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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ozkoreapost.com FRI. 24. JUNE. 978 ⓒ본광고이미지는비전매거진이제작하였습니다. 시어머니의김밥엔특별한맛 이 있다. 평범하지만 남기지 않고 꼬다리까지 다 먹게 되 는 맛. 다른 김밥을 먹지 못하 게만드는맛. 남편과연애시절에둘이서울 랜드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그때나는온갖재료들을넣고 정성스럽게 김밥을 준비했고 그김밥을먹어본남편은 “와~이거네가쌌어?정말맛 있다!” 다소과하다싶을정도의리액 션으로반응해주었고나는속 으로 ‘재료를 10가지 가까이 넣었는데 맛이 없을 수가 없 지’하고으쓱했었다. 그렇게리액션이좋았던남편, 남편을위해김밥을정성스럽 게 쌌던 나. 그렇게 우리 둘은 결혼을 약속했고, 달달한 시 간을 지나 웨딩 촬영하는 날 이 왔다. 그날 점심을 먹을 틈 이없다고생각했던나는김밥 을준비하겠다고했지만남편 은 힘들 테니 고생 말라며 극 구나를말리고본인이김밥을 준비해왔다. 그김밥은며느리배고플까봐 정성스럽게쌌다는말씀과함 께시어머니가준비해보내신 김밥이었다.같이들나눠먹으 라며밀폐용기도아닌찬합에 김밥을싸주신어머니.열어보 니 거의 20 줄 가까이되는 김 밥에총각김치가가득들어있 었다. 시어머니의 김밥은달다 by김선희 김밥은뭐그다지특별해보이 지는 않았다. 재료는 단무지, 계란, 당근, 맛살, 햄, 시금치... 식욕을자극하는비주얼도아 니었기에, 별 기대 없이 김밥 을먹기시작했는데정말혼자 서4줄은먹은것같다. 그 6가지 전형적인 재료들이 서로너무잘어울렸고그리고 어머님의 김밥에서는 특이하 게마지막에살짝달큼한맛이 느껴졌다.그달큼함이사라질 까봐입에또넣게되고 … 그 리고중간중간베어무는총각 김치는짜장면과단무지,치킨 과 치킨무, 피자와 피클보다 더절묘한콜라보였다. 결혼을 하고 나서 시어머님 표 김밥의 비법을 전수받게 되었고그게굉장히특별하거 나노력이많이들어가는비법 은 아니었다. 관건은 모든 재 료의 수분기를 쫙 빼는 데 있 었고그러기위해단무지까지 프라이팬에볶는다는것과그 리고특이하게밥에식초를살 짝 넣는다는 게 다 였다. 어마 무시한비법은아니지만그작 은차이는신기하게도김밥의 맛을뒤바꿔놓기에충분했다. 시댁에서는꼭무슨날이아니 어도김밥을싸는일이많았고 그날은점심과저녁을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그런 날이었 다. 점심엔 김밥을 싸서 뜨끈 할때바로먹고,남은건냉장 고에 넣어두었다가 계란물을 둘러프라이팬에구워서저녁 으로먹고 … 언젠가는형님댁에모여서시 어머니표김밥을싸서먹고있 는데믿어지지않지만형님이 내게이런말씀을하셨다. “올케. 그거 알아? 내 동생이 말이야. 남이 싼 김밥은 입에 도안댄다.오직엄마가싼김 밥만 먹어. 학교 다닐 때 걔가 인기가많았거든.소풍만갔다 오면 가방에서 김밥이 몇 통 씩 나오고 그랬어. 그게 다 여 학생들이싸다준김밥이었거 든. 근데 걔는 하나도 안 먹고 그냥 다 가져와서 내가 다 먹 고그랬잖아.” 갑자기연애시절서울랜드김 밥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남편의리액션은모 두거짓이었다는것을.남편은 그날 김밥을 먹은 게 아니라 김밥을먹어준거였다는것을. 그제야,아!!그래서웨딩촬영 날도극구자기가김밥을싸오 겠다고했던거였나싶었다. 연애시절엔 솜씨가 없으니 오 직재료만많이넣고만들면맛 있을줄알았고그렇게만든김 밥이남편의입맛에맞았을리 만무했다.어머님의달큼한김 밥외엔남이싼김밥은입에도 대지않았다는그까다로운남 편이 그걸 먹어주느라고 얼마 나 고생했을까를 생각하니 피 식웃음이나왔다. ‘아니.이사 람이내가그렇게좋았나?’ 이제 남편은 내가 싼 김밥 외 에 다른 김밥은 먹지 않는다. 하지만단서조항이하나있다. 꼭시어머니의총각김치와함 께여야한다는것. 양념이어찌나맛이있는지무 를익히지않았는데도오히려 익지 않은 무의 아삭함과 절 묘하게 어우러지는 시어머니 의 총각김치. 그런데 난 그 비 법을차일피일미루다가아직 까지도배우지못했다.하지만 서두르고싶은마음은아직없 다. 게으름 좀 실컷 더 피우다 가 한 10년쯤 뒤에 시어머니 께비법전수받으러가볼까생 각중이다. 그리고,내가비법을전수받으 러가는그날까지도총각김치 를 향한 어머니의 열정과, 총 각김치를 몇 통씩 담그실 수 있는 어머니의 근력과, 김밥 과절묘하게어우러지는총각 김치의그맛까지모두가한결 같기를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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