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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qldkoreanlife.com.au FRI. 22. JULY. 982 몇번언급한적있듯이내어 머니는거의맥가이버같은삶 을사셨다.폭우때문에배수구 가막혀물이잘내려가지않을 때도,오래된벽지를바꾸는도 배작업도,심지어시멘트를사 와서마당미장을하는작업까 지어머니혼자서해결하셨다. 물론보통의어머니들이다하 는그런일들까지당연히어머 니몫이었다. 밖에 나가서 일하시는 아버지 께서조금무심한성격인것도 있지만웬만한일은스스로다 해결하시는 어머니 덕분에 나 는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을 때 까지 세상 모든 여자는 다 그 런줄알았다. 아니, 적어도살 아가는데있어최소한의기본 적인센스는갖고있는줄알았 다.그건완벽한나의착각이었 다. 나이 서른이 넘어 지금의 아내를 첫 여자 로 만나고서야 그게아님을깨달았다. 사람마다 각자 나름의 장단점 이있겠지만아내가가진특기 나장점들은생활에전혀도움 이 안 되는 것들이 많다. 히든 싱어에 나온 가수의 목소리를 귀신같이 잡아낸다든가 너목 보에서 음치냐 아니냐를 기막 히게 가려내는 재주처럼 실생 활과는 무관한 분야에서 독보 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아내는 정작사람이살아감에있어알 아야할것들이나알아두면좋 은것에는전혀관심이없거나 일자무식인경우가많다. 이또한욕심일수밖에없겠지 만 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 나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 는여자를만나고싶었다.적어 도그런면에서아내는낙제점 에가깝다.오로지남편바라기 로사는그런아내를볼때마다 내가모든것을해결해야한다 는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르곤 한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딸아이가 온라인수업을할때의일이다. 수업중인딸아이가방에불이 켜지지않는다고해서아무생 각없이형광등을사서교체했 는데도불이들어오지않았다. 3개짜리 등으로 구성된 실내 등이동시에안들어올때어느 정도 예감을 했지만 아무래도 안정기수명이다된것같다는 생각이들었다. “어떻게됐어?불안들어와?” “등이문제가아니고안정기가 다 된 것 같아. 저건 간단하게 해결할수있는게아닌데…” “안정기가뭔데?” “설명하자면 길어. 확실한 건 업자를 불러서 해결하든가 아 니면날잡아서내가직접공사 를해야할것같아.” 안정기 : 기기의 동작을 안전하 게 하기 위한 회로 소자의 하나. 형광등따위의전등에시동전압 을준다든가전류를제한하는데 에쓴다. 다음날아이가학원에가고아 ‘고생했다’는 말한마디면되는데 by아르웬 그말하기가그렇게어렵니? 내가출근을한틈을타서빛의 속도로작업을했다.어차피있 어봤자두사람모두전혀도 움이안된다는것을잘알기에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혼 자하는게편하다고생각했다. 오래전부터 숙원사업처럼 생 각했던 LED로 집안의 조명을 다바꾸는작업을혼자한다는 것은예상보다힘든일이었다. 약 두 시간의 사투 끝에 아이 방과현관등,거실등을LED등 으로교체했다.온몸에땀과먼 지가범벅이된채스위치를켰 을때환하게들어오는불빛에 나자신이너무자랑스러워아 내에게사진을찍어보냈다. “당신은 좋겠어? 이렇게 능력 이 뛰어난 남자를 남편으로 둬서.” 기대조차 하지 않았지만 아내 는잠시의망설임도없이바로 답장을보내왔다. “원래그런거는남자가다하 는거아닌가?당연한걸해놓 고생색내기는” 한순간갈등을했다.이걸냅다 받아칠것인가그냥참을것인 가. 나는 후자를 택했다. 소모 적인입씨름을한다고해서달 라질것이없다는걸잘알기에 내린결론이었다.유독두개의 단어가 한동안 머릿속에서 맴 돌았다.‘원래....남자가....’ 집안일을 할 때마다 남녀 구 분이 없다고 줄기차게 주장을 하던 아내였다. 밥을 차릴 때 도, 청소를할때도, 빨래를널 때도 늘 같은 말을 반복했었 다. 그럴 때 거실에 누워 있기 라도 했다가는 돌고래 뺨치는 고주파 잔소리를 늘어놓던 아 내였다.“야~!!!내가너거들시 녀야?하녀야?당장안일어날 래?” 그런 상황에서 내가 “원 래그런건당연히여자가하는 거 아니었어?”라는 말을 내뱉 었다가는 아마 목숨을 부지하 기힘들었을것이다. 억울한마음에이이야기를지 인들(어쩌다보니죄다여자였 다)에게 했더니 이구동성으로 아내편을들었다.전기에관련 된작업은원래남자가하는게 맞다고. 나도 그건 인정한다. 가끔고도의기술을요하는분 야에서 특기를 발휘하는 여자 들이있긴하지만그런사람은 극소수이고 배관이나 전기 쪽 일들은 남자가 하는 게 맞다 고생각한다. 다만, 그럴때여 자는무심하게뒷짐지고가만 있어서는안된다는말을하고 싶다. 최악의 경우 뭘 해야 할 지도저히모를때엔일을마친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는 해야한다고생각한다. 거실등이난이도최상인데 그것까지해내셨으니 다른등은쉽게 교체하실수있을겁니다. 고생많으셨어요. 그날밤올린리뷰에판매업자 가장문의답글을달아주었다. 역시전문가의소견(?)은남달 랐다.내가고생고생한과정에 대해다알고있다는듯한공감 가득답글에큰감동을받았다. 이런말을아내가해줬으면얼 마나좋았을까.전기공사하는 것을콘센트에플러그잠깐뺐 다가꽂는것처럼쉽고간단하 게생각하는무지는그렇다치 고왜모든것을당연하다생각 하는것인지. 가사노동을 포함해서 부부간 의 일에 당연한 건 없어야 한 다.당연하다고생각하는순간 부터불행은시작된다는게내 생각이다.하지만아내는시도 때도 없이 ‘당연히…’를 외친 다. 가끔은 80년대 반공 표어 에서나쓰일법한기적의논리 를내세우기도한다. ‘내할일은나눠서,네할일은 너혼자’ “이사람아,다좋은데딸이당 신보고그대로배울까봐그게 걱정이다.” 내가점점백발노인이되는데 엔다이유가있다. 저조그마한쇳덩이가어찌나무겁던지ㅠㅠ 고생했어 고생했어 고생했어 고생했어 고생했어 고생했어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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