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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qldkoreanlife.com.au FRI. 1. JULY. 979 ⓒ본광고이미지는코리안라이프가제작하였습니다. ⓒ본광고이미지는코리안라이프가제작하였습니다. Improve your English • Aveo, 7 Braddock Street Robertson • Mondays 10:30am Call ilona 0400 374 666 (40 years teaching experience Asia & Australia) 8시, 퇴근하자마자먹을만한 게 있는지 뒤적거리다가 샐 러드를 해 먹고 남은 루꼴라 를 발견했다. 까맣게 잊고 있 던 녀석이라 흐물흐물하게 시들었겠거니 하고 열어보 았는데 줄기가 아직 뻐시다. 2주가 지났는데도 싱싱하다. 어째 처음보다 약간 자란 것 같기도하고. (믿거나말거나) 미리 물에 담가 전처리를 해둔 것도 있지만 와일 드 루꼴라에 비해 대 가굵으니오래버틸 수있었던것같다. 그냥 두었다가는 하루 이틀을 버 티지 못할 것 같 아일단꺼냈다. 집에 있는 것들 로 당장 해 먹을 수 있는 걸 생각 하니 김밥이 가장 만만했다. 자주 해 먹었던 것도 아니고 잘 아는 레시피가 따로 있는 것도 아 니지만얼레벌레대충말아먹 으면 되니 딱히 어려울 것은 없었다. 파릇한 루꼴라는 잘 씻어두고 밥을 지었다. 퇴근 후라 쌀을 미리 불려 둘 여유 는 없어서 물을 여유 있게 잡 아불에솥을올렸다.현미,흑 미, 조를 눈대중으로 섞었다. 넣을 만한 다른 재료를 고민 하다가냉동실에있는닭가슴 살 소시지를 넣기로 했다. 계 란지단같은걸채썰어풍성 하게넣어도좋겠지만아무래 도 귀찮아서 말았다. 이미 예 상치못한루꼴라의등장으로 일이조금번거로워졌으니이 쯤하는걸로선을그었다. 한 2주 전쯤 엄마가 보내 준 압력밥솥에 여태 적응 중이 다. 압력추가 격하게 흔들리 면 평정심도 같이 요동 치는 바람에 매번 밥이 조금씩 설 익는다. 아무래도 불이 부족 한 탓인 것 같다. 이럴 땐 전 기밥솥에 옮겨 재가열을 한 번 돌리는 꾀를 부리는데 이 게 최선인지는 모르겠다. 여 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 지만 이렇게 저렇게 쓰다 보 면 언젠간 요령이 좀 붙지 않 을까싶다. 푸석한밥대신찰 기 넘치는 엄마의 밥 맛을 얼 른내고싶다. 또 밥이 설익었다. 이번엔 타 이머까지 맞춰 나름 치밀한 자세로임했지만역시나불의 세기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아주 못 먹을 정도 는 아니라 바로 맛소금과 참 기름으로 간을 했다. 배고픔 을 넘어 배가 곯기 직전이라 설익은밥쯤은아무렴상관없 었다. 앞 전에 강릉에 갔다가 사 온 구운 곱창김을 꺼냈다. 얇디얇은데다가구멍까지숭 숭나있는구운김이다.속터 지는 상황이 보나 마나 뻔하 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 역시 나 그냥 쓰기로 했다. 오늘은 전체적으로 ‘이가 없으면 잇 몸으로’하는식이다. 최대한 터지지 않게 싸려고 김밥발을꺼냈다. 김위에밥 을 쓱쓱 펼치고 그 위에 루꼴 라와 반으로 길게 가른 소시 지를 올려 돌돌 말았다. 일단 은 무사했다. 하지만 칼을 대 니 예상대로 옆구리가 펑펑 터졌다. 찰기가 부족한 밥에 엉길만한 소스도 없다 보니 터진 김밥은 그대로 활짝 피 어버렸다. 당황해 얼른 오므 려입속으로밀어넣었다. 쌉 싸래하고매콤한루꼴라가닭 가슴살과담백하게잘어우러 져 정말이지 흠잡을 데 없이 맛있었다. 어차피 먹으면 똑 같다고 쿨하게 생각하면서도 손 끝은 아기 다루듯 조심스 러웠다. 어쩔수없이터진김 밥 서너 알은 다른 김밥에 서 로서로 기대어 붙여 놓았다. 감쪽같았다. 엄마표 싱근지(물김치)를 곁 들였다. 설익어 호화가 덜된 밥이라 어찌나 목이 메던지 싱근지 국물을 연신들이 켰 다. 아삭 거리는 루꼴라를 씹 을 때마다 터져 나오는 머스 터드 향이 코 끝에 오래 남았 다. 시계를 보니 벌써 9시 반 이훌쩍넘었다. 별것아닌것 인데도 무언가를 챙겨 먹는 건 적잖은 시간과 품을 요하 는 일이라는 걸 다시금 인지 하는순간이었다. 일의 성과가 곧 존재의 가치 를 좌지우지하던 때가 있었 다. 효율과 성과를 쫒다보니 밥 한 끼 해먹을 여유는 사라 진 지 오래였다. 시간이 없어 서라기 보다 생산성을 운운 하며 따지고 들다 보니 배달 음식이나 때우기 식의 식사 가 최선이었던 것이다. 그저 배만 불리는 시간이 아니라 는 걸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정해진양의시간을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조급해 졌다. 퇴근후마음을먹고밥 을준비하더라도오늘처럼늦 은 밤이 되고 나서야 일단락 이 되니 결국은 시간을 낭비 했다는죄책감비슷한무거운 마음이남았다. 다행히 이제는 잠시 멈춰 숨 고르는시간이얼마나중요한 지 알게 되었다. 지독한 번아 웃을4년가까운시간에걸쳐 완전히 통과하고 나서야 체 득한 사실이다. 최선을 다하 는 태도가 무조건적인 최선 이될수없다는점을말이다. 더불어최선의모양은완성형 이아니라만들어가는과정에 있기때문에경주마처럼끝을 모르고 내달리기만 하다가는 방향도 잃고 목적도 잃기 십 상이다. 그러니 잠시 멈춰 두 리번거릴 시간이 필요하다. 너무고루하고진부한얘기지 만 시금 털털해질 때까지 사 라지지 않은 데는 그만한 이 유가 있다고 믿는다. 물론 효 율적인방법을찾아실천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여전 히 중요한 부분이다. 다만 이 것이 삶의 가치와 의미를 결 정하는 전부가 될 수는 없으 므로 한 조각에 집중하기 이 전에, 그 이전에 다른 조각들 과의밸런스를더불어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균형 잡힌 그 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꽉 채워진 조각 뿐 아니라 빈 조 각도필요한법이니말이다. ‘어휴~’ 배도 부르고 쏜 살처럼 지나 가버린시간의속도를생각하 니 저절로 가쁜 숨이 터져 나 왔다. 무사 끝에 느낀 안도감 에 떠밀려 나온 숨이었다. 늘 어지는몸을일으켜설거지를 마치고 소파에 기대앉았다. 시계를보니이제막 10시16 분 언저리를 지나고 있었다. 시곗바늘돌아가는소리에한 번사로잡기시작하니소리가 점점 귓전에 가까워졌다. 낭 비라치부했던시간이요란하 게 흘러들어 빈 조각을 채우 고있었다. 빈조각을채우는루꼴라김밥 by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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