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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ozkoreapost.com FRI. 15. APR. 968 ⓒ본광고이미지는비전매거진이제작하였습니다. 엄마의 찬장 by단어벌레 해서마치내가엄마의찬장에 서상추겉절이냄새만훔쳐온 건아닌가의심하게된다. 학교에서돌아왔는데집에엄 마가 없으면 배가 고팠다. 그 게실제의허기였는지엄마가 없는집안의휑뎅그렁한기분 탓이었는지분명치는않다.초 등학생인나는부엌미닫이문 을 열고 들어간다. 어둑한 부 엌에 서서 찬장 문을 옆으로 밀어 열면 거기 상추 겉절이 가 있었다. 아니 상추 겉절이 의 냄새가 있었다. 분명 찬장 안에 상추 겉절이만 있었던 게 아닐 텐데 내가 기억하는 건 상추 겉절이 냄새가 전부 였다. 상추 겉절이가 없는 날 에도 냄새는 남아 있었다. 나 는 그 냄새를 맡으려고 찬장 을 연 사람 같았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냄새를몇번맡고 나면 다시 힘이 났다. 이 글을 쓰는지금도그냄새가코끝에 맴돈다.간장에고춧가루가섞 인매콤하고짭짤한양념냄새 는점점진해져서나를감싸고 책상주위로퍼져나가마침내 방 안 전체로 퍼진다. 숨이 죽 은상추가납작하게누워있던 접시에서풍기던짠냄새를엄 마냄새처럼맡았던날로돌아 가면그곳에는엄마의찬장이 있었다. 찬장을 열 때마다 상 추 겉절이의 냄새가 났다. 그 런 날은 배가 고팠고, 엄마는 없었고,나는어린애였다. 양념을듬뿍얹은상추가금방 숨이죽는다는걸엄마가몰랐 을리없다. 엄마는 남은 상추 겉절이를 왜 찬장 안에 넣어두었을까? 상추 겉절이는 왜 항상 몇 장 씩남았을까?왜다먹지도못 할 만큼 많이 만들었을까? 찬 장속에남아있던상추겉절이 는 어떻게 되었을까? 설마 그 렇게흐물흐물해진상추를누 가 먹기는 했을까? 음식에 까 다롭던 엄마가 그걸 왜 보관 했을까? 엄마가 상추 겉절이 를만들던마음은무엇이었을 까? 만들기 쉬운 반찬이라서? 빈약한밥상을풍성하게보이 려고? 혹시 엄마도 상추를 길 렀을까? 엄마도 나처럼 신부 의 꽃다발 같은 상추 잎에 반 했던 걸까? 엄마는 그걸 좋아 했을까? 엄마도 상추 겉절이 를 만들면서 엄마의 엄마를, 그러니까나의외할머니생각 을 했을까? 엄마도 상추 겉절 이를 냄새로 기억할까? 엄마 도 찬장 문을 열고 엄마를 찾 았을까?혹시,정말그랬을까? 상추는잘자란다. 손가락두어마디에도채미치 지못하는올망졸망한모종을 심느라수선을피우던봄이무 르익어작약이스러지고장미 봉오리가부풀어오르면상추 는절정에이른다. 곱슬거리는상추잎을모아쥐 고레이스로감은꽃다발인양 기꺼워하는시기는그러나오 래가지못한다.머지않아끄트 머리에작은구슬들이맺히는 데그건상추꽃이곧필거라 는예고이자보들보들한상추 잎을 얻을 수 있는 날도 며칠 이면 끝이 난다는 예고다. 새 로나오는잎들이작아지고식 감도 뻣뻣해 진다. 아무리 상 추라 한들 오고 가는 계절을 피할수는없는일이다. 봄이면 제일 먼저 상추를 심 는다. 처음 모종을 심은 후에 는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고 살핀다. 상추는 보통 사월 하 순에 심지만 올해 사월은 마 치 초여름 같아서 조금 일찍 심었을것이다.