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34 ozkoreapost.com FRI. 20. MAY. 973 아이의등교가끝난오전9시. 오늘도 먹이고, 입히고, 씻기 고, 다정하게 아이의 손을 잡 고 학교까지 등교시키는 세 상좋은엄마의역할을무사히 마쳤다.허둥지둥현관을들어 선순간마주하게되는집구석 꼬락서니.다시현관문을열고 어디든좋으니나가고싶은그 런날들이무한반복되면서아 무에게도방해받지않는이시 간에내가하고싶고,할수있 는일을찾아야한다고생각했 다. 없다고 생각했던 내 시간 들을긁어모아나를위한어떤 일을해야겠다고생각하는순 간아침이달라졌다. 그동안 늘 책이 고팠던 엄마. 하지만 엄마라는, 주부라는, 아내라는이름이붙여지는순 간 책을 펼칠 여유가 없었던 시간들이있었다.오후2시,생 계를 위한 출근 전까지 해야 될일들이산더미처럼느껴졌 지만지금부터미루고미뤘던 ‘내 일들’을 먼저 끝내기로 마 음먹었다. 아침에 학교 갈 준 비를 하는 아이와 함께 나도 같이 준비를 한다. 아이의 책 가방을챙기며,작은에코백에 나를위한물건들도함께챙긴 다. 책 한 권, 노트 한 권, 작은 가죽 필통, 커피 한잔을 채운 텀블러를챙겨넣은것이전부 다. 하지만 나의 소박한 그 에 코백을 한쪽 어깨에 걸쳐 매 는 순간, 세상 그 어떤 최고의 명품백이부럽지않은행복을 안겨준다.그리고무작정집을 나와근처도서관이든,인적이 드문공원벤치든앉아서책을 읽기시작했다. 글이 쓰고 싶은 날에는 차 안 에서, 근처 카페에서 책을 읽 고 글을 썼다. 아이가 초등학 교에 입학하면 나를 위한 시 간을갖겠다는결심을행동으 로옮기기시작했다.이렇게2 시간정도나를위한 ‘내일들’ 을위해매일어디론가출근을 했다.그런데결론부터말하자 면, 잠시 다른 일들을 버려두 고 시작된 이 선택 덕분에 나 는 더 좋은 엄마가 되어가는 것 같다. 오롯이 나를 위한 시 엄마에게필요한것은 사라진자신을되찾는시간 by꿈대로되는사람 지만,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 어그곳으로향하는것이감사 함으로밀려온다.발걸음이가 벼워진다. 사라진엄마의시간을찾는그 시간을통해엄마의지쳐버린 일상에 아물 것 같지 않던 마 음의 상처, 자존감의 상처는 매일 생채기를 내는 대신 희 망을 품게 한다. 그렇게 나를 위해기꺼이내어주기로결심 한 짧은 시간 덕분에, 엄마의 알 수 없는 공허감과 허무함 으로뚫려버린가슴속구멍들 이 메워지고 있다. 머릿속 생 각들이몸으로옮겨지면서지 극히당연했던일상들이감사 함으로전해졌고,반복되는일 상도전보다지루하지않게되 었다. 오로지 ‘나’로존재할수 있는시간, 오로지 ‘나’만을위 한시간이일상에더해질수록, 그사라진시간을되찾으려할 수록, 내 삶의 색깔은 더욱 밝 아지기시작했다.일상의떨리 는 설렘, 기다려지는 짧은 시 간이 있다는 것이 삶에 놀라 운집중력과감사함을선물해 준다는사실을경험하며오늘 이가장좋은날이라고느끼게 해주고있다. 나를채우고나서야비로소내 아이,내남편을더잘챙길수 있었다. 내가 채워지는 순간, 그들이얼마나소중한존재였 는지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우 리가 함께 하는 식사가 더 감 사해졌고, 우리가 함께 하는 공간이더이상답답하지않을 수 있었다. 이제 사랑하는 그 들을 위해 내 시간을 내는 것 이더이상희생이라는생각이 들지 않는다. 함께 해줘서 고 마울 따름이다. 하루 중 짧은 시간을 서로 ‘따로’ 또 ‘각자’ 라는이름으로갖기시작한시 간 덕분에 엄마는 이제 ‘함께’ 라는소중함과‘끈끈함’이라는 진한 감정을 배워가고 있다. 엄마인나에게정말필요했던 것은언제인지도모르게사라 져 버린 스스로를 찾는 짧은 시간이었음을 잊지 않아야겠 다. 언제나 그런 시간을 선택 하는하루는옳았다. 간으로채워진그시간에엄마 는 더 과감하고, 자신감이 넘 치며, ‘미래’라는 것을, ‘꿈’이 라고 하는 것을 끊임없이 생 각하게되었다.그렇게채워진 시간은엄마의시선과마음에 큰변화를일으켰다. 알랭 드 보통의《낭만적 연애 와그후의일상》에나오는한 구절.“일주일내내이집이제 대로돌아가게하려고내머리 가 하잘 것 없는 생각들로 얼 마나 복잡해지는지 알아?” 나 도 이런 말을 수없이 내게 던 지며 지난 결혼 생활 기간 동 안주부9단인척,살림고수인 척하며소꿉장난수준의살림 을 해왔다. 그렇게 성에도 차 지 않고, 발전도 없고, 도대체 관심도생기지않아허술하기 짝이 없는 이 일을 10년 남짓 해오면서매일이렇게평생을 해야 하나? 하는 회의감까지 들었다. 그때 겨우 세 식구로 구성된 스무 평 남짓 작은 집 구석을그나마사람꼴로살아 가는집으로돌아가게하려고 내가들이는시간과노력들에 대해서진지하게생각해보았 다. 그리고 많은 질문들이 던 져졌다. ‘이렇게 살림을 해도 되나?’, ‘이렇게아이를키워도 되나?’,‘도대체다른집들은삼 시세끼 무얼 해 먹고 사나?’, ‘ 공과금이나각종세금,생활비 등은 얼마나 지출이 되고 있 나?’, ‘떨어진 생필품은 뭐지?’ 