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세월호 참사는 한국
뿐아니라전세계에다양
한 화두를 던졌다. 발생
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순
간순간을 지켜보면서 많
은 사람들이 애통해했고
분노와좌절을맛보며 고
뇌를거듭하지않을수없
었다. 우리는과연안전한
가 하는 근원적인 물음에
누구도 그렇다는 확신을
얻지 못함으로 인해 발밑
의 기초가 허물어지는 상
실감을느끼지않을수없었다.
그 다양한 화두 가운데서 내게는‘평형수’가 준 의미가
컸다.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웠던 선박과 관련된‘평형수’
라는 용어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
주었던것이다.
평형수(ballast water)는운항시선박의무게중심을유
지하기 위해 배의 밑바닥 좌우에 설치된 탱크에 채워넣는
바닷물이다. 모든배는적당량의평형수를싣고있다가배
가왼쪽으로기울면물을오른쪽으로옮겨배의중심을잡
고 균형을 유지시키고 반대로 오른쪽으로 기울면 왼쪽으
로옮겨바로잡는다고한다. 말하자면평형수는배가어느
한쪽으로 기울었을 때 원위치로 되돌아 오게 하는 복원력
을유지하는생명수인셈이다.
이 평형수는 반드시 규정대로 채워 운항토록 법으로 정
해져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 여객 선사들은 이를 준
수하지않는다고한다. 규정대로채우면배의무게중심이
낮아져 복원력은 좋아지지만 배의 흔들림이 심해져 승선
감이 떨어지고 평형수 무게에 비례하여 연료 소모가 늘어
나고 또그만큼화물을실을수있는양을줄여야하기때
문이다.
배는 실을 수 있는 무게가 정해져 있다. 그러나 이 무게
는 최대치를 말하는 것이다. 실제 탑재할 수 있는 무게는
그보다 훨씬 적다. 세월
호는 6천825톤까지 실을
수 있으나 출항시 적정
재화중량 총수는 3천790
톤이다.
조사에 의하면 그날 세
월호는 3천608톤을 실었
다고 한다. 이는 적정치
를 넘기지는 않은 것이
다. 그러나 내용을상세
히 들여다 보면 놀랄 만
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
다. 세월호에 허락된 적
정치 3천790톤은 화물과 여객 1천 70톤, 평형수 1천700
톤, 연료 560톤, 청수 290톤, 식량 170톤을 포함한 것이
다. 그런데 세월호는 그날 화물과 승객만 2천 톤 이상을
실었다. 나머지 1천790톤가운데거의절대치여서줄일수
없는 연료, 청수, 음식 등의 무게 1천20톤을 빼면 평형수
는 580톤 정도에 불과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1천700톤을
실어야하는평형수를 580톤밖에싣지않은것이다. 따라
서 급격한 변침으로 기울어진 배가 평형수 부족으로 복원
되지못하고침몰하게된것으로짐작된다.
평형수를 줄일 때 별일 있으랴 하는 생각이 크게 작용했
을것이다. 지금까지늘이렇게해왔지만문제없었다는안
일한판단이참사를불렀을것이다. 불법을행하나형통하
고 정상이 아닌데도 순조롭다면 그때가 사실 가장 큰 위
기인데 아무도 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 누구도
평형수를 점검하지 않았다. 해경도 항만청도 해운조합도
아무도감시감독하지않았다. 그래서선사가평형수를마
음대로조절할수있었던것이다.
충격적일 정도로 평형수를 줄이고 그 대신 화물을 과적
한것은이윤때문이다. 선사가이윤을극대화하려면사람
과 화물을 최대한 많이 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
형수를줄이는수밖에없다. 연료나음료수나식량은더이
상줄일수없는부분이기때문이다.
아름다운 세상
평형수
최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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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 Review
크리스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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