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14 qldkoreanlife.com.au FRI. 23. SEPTEMBER. 991 ⓒ본광고이미지는코리안라이프가제작하였습니다. 늦은 밤 로봇청소기가 집안 곳곳을 누비고 있다. 원래라 면 저 친구도 숙면을 취해야 하는 시간인데, 추석 연휴라 늦잠을 자고 싶어 예약 청소 를 꺼둔 탓에 바닥 여기저기 머리카락이 잔뜩 떨어져 있 었다. 어쩔 수 없는 야근이다. 원래로봇청소기의주요업무 시간은 매일 아침 11시이다. 그녀(음성 패치가 여성 목소 리니 일단은)는 전날 퇴근 후 부터당일오전7시까지집주 인이 바닥에 쉴 새 없이(!) 흘 려둔머리카락을빨아들이고 가벼운물걸레질을한다. 자취를시작하고집을보살핀 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 지알게되었다.청소,설거지, 빨래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아니 집안일 자체는 어렵지 않다. 그것을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는 일이 벅찼다. 퇴근해서 소파에 늘 어져 졸다가 무거운 몸을 일 으켜 대충 끼니를 챙겨 먹고 다시 널브러지는 일상이 2-3 일만지속되면싱크대에는설 거지감이쌓이고화장실에는 물때가끼고바닥은조그마한 먼지뭉치들이굴러다닌다. 그제야 그동안 엄마가 집과 가족을살뜰하게챙기느라많 은 품을 들였다는 사실을 깨 닫는다. 집을 청소했나 안 했 나 생각조차 하지 않은 건 집 이 늘 깨끗했다는 의미이고, 엠티나여행에서말고는즉석 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는 건 우리집 밥솥에는 늘 따끈한 밥이 있었다는 의미이다. 전 업주부의노동시간이나업무 강도가 직장인에 못지않다는 말에 공감하는 척했으나 어 쩌면 그래도 상사 밑에서 여 기저기 치이며 일하는 직장 인들이 더 힘들다고 생각해 왔을지도모른다. 1인가구따 위가6인가구의살림을도맡 아 해온 엄마의 위대함을 깨 닫는 데는 자취 한 달이면 충 분했다. 여러 집안일 중 나를 가장 골 치 아프게 한 건 바닥청소였 머리카락과의 우아한사투-로봇청소기 by서지 [더도덜도없이적당한삶] item3 간을 보냈던 사람이 자신만 의 극복 방법을 털어놓은 글 을 본 적이 있다. 그녀는 쉽 게할수있는소소한집안일 한 가지를 매일 꾸준히 해내 자는다짐을한것이큰변화 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물 론 스스로 세운 목표를 이뤄 내는 데서 오는 성취감도 있 었지만, 억지로라도 힘을 내 서 자신의 일상을 챙기고 있 다는 사실이 꽤 큰 위안으로 되돌아오더라는 이야기였다. 아직 "내"가 "나"를 놓지 않 고있다.그러니조금더힘을 내보리라. 그렇게 조금씩 그 리고 천천히 일상이 회복되 었다고그녀는말했다. 나역시지난몇년간무기력 증에빠져있다.내안에있는 에너지를 바닥까지 다 긁어 써서 새로운 일이나 관계를 시작하는 것이 귀찮게만 느 껴졌다. 그간 나를 지탱해왔 던 활동이나 인연들조차 부 질없다 싶어 소파에 드러누 워 관심도 없는 일들만 검색 하며지냈다.그럴때잔뜩미 뤄둔집안일,발디딜틈없이 어질러둔집은나를더수렁 으로밀어넣었다. 스스로가 한심해서 더 우울 해졌다. 오늘 아침 출근 전 잠깐 짬 을 내서 로봇청소기가 잘 움 직일 수 있도록 바닥에 놓인 물건들을 정리한 후 집을 나 섰다. 퇴근해서 문을 열면 깨 끗한 바닥이 나를 맞아줄 것 이다. 오전 11시 로봇청소기 가 머리카락과 홀로 벌인 우 아한 사투는 퇴근 후의 나에 게 아직 "우리"가 일상을 놓 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그러 니 오늘은 소파에 바로 눕지 말고 조금은 움직여보지 않 겠냐고말을건넨다. 스스로에게 힘을 불어넣기 위해 오늘도 나는 집을 정돈 한다. 다.나는내가어디아픈줄알 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 의 머리카락이 이렇게 많이 빠질수있는걸까. 원래모발 이 가늘고 약한 편인데 다행 히 머리 숱은 많아 내 머리가 평소에얼마나빠지는가를진 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 다. 바닥에 흩뿌려진(?) 머리 카락을 주섬주섬 쓸어 담으 면서 나는 절망했다. 내 몸은 끊임없이이쓰레기를만들어 낼 테니까 말이다. 심지어 잘 집어 지지도 않아 헛손질 여 러 번에 혼자 성질을 부리기 도 한다. 귀찮아서 바닥 청소 를 모르는 척하고 싶지만 늘 깨끗한집에서살다와서그게 쉽지 않다. 난 게으른 주제에 청결함을 사랑했고 그럴 땐 뭐가 정답이다? 돈이 정답이 다. 지인의 추천을 받아 중소 기업로봇청소기하나를집에 들였다. 멍청하지만 성실한 내 친구. 구입하기 전 훑어봤던 구매 후기 중 가장 인상적인 문구 였는데, 막상 써보니 이렇게 와닿는 말도 또 없더라. 녀석 이 움직이는 걸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정말 답답한데, 한참 을 모르는 척하고 난 뒤 바닥 상태를 보면 또 그럭저럭 깨 끗했다. 같은 자리를 오래 맴 돌고여기저기치이고다녀도 결국 일을 해냈다. 지금 쓰고 있는로봇청소기는이사오면 서 거금을 들여 새로 들인 것 이다. 몇 번의 회전만으로 집 의 지도를 뚝딱 그려냈으며 나에게 많은 말을 건네며 자 신의 활약을 보고한다. 청소 솔에 낀 머리카락도 쉽게 분 리되고, 먼지통도 자동으로 비워준다. 무엇보다도 앱과 연동되어 여러 디테일한 지 시사항도 내릴 수 있어 돈 들 인값을톡톡히해낸다. (홍보 가 아님. 내돈내산으로 판매 처에 후기조차 귀찮아서 쓰 지않음) 얼마 전 우울증으로 힘든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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