이작은공간을위해떠오르는 하잘것없는생각들이멈추지 않고끊임없이질문들을쏟아 냈고,금세머릿속이복잡해지 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야 될 일들, 처리해야 될 일들, 챙겨 야될일들로가슴까지답답해 지려고할때,불쑥몇시간전 에읽었던책내용들과주인공 들이 나를 다독인다. 책 읽던 그시간에꿈꿔보았던나의보 물지도가복잡한머릿속에펼 쳐진다.그동안꿈꿔왔던많은 일들이녹녹지않은현실앞에 서늘무너졌다고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결혼 생활이, 육아라는시간이엄마의성장 을가로막고있다고생각했는 데 그렇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오랜시간이걸렸 다. 엄마의 일상에 책과 함께 할시간을내어주면서이사실 을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이다. 책을통해신선한방식으로상 황을바라보게되었다.새로운 프레임을가지고삶의방향을 정하고있음을깨닫게되었다.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서, 매 일답답하게만느껴졌던내삶 의 공간에서 ‘가족’이라는 사 람들이 성장하고 있었다. 아 이는어느덧초등학생이되었 고,남편은대학원생에서벗어 나 직업인이 되었고, 나 또한 스스로아줌마의삶만크게느 껴졌을 뿐, 분명 엄마로서, 아 내로서,그리고일하는여성으 로서점점성숙해지고있었다. 많은책들은내게위로를건네 며이렇게말을건네주고있었 다. “너의작은움직임과소소 한 듯한 일상이 사실은 사람 을 키워내고 있었던 거야. 잘 하고 있구나!” 현실에서 달라 진건아무것도없는데엄마의 시선과마음엔분명변화가일 어나고 있었다. 책을 통해 다 시 미래를 꿈꿔보고, 어떤 삶 을살고싶은지스스로에게묻 는짧은시간만으로도나는충 분히존재가치가느껴지는멋 진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책을읽으며공감되고,도움이 될것같은구절들을끊임없이 메모하고,그때떠오르는모든 생각들을글로정리해두는시 간만으로도나는일상에서느 껴졌던갈증이어느정도해소 되고 있었다. 무언가 나를 위 해 대단한 일을 해준 것 마냥 스스로가 기특해졌다. 하루가 지나면어제일도제대로기억 하지못하던삶을벗어나매일 책을읽으며떠오르는수많은 생각들을정리해두는일은분 명삶에큰무늬를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냥 그냥 과거라는 나의시간속에묻혀흘러갔을 별것아닌소소한일상도소중 한 추억이 되고, 미래를 계획 하는인생지도가그려지는듯 했다. 무엇을 위해 살고, 누구 로살아가고있는지도몰랐던 ‘나’라는 한 사람이 스스로 자 신의역사를기록하고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더 욱 열심히, 가능하면 더 많은 시간들을나를위해기꺼이내 어주고싶어졌다. 책 한 권 들고나간 엄마의 짧 은 외출은 생각보다 얻은 게 많았다. 다시 들어선 집안 풍 경은 더 이상 예전처럼 힘들 게,불만스럽게느껴지지않았 다. 아이가 급하게 먹고 남기 고 간 아침 밥상을 보면서 오 물오물 아이의 작은 입이 떠 올라 미소가 지어지고, 급하 게출근하느라아이의등교를 보지못한남편에게서온아이 의안전한등교가잘이루어졌 는지확인하는문자에도애정 이느껴져마음이따뜻해진다. 엄마스스로를챙기며사라진 엄마의시간을되찾는시간이 준 선물이다. 몇 개월 습관처 럼이루어진엄마의아침시간 만들기는이제‘일’인듯‘놀이’ 가되어굳이에코백을챙겨나 가지않고도집에서자연스러 운 일상이 되었다. 눈앞에 펼 쳐진수많은집안의일거리들 에서잠시눈길을돌려도마음 이불편하지않을만큼우선순 위가만들어졌다.그렇게책장 으로눈길을옮겨혼자서누리 는 그 짧은 시간이 좋다. 읽고 있는책의페이지가넘어갈수 록, 글을 쓰는 손이 빨라질수 록,차곡차곡쌓이고채워지는 어떤행복감에가슴속허기가 달래진다.그렇게라도내어준 나만의짧은충전시간을보내 고나면이제더이상집은나 에게작고답답한집구석이아 니다. 우주를 품을 만큼 마음 껏 상상놀이를 즐길 수 있는 꿈의놀이터이며궁전으로탈 바꿈이 된다. 그러니 어찌 즐 겁게 쓸고, 닦고, 지지고 볶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달라진 기 분, 충전된 마음을 안고 시작 된 집안일은 나를 순식간에 살림 잘하는 엄마로 만든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시작된 집안일은 속도가 붙고, 어느 새 다시 분주한 출근 준비를 시작해야하는일상은반복되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NTUxN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