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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qldkoreanlife.com.au FRI. 5. AUGUST. 984 처음한국을방문해서, 느닷없이 우리부모님까지만나게된남자 친구가 혹시나 너무 불편해하지 않을까싶었던내걱정은나만의 것이었구나싶어헛웃음이났다. 아무리 외국인이라고 다 저렇지 도 않을 텐데, 오히려 처음부터 허물없이 능청맞게 우리 부모님 과지내는남자친구가다행이기 도했다. 하도 자연스럽게 정말 ‘내 집’처 럼 지내는 남자 친구에게 나중 에 물었었다. 진짜로 편해서 그 렇게 누워 있었는지. 보이는 것 과는 달리 우리 집으로 올라가 는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사실은 속으로는 무척 떨렸었다고 말해 주는그였다. 사실은떨리면서도 겉으론태연한척했구나싶어이 아이도똑같네하고넘어갔던해 프닝이었다. 그렇게 처음 우리 집에 남자 친 구로 방문했던 그가 두 번째 우 리집을찾았을때, 그는남자친 구가아닌나의남편으로지내게 되었다.결혼식을하러다시한국 에 온 그는 미리 만난 내 친척들 덕분에능청맞게두번째본우리 엄마 아빠 내 동생에게 바로 ‘장 머니’, ‘장인어른’, 그리고 ‘장동생’ 이라불렀다. 그리고 결혼식 바로 하루 전, 결 혼식주례를봐주실목사님을찾 아뵈었다. 교회에서일하시는엄 마와,엄마와함께일하시는권사 님,그리고목사님이나와남편을 반겨주셨다. 권사님께선드디어 내가결혼할사람을데려왔다고, 이렇게예쁘고잘생긴신랑을데 려왔다고우리를반겨주셨고, 모 두이렇게말씀하셨다. “편하게앉아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 ‘편하 게’라는말을남편에게통역을하 고의자에앉은다음,목사님께서 결혼하는 커플들에게 해주고 싶 은덕담을통역하기시작했다. 아무래도아끼는사람이고,또일 반적인대화보다는결혼전나누 는덕담이다보니목사님의문장 도평소보다길었고,그걸통역하 다 보니 시간이 더 더디 가게 느 껴질무렵이었다. 나는통역하기 위해남편과목사님,그리고중간 중간엄마와권사님과눈을마주 치기바쁘던와중에,순간권사님 의미간이조금씩찌푸려지는것 을발견했다.그이유는머지않아 밝혀졌다. 목사님이 한창 이야기를 하시 던 중간, 권사님이 나에게 눈치 를 주셨다. 그리고는 나에게 말 씀하셨다. “목사님이말씀하시는중간에끼 어들어죄송하지만, 그래도어른 이말씀하시는데팔을턱에꾀고 저렇게기대서들으면좀그렇지. 남편에게 한국에서는 어른이 말 씀하실때는그래도점잖게허리 를꼿꼿이세우고바른자세를하 고듣는게예의라고일러주는건 어떻겠니?” 권사님의 말씀에 목사님이 당황 하신 듯 괜찮다고, 그냥 편하게 들어도 괜찮다고 웃으며 말씀하 시길래얼른남편쪽으로돌아보 았다. 나는 남편 바로 옆에 앉아 서남편과반대쪽에앉아계신어 른들을보고있어서막상알아채 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직 이 모 든스토리를알아채지못한남편 을옆에서보니이미엉덩이가간 신히의자끝에걸터앉아있었다. 살바도르 달리의 흐르는 시계처 럼늘어져있는남편의허리와그 흘러내리는 몸통을 그나마 겨우 지탱하고있는것은테이블위에 턱을받치고있던그의팔꿈치였 다. 