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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ozkoreapost.com FRI. 24. JUNE. 978 ⓒ본광고이미지는비전매거진이제작하였습니다. 나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 이)다. 어쩔 수 없이 사회생활 은 하지만, 그 흔한 조리원 모 임, 어린이집 엄마 모임, 유치 원 엄마 모임 하나가 없다. 있 다가자연스럽게사라진것도 아니고,애초에없었다.갈수록 사람얼굴을잘알아보지못하 는것도같다. 아이가유치원다닐때,햄버거 가게에서누군가말을건넨다. 아이와같은반친구엄마란다. 아이를 보니 알 것 같다. 그녀 가내게묻는다. “아, 00 엄마, 혹시 체대 나오 셨죠?” 앞에혹시는붙어있으나,뒤에 는이미확신이다. “엥,아니요 허허 … ”하고 웃으니 그분 말 씀이 “어머, 우리는 운동회 때 보고, 분명 저 엄마는 체대 나 온엄마다했는데.” 유치원운동회는예상보다규 모가 컸다. 학급 수가 많았는 데한아이당부모에조부모까 지참여한집이많아이렇게큰 곳을대여하나했던장소가꽉 찼다.초빙한전문사회자는또 어찌나맛깔나게진행을하는 지텔레비전에서나오는예능 프로그램을보는기분이다. 학창시절나는운동회,체육대 회때마다철저히방관자모드 였다.어떻게든선생님눈길을 피해저뒤에앉아몰래이어폰 을 꽂고 음악을 들었다. 처음 참여하는아이운동회에차마 그럴수는없었지만‘엄마들나 오세요~’가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가하며몇번을좀비처럼 나갔다가멀뚱멀뚱서있다오 며힘들어하고있었다. 신기하지만 감사하게도 부모 누구에게도없는뛰어난운동 신경을지닌아이는이어달리 기 대표로 나가서 1등을 하겠 다며운동회를한다는가정통 신문을받아온날부터설레했 다.달리기실력으로선수를뽑 으면당연히나갈거라자신했 던아이는,그러나당일가위바 위보에서져서출전하지못했 고아쉬움에나오는눈물을계 속닦으며씩씩거리고있었다. 그때또다시엄마들모두나오 라는소리가들렸고,이번에는 아이를달랜다는핑계로버티 다마지막에선생님에게걸려 두줄로길게선줄중우리팀 의 가장 뒤에 서게 됐다. 학교 다닐때를소환하는순간이었 다.그런데하필이면,앞에서부 터커다란훌라후프를한명씩 연속해서통과해줄의맨마지 막사람이뛰어무대앞에먼저 도착하는팀이이기는게임이 었다.아 … 망할 … 마지막으로뛴게언제였더라. 기억이없다. 100m달리기기 록은 그래도 좋았던 것 같은 데, 도대체 그때가 언제냐고. 아이 학교 운동회 때 반 대표 로나갔다가지는바람에반에 서역적이되었다는직원이야 기가머리에스친다.안그래도 속상한데엄마때문에우리팀 이졌다고하면감당하기힘들 것 같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러면서도나는운동화끈은 고쳐묶었다. 훌라후프통과는생각보다쉽 지 않아 보였다. 심장은 두근 거리는데앞에서자꾸걸리는 바람에아주천천히이동한다. 양쪽거의비슷한속도로오던 훌라후프가아뿔싸,내바로앞 에서계속걸린다.이미상대팀 주자는뛰기시작했다.마지막 으로내가훌라후프를통과했 을때이미옆주자는반정도 를간상태. 체력장때도이렇게비장한각 오로임하지않았다.뛰자마자 바로허벅지근육이뭉치는게 느껴질만큼전력질주를한다. 저 멀리 보이 던옆주자가 아주 빠른 속 도로 가까워진다. 양옆으로스쳐가는두줄 로선엄마들이앞에가는 주자와 나를 번갈아 쳐 다보며 엄청나게 소리를 질렀고우리줄의엄마들은나 를향해힘차게팔뚝질까지하 며응원의환호성을질렀다.옆 주자가무대가까이가며두팔 을흔들면서승리를만끽하려 는순간내가그녀를제치고먼 저 띠를 끊었다. 그제야 두 줄 로선엄마들말고도운동장에 가득찬사람들이나를보고소 체대나온엄마가된썰 by해울 리를지르고박수를치는것을 느낀다.운동선수들이“여러분 의 응원 덕분에 힘이 납니다” 했던것이팬서비스가아니라 진심이구나를 깨닫는다. 주저 앉을것같이다리는후들거리 고숨도잘못쉬고헉헉거리 면서도단한번도느껴보지못 했던성취감을느낀순간이다. 의도치않게이렇게극적인경 기를펼치다니.진행자는선수 출신엄마를데려오면어떡하 냐며너스레를떤다.후끈한분 위기속에옆주자와악수를나 누고선물까지받아들고박수 를받으며절뚝거리면서자리 로 왔다. 내가 달리는 걸 처음 봤을가족들은너네엄마엄청 빠르다며박장대소를했고,계 주를못뛰어속상해하던아이 는신이나서펄쩍펄쩍뛰어다 니면서 ‘우리 엄마 최고’를 외 쳤다. 운동회를 마치고 선생님들께 인사를하는데아이담임선생 님이말씀하신다. “어머, 어머니~ 00가 어머니 닮아서승부욕이있었네요!” 내평생승부욕이있다는말을 다들어보는구나.칭찬같은데 창피하다. 자그마치 4일을 허 벅지와발목군데군데파스를 붙이고 ‘삭신이야’를염불처럼 외며출근했다.하지만,지금도 그날이우리아이에게엄마가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이었 을것이다. 유치원엄마들은아직도나를 체대나온엄마로기억하겠지. 그것도 좋다. 언제 또 체대 나 온엄마가되어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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