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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qldkoreanlife.com.au FRI. 2. SEPTEMBER. 988 ⓒ본광고이미지는코리안라이프가제작하였습니다. “세상에서내맘대로안되는게 두가지가있대요,뭔지아세요?” “글쎄,내맘대로안되는게한두 가지라야지?...요즘너를힘들게 하는 게 있나 본데, 말해봐, 내가 아주혼구녕을내줄테니까.” “자식과골프래요...” 이 황당무계한 아는 동생의 말 을내가제대로들은게맞나,순 간 흠칫했다. 내 맘대로 안 되는 것중단연최고는자식일수있 다는데는동감이지만뜬금없이 골프라니. 골프가 맘대로 안된 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어디 자 식의 레벨과 동급이란 말인가. 그러나 요즘 동생이 골프에 열 을올리고있지...생각이미치자 이내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그 래도 그렇지, 자식은 비교불가 의 대상, 불가항력의 영역이라 고못을박았다. 세상에내맘대로안되는건많 다. 기대와 희망을 품고 가끔씩 이라도 꾸준히 사온 복권은 당 첨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 계수입은점진적으로늘어가지 만 지출은 급진주의자 답게 하 늘 무서운 줄 모르고 상승 중이 라 돈을 모을 새가 없다. 건강도 경계경보 수준에서 왔다 갔다 하니응급처방식으로약을털어 넣어 보지만 여전히 보합세다. 살, 살은 그야말로 살 떨리는 얘 기다. 배둘레햄이 꽉 낀 튜브처 럼 빠지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 면 운동도 해야 하나 말아야 하 나고민되는순간이다. 마음대로안되는게한둘이아 니지만 굳이 한 두 가지를 꼽는 이유는그것이현재진행중이며 그것으로인해어려움을겪거나 힘들다는 반증일 테다. 그 일에 열과성을다하며진심이지만내 맘에들지않을뿐더러기쁨이나 만족이라는보상을안겨주지않 는다는 뜻도 되겠다. 어쩌면 그 일을시작하면서기대가지나쳤 을 수도 있고 잘되는 것처럼 보 이다가도잘되고있는지의구심 이들기때문일것이다. 그렇다면 내게도 다시 시작한 골프는 골칫덩이다. 골프를 시 작한 것은 10년 전이지만 허리 어깨 손목 등이 돌아가며 아팠 던탓에족히7년은쉬었다.그래 도3년은친거아니냐고,시쳇말 로구력이3년이면다들‘몸이기 억할거아니냐?’라고한다.선수 할 것도 아닌데 취미로 하는 운 동에 얼마나 실력이 뛰어나야 만족하겠느냐며나의욕심이지 나치다고 질타한다. 그러나 다 들 모르고 하는 소리다. 덩치로 보나 깡으로 보나 구력으로 보 나드라이브를치면비거리200 은 족히 나갈 것 같다고 얘기하 지만덩치가산(山)만하다고모 두 소를 때려잡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결코엄살이아니다. 초보자 수준은 살짝 넘은 정 도에불과하다. 사실처음배 울때만해도골프가이렇게 나 어려운 운동이었는지 몰랐다. 제법 원하는 대로 공이잘나갔으니까. 다른데 서 배운 거 아니냐며 추켜 세워 줬으니까운동감각은타고났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 니었나 보다. 골프를 다시 시작 한지이제4개월째.연습장에갈 때는 전의에 불타 두 주먹 불끈 쥐고 가지만 너덜너덜 패잔병 모드로 집에 온다. 공이 안 맞는 날이대부분이다보니그야말로 외나무다리에서만난원수패듯 이공을후두려패고또팬다.약 이바짝올라빳빳이날선닭볏 처럼시뻘건얼굴을하고서. 어쩜골프의메커니즘은이리도 정교한지. 골프채를 어떻게 잡 느냐, 릴리스 동작과 코킹은 언 제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하 여야 하는가, 버팀목이 되어주 는다리의힘과자세, 허리와힙 의 움직임, 던지듯 내리치고 휘 돌아반대편으로넘어가는팔의 반경, 중심을 잡아주어야 하는 머리... 등 어느 하나 몸 편한 자 세가 없다. 동작은 심플해야 하 지만 몸은 불편해야 한다고 코 치는 말하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기 일쑤다. 남편 은 내 동작이 금방이라도 날아 오를듯‘퍼드덕거리는새’와같 다고 놀린다. 