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ian Review 2014.06 - page 18

택시요금을 건네는데 운전기사가 머리를 조아리며
또다시말했다.
“손님, 죄송합니다. 사실은진도에서오는무료셔틀
버스가 있습니다. 그런데요. 저는요. 삼일 만에 손님
을처음으로태웠거든요. 저도먹고살아야죠. 용서하
십시오”
잠시비애를느꼈다.
사망자 늘며 가족·봉사자들 줄어
주차장부터 선착장에 이르는 약 500미터의 길가에
는 구급차량과 자원봉사차량, 방송 중계차가 길게 줄
을 늘어서 있다. 평소 여행객이 드나들었을 대합실은
실종자 가족지원 상황실이 되었고, 맞은편에는 가족
대책본부와 보호자 대기소가 설치되었다. 거리는 한
산했고 자원봉사단체, 해양경찰, 소방서, 언론사 등
천막 30여 개가 즐비했다. 사고 직후에 비해 가족. 취
재진이나 자원봉사자 등은 3분의 2가량 줄었다고 한
다.
실종자가 사망자로 바뀌면서 가족들은 진도를 떠났
다. 일가친척을합해도진도에남은실종자가족은 50
명남짓.“최근실종자가족은체육관보다팽목항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다”라고 한 자원봉사자는 말했
다. 인양된시신이해양경찰의경비정에실려맨처음
닿는 곳이 팽목항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팽목항은 사
고 현장이 아니다. 사고는 팽목항에서 약 30km 떨어
진해상에서일어났다. 앞을가로막는섬들때문에팽
목항에서사고해역은보이지않는다.
사고 34일째인 5월 20일오전풍랑주의보가해제되
었다. 잠수사들을 태운 해경 경비정은 사고 해역으로
향했다. 인근섬인조도로향하는여객선도항구를떠
났다. 기상악화로수중수색이전면중단되었던터라,
하루 지나서 재개된 수색에 실종자 가족들의 기대가
컸다. 거기까지였다. 아무소식없는거리에는함구령
이내려진듯침묵이흘렀다. 실종자가족은텐트밖으
로 나오지 않았다. 기자, 경찰, 자원봉사자들의 표정
은무거웠다.
‘가족 외 출입금지’ ‘촬영금지’푯말이 실종자 가족
을막았다.‘식사거르지마세요’ ‘밥심으로이기는겁
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함께 할께요’무사히 돌아
오기를 소망하며 기적과 희망을 말하던 노란 리본은
‘시신으로라도돌아오라’는글귀로가슴을울렸다.
‘기다리고있어, 어서집으로가자’ ‘네가엄마아들이
어서행복했다’ ‘오늘올거지?’라는글은더비통했다.
팽목항에서차로 30여분떨어진진도실내체육관.
가족이 머무르는 체육관 1층에 실종자 가족이 걸어놓
은 두산베어스 야구복이 눈에 띄었다. 등번호 21, 안
현석(가명). 실종자 중 한 명인 단원고 학생이 두산베
어스의 팬이라는 이야기를 접하고 구단 측이 학생의
이름을넣어전달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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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 Review
크리스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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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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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현장을 가다
▲세월호 사고
발생 33일이 지
난 시점까지 실
종자를 찾지 못
한 가족들이 진
도 실내체육관
을 지키고 있다.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 임시숙소로 쓰일 이동식 조립주택 5채가 5월 16일
팽목항 방파제에 설치됐다.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설치된 기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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