날씨는오월까 지널뛰기를해서때로서리가 내렸고비가오면오히려추워 졌다.계절이지나온저편으로 다시 돌아 가려나 싶었다. 하 루 걸러 내린 비는 봄을 부르 는비가아니라식물의성장을 멎게 하고, 지켜보는 이의 가 슴을 서늘하게 하는 비였다. 오월이거의끝나갈무렵이되 어서야 찬 기운이 사라졌다. 좀처럼자라는기미를보이지 않아답답했던상추가드디어 움직이기시작했다.마치늦은 걸만회하려고애를쓰는것처 럼맹렬히자라서상추를심은 화단은곧소인국의숲처럼무 성해졌다. 아침저녁으로 상추 잎을 따기에 바빴다. 하루 걸 러상추쌈을먹고모든샐러드 에상추를넣기시작했다. 이사 온 후 며칠 지나지 않았 을 때 아랫집 아저씨가 산 쪽 으로난옆문으로들어와서마 당에있던내게상추를안겨주 고 돌아갔다. 그날 점심에 상 추쌈을먹으며우리마당에도 상추를심어야겠단생각을처 음했을것이다. 이듬해봄, 모 종가게에가서야상추가한두 종류가 아니란 걸 알았다. 아 무 때나 심으면 안 된다는 것 도, 봄 한 철 먹을 수 있을 뿐 금방 세어 버린다는 것도, 자 라는속도를따라잡지못해어 느순간애물단지가되고만다 는 것도 그때는 알지 못했다. 해마다가을이면구근을묻고 봄이면상추를심었다.상추는 사월에애지중지보살핌을받 고오월에는어여쁘게접시에 담겨상에오르다가유월이면 눈만마주쳐도절로한숨이나 는천덕꾸러기가되었다.상추 쌈, 상추 샐러드, 상추 겉절이 에질려있던어느날상추튀 김이란 게 있다는 얘기를 들 었다. 유명한 분식집 메뉴라 고 했다. 상추로 튀김을 한다 고? 깻잎도 아니고 그렇게 물 기가많은상추로튀김을어떻 게 할까? 궁금하면서도 신이 났다. 상추를 튀기는 게 아니 라 튀김을 상추에 싸 먹는 것 이란다. 상추 떡도 있다는 데 그건어떤맛일까잠시궁금했 지만 상추 잎을 넣고 만든 떡 이라니자세히알아보기도전 에흐물거리는상추잎이보이 는듯해저어하는마음이먼저 차올랐다. 별 수 없이 또 상추 겉절이를 만든다. 상추를 한 양푼 뜯어 서 찬물에 담갔다가 씻는다. 물기를거둔상추에간장과고 춧가루로만든양념을뿌려휘 리릭 무친다. 금세 숨이 죽으 니 식구들이 자리에 앉을 때 무쳐서 바로 올린다. 그 짧은 동안 내 몸 안에는 엄마가 있 다. 상추 겉절이를 자주 만들 었던엄마는상추를자르지않 고 온전히 사용했다. 마치 깻 잎김치를담는것처럼상추를 한 장 펴고 양념을 얹고 다시 그위에상추를올리고양념을 바르는식이었다.여전히음식 만들 때 양념을 아끼면 뭔 맛 으로먹느냐는엄마이고보면 아마상추겉절이에도간장과 고춧가루와 깨소금이 듬뿍듬 뿍얹혔을터였다. 지금도상추겉절이란단어를 보거나들으면간장과고춧가 루가 섞인 양념 냄새가 어딘 가에서풍겨온다.그러니까내 게상추겉절이는맛이아니라 냄새로기억되는음식이다.상 추 겉절이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하자마자서늘한부엌 벽 쪽에 놓였던 나무 찬장의 문을 열면 훅 끼쳐오던 짭조 름한 냄새가 훅 끼쳐온다. 물 기를 뺀 상추를 서너 번 자른 후에양념을뿌리고펼친손가 락으로뒤섞어들어올릴때마 다, 채친 오이와 양파를 고명 처럼흩뿌릴때마다엄마냄새 가퍼진다.좋아하거나좋아했 던기억은없는데냄새만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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