딱 봐도 흘러내리고 있는 그 의 자세는 퍽 예의 바르다 곤 할 수없는모습이었다.당황한나는 남편에게한쪽손으로입을가리 고소곤소곤신호를보냈다. “그렇게앉으면안되고다시자 세를고쳐앉아봐.” 그러자다시허리를바르게세우 고흘러내리던엉덩이를다시의 자 안쪽으로 끌어와 앉는 남편. 나는이런일이또반복될까짧게 남편에게덧붙였다. “한국에서는어른들이말하실때 그렇게앉으면안돼.” 그러곤다시목사님의말씀을들 으려고고개를돌렸는데다시머 리뒤에서소곤소곤남편의목소 리가들려왔다. “근데방금전에는 ‘편하게’ 앉으 라고했잖아.” 앗.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한 국사람들누구나쉽게하는말이 지만누구도그다지기억하지않 는 그 말을 남편은 참 잘도 기억 하고 있었다. 테이블 바로 옆, 바 로 앞에 앉아 계신 분들의 눈이 남편과나를계속쳐다보고기다 리시는분위기였지만, 남편도내 대답을기다리는눈치다.다시짧 국제커플들 사이에 정말로 문화 차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은 사람마다 혹은 커플마다 여러논쟁들을불러일으킨다. 나 역시 문화라는 분야를 잠시나마 전공하고 나서부터는 예전에는 쉽게 ‘문화 차이’라고 말하던 것 들도지금은쉽사리단정짓기어 렵다.하지만그럼에도나와남편 에게있어문화차이라고할만한 에피소드가몇가지있었다.그중 하나가 바로 한국 말 중에 “편하 게있어요”혹은“편하게지내”의 “편하게”이다. 편하게 지내라는 말의 뉘앙스가 이렇게달라질수있다는것을남 편을만나기전에는그다지인지 하지못하고있었다.그러나남편 이외국인이고,또외국인중에서 도나름자유로운영혼을가진남 편이다보니이“편하게있어”라 는말의“편하게”가이렇게넓은 스펙트럼을가질수도있다는것 을새삼경험하게된다. 남편이 아직 남자 친구일 때, 그 가 처음 우리 집을 방문하던 날 나의부모님은무척긴장하셨다. 내가남자친구라는존재를우리 집에데리고온것도처음이었지 만, 그 남자 친구가 외국인인 것 에더부담이크셨을것이다. 순수 한국어만 하시는 부모님은 남자친구가대문을열고들어오 자,반갑다며인사하시고이말을 하셨다. “집처럼편하게지내요” 영어에도 한국말 그대로의 의미 를 가진 “Feel at home”이라는 말이 있었고, 다행히 나는 우리 부모님이 의미하신 말과 내 통 역의의미가나름비슷했다고생 각했다.그렇게우리는서로어색 하면서도신기한첫만남을나눈 뒤,엄마의정성이가득한저녁식 사를 함께 먹었고, 나는 잠시 손 을씻으러화장실에갔다가화장 실문을열고거실로나오는순간 이었다. 문을열고눈앞에펼쳐진거실풍 경에 나는 순간 내가 우리 집이 아니라남자친구집에왔나착각 이 들었다. 물론 그런 착각을 하 기에우리집은너무나도한국적 인아파트에돌소파를가진집이 라이건분명독일이아닌한국의 우리집이맞았다.그럼에도불구 하고 이 집이 그의 집인가 순간 착각했던 이유는 그가 소파 앞 에 옆으로 누워 한쪽 팔을 귀 쪽 에괴고우리아빠와함께무한도 전을보고있었기때문이다.소파 에는우리아빠가오른쪽팔을괴 고 비스듬히 누워 계시고, 그 소 파 앞에, 그러니까 우리 아빠 앞 에떡하니아빠와똑같이붙여넣 기한자세그대로티브이를보고 있는이파란눈의남자친구. 그렇게우리는겨우겨우목사님 의결혼축하말씀및예식에서의 일정을 나누고 테이블을 빠져나 왔다. 교회를나와서돌아보는데 방금전상황이너무웃기면서동 시에심각해졌다. 이제는결혼식 전날덕담이아닌결혼식당일날 남편이또나에게무슨질문을던 질지모를일이었다.