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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ozkoreapost.com FRI. 17. JUNE. 977 이야기는 친구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아니 ‘카톡 프로필 사진(이하 ‘프사’)’에서 시작 되었다. 카톡 프로필 사진을 잘 바꾸 지 않던 친구K가 백만 년 만 에 프사를 바꿨다. 오랜만에 바뀐 친구의 프사에 다른 친 구가 관심을 보이자, K는 “패 셔너블하게 맨날 프사 좀 바 꿔볼라고”라고 했다. 재기 발 랄한 활동가형(ENFP)인 내 가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가없었다. “일주일간(매일프사바꾸기) 배틀한번해봐?” 호기롭게던진내제안에K는 혹했고, K와 비슷한 정도로 프사를 잘 바꾸지 않던 H는 니들끼리 하라며 한 발 물러 섰다. 매일 프사 사진 바꾸려 면 머리에 쥐 나겠다는 그 친 구에게, 우리가 이 나이에 매 일 바꾸는 걸 뭘로 해 보겠냐 며꾀었다.하루식사메뉴중 하나만 올려도 매일 바꿀 수 있을 거라며 미션의 수행 난 이도에대해걱정하는친구를 안심시켰다. 다른 일로 톡을 못본후배Y는가타부타의견 을낼기회조차갖지못한채, 50언저리친구4인방의‘매일 카톡 프사 바꾸기 미션’은 시 작되었다. 매일프사바꾸기로 시작된우리들의이야기 매일 프사 바꾸기를 가장 저 어하던친구H의프사에는주 로아이들의사진이나맛있어 보이는 요리 사진이 올라 있 곤 했다. 가족 여행을 다녀오 면 가족사진이 오를 때도 있 었다. 오랜만에 프사를 바꾸 고 이 미션의 물꼬를 제공한 K는자칭타칭 ‘식집사’다. ‘식 알못(식물을 알지 못하는)’인 나나다른친구들에게비공식 식물박사인K의프사가주로 꽃식물인 건 당연지사. 우리 들보다 한 살 어린 후배 Y의 프사는1년의젊음만큼사진 내용이 다채로웠다. 아이 사 진이었다가 꽃, 여행, 가족… 우리 모두의 프사를 한데 뭉 뚱그려 놓은 듯했다. 내 프사 에는 주로 그림을 그리는 나, 등산을하는나,딸과함께찍 은 나가 있었다. 프사엔 각자 의고유한삶이담겨있었다. 미션이시작된지3일째까지 H는 앓는 소리를 냈다. 매일 식사 메뉴를 달리 하는 것도 골치 아픈데 프사용 사진 고 르느라죽겠다며.그러던H가 3일이 넘어가자 적응이 되었 는지 우리 중 가장 먼저 프사 를교체하기시작했다. 반면에, 평소에 주기적으로 프사를바꿔오던난3일이지 나니 서서히 새 사진을 고르 는 게 힘겨워지기 시작했다. 꽃을 좋아하면 매일 다른 꽃 을 찍어 올리고 요리가 취미 라면 매일 다른 요리를 찍어 올리련만, 뭔가를 하는 내 사 진을 주로 프사에 올리던 내 게 매일 프사를 바꾸기란 생 각보다어려운과제였다. 미션수행5일째.핸드폰앨범 에서 최근 찍은 사진들 중 마 땅한 프사용 사진을 못 찾자, 아무사진이나갖다붙여야겠 다고마음먹었다.그렇게고른 사진 하나를 올렸다. 그날 내 가 올린 사진은 저녁에 동네 걷기 하다가 상가에서 발견 한 한 탕수육 가게 사진이었 다.탕수육을좋아하는아들을 위해비상용으로킵해둔것으 로,가게이름이 ‘행복탕수육’ 이었다. 프사에 가게 사진을 올리고프사문구를바꿨다. - 행복이 별 건가? 갖다 붙이 면행복이지.- 사진으로는좀부족했다싶어 부려본꼼수였는데금세들통 나고 말았다. Y가 바뀐 내 프 사를보더니대번에, “언니프사같지않아.” 라고 했다. 사진을 올리며 평 소의 나라면 절대 올리지 않 을 사진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를 아는 사람도 그걸 눈치 채는구나. 프사가 정체성을 갖는다는 걸 다시 실감했다. 다음날이 어린이날이라 얼른 ‘100주년 어린이날 축하’ 사 진으로바꾸며급조한사진을 내렸다. 다시 나를 찾은 느낌 이란이런걸까. 매일프사를변경하면서우리 의 이야기는 길어졌다. 우리 는 서로가 올린 사진에 관심 과 비평을 동시에 보였고 친 구들이 올릴 다음 사진을 궁 금해했다. 어느 날 저녁엔 톡 방에 있던 친구 두 명의 프사 배경이 동시에 텅 빈 것을 보 고는 프사 변경 시간대가 같 다는사실에30여년전우리 들의여고생때처럼깔깔대며 즐거워했다. 친구가 프사에 올린 꽃의 이 름과 꽃말에 대한 이야기는 어찌된게방탄(BTS)으로옮 겨갔다가 오십견으로 마무리 되었다. 우리들의 톡 수다는 중구난방으로 이어지다 결 국 건강 문제로 귀결되곤 했 다. 서로의 건강을 걱정하고 서로의 몸 돌보기를 독려하 며 하루의 톡 수다를 마무리 짓곤했다. ‘매일프사바꾸기미션’ 종료 하루 전날 저녁, 친구들에게 메시지를보냈다. “얘들아~ 기쁜 소식이 있어. 내일이미션종료일이야.” 친구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 았다. “벌써일주일됐어?” “아쉽네. 벌써 일주일이라 니…” 미션이 끝나가는 것이 못내 서운한모양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프사 바꾸기 미션은?그뒤로지금까지쭈 ~욱계속되고있다.따로약속 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하 루, 이틀 좀 늦어져도 재촉하 지 않고 다른 친구가 올린 여 러 장의 사진들 중 마음에 드 는 것을 자신의 프사로 대신 퍼가기도 하며 각자의 경계 성이조금모호해지고있다는 게약간의차이랄까. 매일 프사 바꾸기는 50 언저 리 친구들과 맞은 새로운 ‘도 전’이었다. 무엇엔가 도전이 라는 것을 해 본 지 꽤 되어 서, 나 스스로 매일 무엇인가 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낯 설어서, 그래도 서로에게 관 심을갖고독려하는친구들이 있어서, 실로오랜만에살~짝 설렜었다. K가어떤교수의말이라며전 했다.좋은걸보고사진을열 심히 찍는 사람은 현재에 충 실하게 사는 거라고. 좋은 걸 열심히 찍어 좋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사람은 얼마 나 현재에 충실하게 사는 것 일까. “찍고, 나누고, 사랑하라.” 현재를 충실하게 사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삶이 조금 은 무료하다 여겨진다면, 오 늘도 열심히 찍고, 나누고, 사랑하는 하루에 도전해 보 시길. 매일 카톡 프사를 바꾸고 알게 된 것 by 그루잠 ⓒ본광고이미지는비전매거진이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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