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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ozkoreapost.com FRI. 17. JUNE. 977 ⓒ본광고이미지는비전매거진이제작하였습니다. 작년겨울,TV채널을돌리다< 나혼자산다,안보현>회차를 보게되었다.전셋집으로이사 를 가서 집 정리를 하는 장면 이었다. 그는 친한 친구들과 함께집도배를하고, 직접발 품을 팔아 구매한 조명을 시 작으로 집 안 곳곳을 자기 스 타일대로꾸몄다고했다.그의 인테리어실력에감탄을금치 못하고있던것도잠시, 내마 음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생각한가지가있었으니. 역시 연예인이라 전셋집에도 인테리어를하는구나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패 널들이 그에게 질문을 던졌 다. 보통 전셋집으로 이사 갈 때는 인테리어 수리를 잘 안 하게 되지 않느냐고. 나 또한 언제 이사 가게 될지 모르는 공간에 시간과 노력, 돈을 들 여 인테리어를 다시 한다는 것은비효율적이란의견을갖 고있는사람인지라패널들의 질문에 대한 안보현 씨의 대 답이더궁금했다. 보통전셋집에2,3년정도살 잖아요.2,3년도저한테는소 중한것같기도하고. 그의 대답에 잠시 할 말을 잃 었다. 그가직접도배를하고, 인테리어를위해열심히발품 을 팔았던 이유는 돈을 많이 버는 연예인이어서가 아니었 다. ‘자기삶을존중하는태도 를가진사람’이었던거다. 잠 시머무는공간일지라도대충 살지 않겠다는, 좋아할 수 있 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 간으로 꾸며보겠다는, 내 취 향을 듬뿍 담아보겠다는, 자 기 자신을 향한 애정 어린 마 음을 가진 그런 사람. 온전한 내 집이 아니라고 해서 그 집 에서 살아가는 나의 삶도 스 쳐지나가는시간일뿐이라고 단단히착각하고있었다. 작년봄,SNS를구경하다감성 이 가득한 식탁 위 예쁜 화병 에 반해 덥석 구매를 했던 적 이 있다. 화병을 구매할 때만 해도 매일 아침 식탁 위의 꽃 들을 보며 안구 정화를 하고, 꽃에서나는향기와함께기분 좋은아침을시작하는내모습 을상상했다.현실은어떠한가. ‘어차피시들꽃사서뭐해,그 거치우는게더일이야. 막상 돈을 주고 꽃 사려니 아깝네.’ 결국해가바뀐지금까지화병 만 덜렁 식탁 위에 올려져 있 다. (가끔 연필꽂이가 되기도 한다.허허)예쁜꽃을보며감 탄하고,꽃이있는공간을발견 하면꼭사진을찍는나인데정 작내공간에는꽃이없다. 그러고 보니 적당한 크기의 침대, 적당한가격의소파, 분 위기에적당히맞는식탁이면 되었다.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을 때에도 식탁 귀퉁이나 소파 구석 자리에 기대 앉아 있곤 했다. 남의 집이니 지금 은 대충 공간에 맞춰 살자 싶 었던 거다. 내 집이든 아니든 나의 삶은 계속 이어지고 있 다는 사실을 그땐 몰랐다. 인 정하기싫지만공간을대하는 나의 태도는 삶을 대하는 태 도와 많이 닮았다. 정말 중요 한 거 아니면 적당히 하자 싶 고그런태도말이다. “잠시 머무는 곳을 내가 좋 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 는 것.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 사는 대신에 일상에 소소한 아름다움을 더하는 것. 그것 은 아주 작은 차이인 것 같지 만, 일상을 대하는 태도가 결 국 인생을 대하는 태도라 생 각하면 그리 작은 차이는 아 니다.” (김신지, 평일도 인생 이니까中) 두 번째 유산을 하고 가장 먼 저 한 일은 내가 오래 머무르 는 공간을 꾸미는 일이었다. 그 중에서도 무너진 내 마음 을 온전히 들어주는 일기를 쓰기 위해서, 독서와 필사를 하고 싶어서, 어떤 존재로든 나라는 사람을 지탱해 줄 무 언가를 만들어 내고 싶어서, 책상이라는 내 공간을 마련 했다. 지금도 애정을 가지고 꾸며가는 중인데, 책상이 생 기고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나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이 생겼달까. 어떤 상황이 닥 치더라도책상에앉으면다시 안정을 찾고 일어설 수 있을 것같은용기가생겼다. 부모가 되면 아기의 짐 속에 묻혀 자신의 공간을 잃어가 기 마련이다. 식탁에서 그릇 을 치우면 엄마의 책상이 된 다는 웃픈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엄마들이 자 녀들에게 좋은 공간을 만들 어 주고 싶은 마음을 1/10만 덜어서 자기 자신을 위한 공 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육 아 전쟁 속에서도 자기 자신 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잃어 버렸더라도 다시 되찾을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그런 공간 을. 그리고 다짐해본다. 언젠 가 엄마가 되고 육아에 혼이 쏙 빠지는 날들이 오더라도 내 책상만큼은 어떻게 든 사 수하겠다고. 엄마에게도책상이필요하다. 엄마도 책상이 필요해 by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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