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18 ivisionmagazine.com FRI. 10. DEC. 953 ⓒ본광고이미지는비전매거진이제작하였습니다. 이혼을 축하해달라고? by황서영 그들의결혼과이혼,그리고연애 얼마 전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평소에들리지않 던시끄러운음악소리가들렸 다. 어디서 파티라도 하나 싶 어 두리번거리던 찰나, 어디 선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 가들렸다. "너도건너와서맥주한잔할 래?" 옆집에 사는J였다. 오랜 만에친구들을불러하우스파 티를하고있다며평소안면이 있던나에게도초대를한것이 다. 평소에 마주치면 인사를 살갑게 하는 사이긴 했으나 ' 집에 초대까지 해서 함께 술 마실 정도는 아닌데...... 그냥 예의상하는말인가?'싶어2.5 초 정도 망설였다. 하지만 오 랜만에듣는신나는음악비트 와왁자지껄한사람들의즐거 운웃음소리가,코로나로인해 2년간파티는구경도못했던 나를유혹하고있었다. J의마 음이 변할까, 황급히 '예스'를 외치며무리에합류했다. 그날 J의 집에 모인 친구들은 총 6(D, K, C, T, N, M) 명이었 다.처음엔쭈뼛거리며어색하 게인사를했지만역시나술의 힘은 대단한 것. 맥주 한 캔을 비우기도전에나는평소보다 말이 많아졌다. 나는 처음 만 나는 자리이다 보니 서로 소 개를하며많은대화들이오갔 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 었다.D는싱글대디로혼자아 이들을 키우고 있고, K는 (일 단 아직까지는) 비혼 주의자 인싱글, C와T는특별한사연 없이각각서로의남편과함께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다. J는 N과십수년전이혼했으며지 금까지친구로지낸다고했다. 그리고어쩐지나보다훨씬어 려 보이는 M은 J와 N 사이에 낳은딸이라고. 놀라웠다.이혼한부부가각자 의 새 파트너들과 (그리고 그 의 자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아무렇지않게파티를열고즐 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미국드라마에서나나올법한 이야기를 현실에서 경험하는 순간이었다.더욱놀란것은M 도불편하거나어색한내색이 전혀 없이 그 자리를 거리낌 없이즐기는모습이었다(적어 도내눈엔그랬다).파티를열 었던그집에는J의현재아내 와그들사이의자녀들도함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처음 본 나에게예전아내와이혼한이 야기를아무렇지않게이야기 하는D와,결혼은아직싫지만 연애는하고싶다는K의자연 스러운당당함이나를놀라게 했다.상대적으로보수적인한 국에 비해, 결혼과 이혼, 그리 고연애에대한이들의자유분 방한태도는강렬한문화충격 으로다가왔다. '미드적인 상황'을 직접 경험 한것은그날이처음이었지만 생각해보면,이런종류의놀라 움은캐나다에오고나서드물 지않게간접적으로경험했었 다.일을하며알게된많은동 료들이 그랬다. 40대인 M은 퇴근을 하기 직전, 여자 친구 가 최근에 3번째 아이를 출산 했다며 입이 귀에 걸린 채 아 기사진을보여줬고,20대인A 는출장을가던비행기안에서 남자친구와오픈릴레이션십 연애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 리고 60대인 E는 점심시간에 식사를하며자신의이혼소식 을전했다.가장인상적이었던 E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오래 전에 이미, 자녀들이 모두 대 학에진학하면각자의인생을 새로시작해보자고아내와합 의를 했었고, 얼마 전에 드디 어 이혼을 하고 각자 새 출발 을 하게 되었다고. 대화 처음 엔이혼을이야기하는그의표 정과말투가너무나밝고유쾌 한나머지,내가'divorce'라는 영어단어를잘못들은줄알 았다.그리고E는냅킨으로입 을닦으며자신의인생에제2 의챕터가펼쳐진것을축하해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 모 든 이야기를 하는 내내, 마치 수학여행을하루앞둔중학생 처럼기쁨과설렘을온몸으로 표현했던그의모습이아직까 지도생생하게기억난다. 어른들뿐아니라학교에서만 난아이들도별로다르지않았 다. 스텝-마더, 스텝-파더, 스 텝-시스터, 그리고 스텝-브라 더에 대한 이야기를, '어제 우 리집고양이가현관에오줌을 쌌지 뭐야'라는 말을 하듯 대 수롭지 않게 했다. 그들의 가 정환경에대해아무런사전정 보가없었던나는촌스럽게도, 적잖이당황하고말았다. 서구사회의이혼율이매우높 다는것은그리새로운사실이 아니지만솔직히한국은그에 비해현저히낮을거라고막연 히 생각했었다. 그런데 최근 (2019년)에 발표한 OECD 국 가의 이혼율 중 한국이 9위, 아시아에서는 1위라니? 그러 니까 문제는 이혼율의 순위 가아니라,그것을받아들이는 사회의시선과관점의차이이 다. 이혼을 한 이력은 '실패한 결혼'이라는, 혼전임신을 하 면 '속도위반'이라는, 그리고 결혼 적령기를 넘긴 비혼 주 의자(혹은 독신 주의자)들에 게는 어딘가 하자가 있는 '노 처녀노총각'이라는꼬리표를 붙이는한국의오래묵은통념 과 일률적인 잣대가 문제다. 그것들은 전통적인 형태에서 벗어난개인들의삶의형태와 가치관을다른게아니라틀린 것으로,과정이아니라실패로 만들어버린다. 이혼을쉽게생각해야한다는 것도,오픈릴레이션십을권장 해야한다는것도아니다. 하지만나는이들이부럽다. 어떤 방식으로 살고 있든, 자 신들의과거와현재가흠이아 니라 그저, 당연히 다를 수 있 는차이일뿐이라는삶에대한 태도와,개인의기준으로타인 을함부로평가하지않는무관 심한 포용을 가지는 이 사회 가 부럽다. 그런 환경에서 보 고자란아이들이자신들의조 금다른가정환경을창피한것 이나감춰야하는것으로느끼 지않을수있는것은어찌보 면매우자연스러운결과가아 닐까. 한국 사회의 전통적인 기준으로 '정상적'이지 못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했던 나는 유년기가 가혹하리만치 불행 하고힘들었다.과거로되돌아 갈 수도, 다시 태어날 수도 없 다는 걸 알지만 '나도 이런 환 경에서자랐다면지금의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생 각을어쩔수없이하게된다. E는 이혼 후 몇 개월 지나지 않아회사를그만두었다.이혼 절차를 마친 후 이사를 한 그 는 어플을 통해 만났다는 '어 매이징'한 여자 친구와의 일 상들을 이야기하며 행복해했 었다. 지금은 연락이 끊겨 더 이상 소식을 들을 수 없지만 그의유쾌했던얼굴이떠올라 가끔 생각난다. 제2의 인생을 용기있게시작한E가더욱행 복하고 즐거운 에피소드들로 인생의 페이지들을 채워나가 길,멀리서그리고마음속으로 나마 응원한다. 더불어, 희망 한다. 한국 사회가 다양한 가 정의형태와개인이선택한삶 의형태에부디좀더관대,아 니차라리무심함으로대해주 길, 그래서 부모와 아이들, 사 회의모든구성원들이더이상 악플같은꼬리표로상처받지 않고그늘로숨지않아도되는 날이하루빨리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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