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사실은 그리 작지도 않지만)에선 외부 강사를 초
빙하기가 쉽지 않다. 인기 강사의 경우 사례비도 사례비지
만빡빡한스케줄로응하지못하는수도있기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교회는 3~5월 오후 예배 때 네 분의 귀한 인
사를 모셔‘창립 60주년기념 명강사 초청예배’를 드렸다.
‘소금전도왕’최원수 대구 공항교회 장로(3월 16일), 백기현
공주대음대교수(3월 30일), 정태기목사(4월 27일), 성악가
최승원(5월 11일) 등.
오신강사모두충성스런신앙의소유자였지만, 그중에서
도 마지막 연사인 성악가 최승원(49)의 간증은 그야말로 회
중을들었다놨다하는열광의도가니였다.
최승원, 그는누구인가! 네살때소아마비로두다리와왼
팔에 장애가 온 중증 장애인이다. 그런 그가 멀쩡한 사람도
하기 힘든 테너 성악가로 입신, 세계를 내집처럼 드나들며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는 한편, 교회의 규모에 연연하
지않고간증집회를다니고있는것이다.
사실 그는 청소년기를 줄곧 좌절과 암울의 늪에서 헤매야
했다고 한다. 그의 부친은 술에 취하면 넋두리처럼“승원이
는 내가 죽을 때까지 데리고 살 거야!”를 연발했는데, 그 말
은 승원에게 위로라기보다는 비수처럼 찔려 왔다고. 자연
그는 유일한 인식처인 교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 덕
분에불신자였던온가족이교인이되는기적도체험한다.
하지만 어렵사리 진학한 한양대 음대 성악과에서 그는 쓰
라린경험을한다. 성악과학생들로구성된합창단오디션에
서 선배로부터“오디션에 참여하지 말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은 것이다. 선배는“합창단에 다리를 절룩거리며
손도꼬인학생이끼어있으면모양새가안난다”고했단다.
결국그는가족을설득해미국으로이민간다. 장애인에대
한배려가제도화돼있는미국에서의생활은그를절망으로
부터 희망으로 바꾸어 놓았다. 로스앤젤레스의 남가주대
(USC) 대학원과 뉴욕 맨해튼 음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하지만 성악가로 일가를 이루겠다는 당초의 목표에 자신이
없었다. 다시좌절에빠진것이다.
그때 그를 일으켜준 이가 있었으니 최승원을 제자로 받아
들인 헤르타 그라스 교수였다. 교수는 최승원에게“Trust
me. Why not!”이라고했다. 그라스교수의이도전적인한
마디는그의인생을 180도바꿔놓았다.
그는동양인최초로뉴욕메트로폴리탄오페라콩쿠르에서
우승했고, 패서디나오페라콩쿠르, 비엔나푹스국제오페라
콩쿠르에서도 우승을 거머쥐었다. 2001년‘올해를 빛낸 음
악가’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대한민국 문화예술 대상,
자랑스러운한국장애인상등수다한상도받았다.
그뿐인가! 그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하 당시 직함)이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부부, 프랑수와 미테랑 프랑스 대통
령부부, 미하일고프르바초프소련대통령부부, 헬무트콜
서독총리, 헨리키신저전미국무장관등기라성같은각국
지도자들을초청한자리에서마지막순서로미국국가를불
렀다. 그런데노래가끝나는순간놀라운일이벌어졌다. 참
석자 전원이 기립 박수를 보낸 것이다. 이 장면은 TV를 통
해미국전역에생중계됐고최승원은일약세계적인명사가
됐다.
그 후 최승원은 비엔나 필하모니, 뉴욕 필하모니, 런던 심
포니, KBS 교향악단, NHK 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등세
계 20여개유수의오케스트라와협연하는것은물론, 그가
그토록 원했던 오페라에 출연하게 됐고 16편의 오라토리오
독창자로도출연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의외로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
른‘My way’라고 한다. 가사 중 3절의‘For what is a
man, what has he got, If not himself then he has
naught(인간이은 무었을 가져야 하나? 진정한 자기 주체
성, 그것부터가져야하지않겠나?)’가가슴에와닿는다고.
그는‘싸가지’라는말을즐겨쓴다. 지상파TV에나와서도,
기독교 케이블에 나와서도, 그날 간증집회에서도 그랬다.
“사람은싸가지가있어야한다”는거다. 인성이제대로형성
돼있어야한다는뜻이다. 제자를삼을때도가장먼저아이
의 싸가지를 본다고 한다. 그는“하나님께서도 싸가지 있는
성도를원하실거”라면서간증을마쳤다.
나는전에출석하던교회에서그를만났다. 아주친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좋았다. 노래도 노래지만 무엇보다 겸손했
다. 그런그가나보다먼저교회를떠났다. 3년전한이탈리
안레스토랑에서만났을때, 그이유를물었다. 그는“담임목
사의 사위라는 자가 하도 싸가지 없게 굴어서 교회에다 대
고 제발 사위 교육 좀 제대로 시키라!”고 소리 지르고 뒤도
안돌아보고떠났다고했다.〠
윤재석
CBS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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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not’-어느장애성악가의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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