진자운동을 하는 바이킹처럼몸이좌우로움직여 야 하는데 공을 칠 때마다 벌떡 벌떡 일어난다는 거다. 성질 더 럽고 성격 급한, 그야말로 제대 로성격나오는거다. 골프 스윙의 기초는 클럽의 헤 드 무게를 느끼는 것이라고 한 다. 몸에 힘이 빠졌을 때 비로소 헤드 무게를 느낄 수 있는데, 힘 을빼는데3년이걸린다는말도 있다. 운동도 인생에서와 마찬 가지로 욕심을 버리고, 허세를 누르고, 힘을 빼야 하는 것인가 보다. 스윙 과정은 이러하다. 백 스윙 탑에서 클럽 헤드는 아래 방향으로 내려가기 시작하며, 헤드면은타깃방향을바라보며 직각을 이루고, 볼은 헤드 면과 접촉하면서로프트(loft)를타고 올라날아가는데강한임팩트를 만드는것은원심력을극대화하 는것이다. 그렇다면답은하나.최소3년간 은골프메커니즘을이해하고운 용하는데시간과노력을투자해 야한다는것이고그러려면꾸준 함과성실함을장착해야한다는 것이다. 습관처럼 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인데 인내와 끈기가 부족한 나로서는 이 또한 힘든 일이다. 호기심으로 시작하고는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때려치 운취미가한둘이아니다. ‘시작은 피아니시모야. 하루 열 심히 패고 하루 끙끙 앓는 루틴 은 버려. 매일 1시간씩만 치자 고. 그리고 천천히 메조 포르테, 포르테로 넘어가는 거야. 비거 리 욕심은 버려. 힘을 빼고 팔을 쭉펴고스윙을크게해보자고. 안단테 안단테, 절대 서둘러서 는 안 돼. 쿵 짝짝 쿵 짝짝, 몸에 리듬을 실어보자고.’ 요즘 내가 마음속으로 외는 주문이다. 음 악처럼운동도즐겨보자는마음 가짐이다. 운동의 맛을 제대로 느끼면서해보자는결심이다. 얼마전,친정어머니의팔순잔치 에서오랜만에만난사촌오빠와 의 대화가 문득 생각났다. 오빠 는 테니스 마니아로 벌써 십 몇 년째운동을하며지역대회에도 출전하는등활동을이어가고있 다. 쉰 중반 나이에도 여전히 테 니스를 하느냐고 묻자, 여전히 운동한다며나이가들수록운동 은 해야 한다고 했다. 너도 운동 하는게있냐는질문에, “운동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런 데 요즘 골프를 다시 시작했어 요.”라고대답했다. “야,요즘여기저기서골프한다 고 아주 난리도 아니여. 코로나 상황에서도 주가가 높아진 게 캠핑과골프라더니너도하누만 그래. 근데 그기, 나는 살아있는 공치는 게 재미있지 가만있는 공칠라고 애쓰는 거 보면 웃기 더란 말여. 죽어있는 공 치는기 뭐 그리 재미있네...” 사촌 오빠 는혀를끌끌차며말했다. 죽은공을치는게골프라고?그 런말은처음들어보는데?뭐이 런 희한한 논리가 다 있나 싶었 다.어차피테니스나탁구야구... 등모든구기종목의공은언제나 정지해있다.경기를시작하려면 정지해있는공을공격수가치거 나 던져서 경기를 시작해야 한 다. 시작은 죽은 공이지 않는가. 골프도마찬가지다.정지해있는 공을 침으로써 경기가 시작되는 것이다.다른해석으로재미가있 고없고의운동으로나누다니,재 미있는발상이다싶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그랬 다. 오빠의 억지 논리가 그냥 억 지스러워 웃고만 넘겼다. 그러 나 지금 와서 가만히 생각해 보 니제법얘기가되는얘기였다. ‘ 골프공이죽어있는공이라한다 면죽어있는공살리는게얼마 나 힘든 일인가?’ 하는 생각. 마 치 죽은 사람 살리는 것만큼 힘 든 일이 아닌가. 나는 결국 심 폐소생술을 해서 사람을 살리 듯 공을 살리는 엄청난 운동을 하는 것이니 당연히 마음대로 될 리가 없지 않으냐며 마음속 으로 억지를 부려 보는 것이다. 그 엄청난 ‘골프’라는 녀석과 제 대로 한 판 붙어보고 싶은 것이 다. 그래서 이기는 맛도 느껴보 고싶은것이다. 오늘도 나는 죽은 공을 살리는 맛에 푹 빠지기 위해 골프연습 장으로 향한다. 다시 필드에 나 갔을 때 푸른 창공을 뚫고 멀리 머얼리날아가는골프공의궤적 을그리면서... 죽은 공 살리는, 골프의 맛 by김소운 드라이브비거리가처음엔110m쯤이었는데137,156,169까지늘었다.200m가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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