눈빛을가다 듬고다시남편에게설명하기시 작했다. “한국에선 눈치라는 게 있어. 아 무리편하게있으라고했다고분 위기에따라서너무편하게있으 면 안 돼. 누가 말하는지, 어디서 말하는지, 어떤상황에서말하는 지에 따라서 ‘편하게’가 진짜 편 하게 있어도 될 때가 있지만 너 무 편하게 있으면 안 되는 곳도 있다고” 내가말하고도웃기긴했다.독일 에선편하게있지못하는상황에 선편하게있으라고말할지는모 르겠지만,적어도아직편하지않 은사람을집처럼편하게있을공 간에초대할지도의문이었다. 생각해보니남편이했던말도맴 돈다. 정말 아직 불편하면 “편하 게 있지 마세요”라고 말해도 되 는건가. 그렇게 솔직할 수도 있 는건가? 그렇다고 한국에서 말하는 편하 게도이해하기어려운것은매한 가지였다. 진짜편하게는무엇이 고또너무편하게나적게편하게 는또무슨말이란말인가;) 한쪽은너무솔직하고다른한쪽 은 너무 복잡한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불편해도 예의 상편하게있어요라고말하는게 차라리 마음이 편할 것 같은 내 마음은또무엇이란말인가;) 설명하다보니웃픈데더웃긴건 이모든뉘앙스를한국사람들은 알아서어릴적부터배우고파악 해서행동하고있었다.이러니AI 가아무리발전한다고한들얼마 나 진짜 ‘한국사람’ 눈치가 있을 수 있고 그에 맞게 행동할 수 있 을까심히궁금해졌다. 그렇게모든한국적인것들을이 해시키기 위해 나에게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남편에게 ‘눈치’ 를 높여야 했다. 남편은 처음에 는어떻게말하지않고도알아서 그사람의마음과그공간의분위 기를알아챌수있는지,눈치라는 것은그냥단순한능력이아니라 거의초능력같다고말했다.그러 나 이제 나와 함께 한 시간이 조 금씩늘어난그에게도요즘엔제 법 눈치라는 것이 생긴 것 같다. 요즘은 내가 “오~ 제법인데?”라 고하면남편은시크하게한국말 로한마디한다. “저눈치많이없어요.하지만쪼 금있어요.”ㅋ 게소곤소곤떠오르는데로통역 이아닌의역을했다. “한국에서 ‘편하게’는 진짜 편한 건아니야” 혼자말하고도웃퍼서피식웃음 이 나오려던 찰나, 남편이 내 눈 을 바라보더니 또 조용히 물어 본다. “그럼 처음부터 ‘편하게 있지 마 세요’라고하면되는거아니야?” 나는순간확짜증이나는바람에 남편에게짱구처럼말대꾸좀하 지마!!라고말하려던찰나, 권사 님의목소리가들려왔다. “이렇게어른들앞에두고두사 람만 계속 소곤소곤 이야기하면 안되지” 맞다.우리는지금굉장히엄숙하 고진지한주례선생님을,그것도 목사님을만나고있었다.한국친 구였다면 ‘알아서’ 이 ‘분위기’라 는 것을 파악하고 ‘알아서’ 그에 맞는 ‘자세’를 취했을 텐데, 이렇 게종교적+문화적맥락없이사 람들입에서나오는말들만직역 하고통역하니오류가발생했다. 도대체 나와 남편 둘이 무얼 가 지고서로계속속닥속닥이야기 를 하는지 궁금해하시던 어른들 에게차마남편이물어본그질문 을바로이야기하진않았고,대신 나는 남편에게 속사포로 단호하 게말했다. “그냥지금은목사님이말씀하실 때까지만똑바로앉고목사님말 씀을잘듣거나듣는척을해” 한국말의 ‘편하게’는 어떻게통역하나요? by따뜻한선인장 외국인남편의눈치문화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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