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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qldkoreanlife.com.au FRI. 23. SEPTEMBER. 991 오동나무빗자루가부러진이유 by명랑엄마의아침일기 콩나물전,콩나물밥,콩나물볶음♡ 콩나물전 콩나물밥 콩나물볶음 자가격리하는동안에 실수 로 콩나물을 3봉지나 주문 하여 냉장고에서 시들기 직 전이다.오늘다먹지않으면 안될것같았다. <콩나물전> 비가 조록조록 내리니 부침 을 해본다. 콩나물, 양파, 부 추를넣고 찹쌀가루를조금 만넣어달군팬에치지직구 웠다.너무오래구우면콩나 물이 질겨지므로 살짝 지져 서초간장에찍어먹는다.콩 나물의 아삭한 식감이 매우 기분이좋다. <콩나물밥> 채반에 콩나물을 살짝 삶아 내서 따끈한 현미밥에 섞어 서담고양념장에쓱쓱비벼 먹는다. 양념장은다진마늘,진간장, 고춧가루, 참기름, 매실액, 참깨,다진쪽파를넣고미리 섞어두면재료가겉돌지않 아맛있다. <콩나물볶음> 팬에들기름을두르고생콩 나물을두주먹넣고뒤적이 다가다진마늘,천일염,고춧 가루를넣어몇번더뒤적이 며콩나물이숨죽으면불을 끈다. 무침보다 좀 더 깊은 맛이난다. 콩나물로만 차린 아침상이 다. 키가 제법 큰 나는 자랄 때 "너, 콩나물 많이 먹는구나. 아주 쑥쑥 자라네." 라는 소 리를정말많이들었다. 그런데 나는 생각만큼 콩나 물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 냥엄마가만들어주시는반 찬을 가리지 않고뭐든 정말 잘 먹었다. 한 끼도 안 빠지고 콩나물 무침이 상에 오르긴 했었다. 내 생각인데 콩나물의 콩이 단백질이라 서조금영향을받긴했겠다. 어릴때내가살던동네에는 "ㅇㅇ이네"라는가게가있 었다.그때는대형마트는물 론이고작은수퍼마켓도없 던시절인데ㅇㅇ이네반찬 가게에가면온갖채소와생 선까지다있어서오후가5 시가되면그가게는문전성 시를이루곤했다. 엄마는 베란다를 수시로 드 나드시며 ㅇㅇ 이네 가게를 계속 체크하시다가 갑자기 정신없이 지갑을 들고 쏜살 처럼 뛰쳐나가실 때가 있었 는데그때밖을내다보면어 김없이 파란 트럭이 나타나 서온갖싱싱한야채와두부, 새로운 생선 등을 내려놓고 있었다. 엄마는 그렇게발바닥에불 이 나게 뛰쳐나가셔서 싱싱 한 고등어와 갖가지 야채들 을 한가득 들고 들어오셨 는데 풀어보면 이 콩나물 은 늘상 몇 바가지가 들어 있었다. 정말노란콩이대롱거리며 매달려있는모습은보기싫 었고며칠을이콩나물과씨 름을할것인가한숨이날지 경이었다. 어느날, 우리집에무언 가배달이되었다. 쌀담는푸댓자루에쌓여있 었고 엄마는 낑낑거리시며 안방으로끌고가셨다. ‘저게뭘까?’ 몰래 열어보니 항아리처럼 생겼고 이상한받침도있었 고조롱박도하나들어있었 다. 그날 밤, 그 항아리의 정 체가너무궁금한채로어떻 게잠이들었는지모르겠다. 며칠후,학교에다녀오니엄 마는 맏딸인 나를 안방으로 데리고 가시더니 의미심장 한한마디를하셨다. “앞으로 너한테 한가지 일 을줄게.” “뭔데요? 힘든일이야?” “아니,별로힘들지않고 단지기억만잘하면돼.” 엄마는내가학교에간사이 에하얀광목천을꼼꼼히박 음질하셔서그항아리를덮 어두셨는데그천을열어보 니 세상에... 노란 콩들이 고 개를바짝들고촘촘히그리 고빽빽하게서있는거다. 보자마자 징그러워서 뒤로 주저앉았는데 엄마는 나에 게 드디어 그 ‘ 당부’ 를 하 셨다. 매일아침7시,저녁9시에조 롱박에물을퍼서노란콩대 가리에물을주라는거였다. 그걸왜내가해야하느냐고 동생에게 시키시라고 징징 대면서 반항했지만, 3남매 중에서 가장 시간약속을 잘 지키는 내가 아니면 안되노 라며조롱박을손에쥐어주 셨다.처음엔물을주는게쉽 다고생각했다.위로물을주 면 아래로 쪼로록 떨어지는 물소리가참재밌기도했다. 아침밥 먹기 전 7시와 밤에 자기 전 9시를 기억했다가 물을 주니 이 녀석들이 어 찌나잘자라는지엄마는더 이상‘ㅇㅇ이네’에서콩나물 을안사시고내가키우는것 들로맛있게무쳐주시곤하 셨다. 이렇게몇달이지나자내마 음속에교만이들어섰다. 아침저녁시간딱맞춰서주 지않아도잘자랄것이라는 교만. 그리고 이 콩나물들이 나에게 길들여 졌을테니 내 가마음먹은대로자라줄거 라고믿었던교만.슬슬귀찮 은마음에하루한번으로물 주기를줄였다.아침또는밤 에딱한번왕창물을퍼붓고 들여다보질않았다. 어느날냄새가나기시작했 다. 그 정체 모를 냄새 때문 에엄마는온집안을뒤집으 셨고설마하는마음에그광 목천을걷었을때이미다죽 어 갈색으로 변해버린 콩나 물을보고엄마는단번에오 동나무 빗자루로 내 종아리 를 때리셨다. 난 그때 우리 엄마가 나보다 콩나물을 더 사랑하는계모인줄알았다. 콩나물따위때문에내가맞 았다는 게 분하고 속상해서 목이 터져라 울었는데 그날 밤에엄마가나를붙들고이 런말씀을하셨다. “내가 니 일기장을 봤다. 나 보라고쓴걸내가다안다. 난, 계모가 아니야. 분명히 널낳은친엄마야.그런데아 무리 작은 일이라도 너에게 맡겨진 일은 처음부터 끝까 지 성실하게 감당해야 하는 거야. 널 믿고 맡겼는데 이 게뭐야.” 울다가 다 죽어있는 콩나물 을보니나보다더불쌍해보 였다. 그리고 조금씩 깨달아 졌다. 엄마가 나를 믿으셔서 그 일을 맡기셨다는 것, 아 무리별것아닌콩나물이지 만 하루두번물을먹는것 에길들여진것을한번에왕 창주니콩나물들은그물들 이 감당이 안되었을 것이라 는 것. 그리고 물이 많이 고 이면썪는다는것. 그 이후로 나는 정말 시간 을잘지키려고노력하게되 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 이 있긴 하지만 어린시절에 교만함과 눈속임을 잠시 하 려했던내가정신차린건다 오동나무빗자루덕분이다. 나는 그 이후에 한 번 더 오 동나무 빗자루로 맞은 사건 이 있었는데그때는결국그 빗자루는 손잡이가 두 동강 이났고난개과천선을하였 다는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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