그러나<보이스>가그저그런 액션영화라는평에는동의할 수 없다. 이 영화는 지금 한국 을배회하는공포를포착해그 것을대면하고영화적인방식 으로파괴를시도한작품으로 기록되어야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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