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온 한 통의 이메일
시드니의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 날 한국에서 한 통의
이메일이 왔다. 구세군합덕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박
현배사관에게서온것이다. 개영 30주년특별구령회
를 준비 중인데 강사로 나를 초청하고 싶다는 내용이
다. 합덕교회는20년전에내가목회했던곳이다.
메일은그동안잊고지냈던합덕교회의아름다운기
억들을 새록새록 생각나게 했다. 허리가 많이 굽었던
김 부교님은 건강하신지, 새벽기도에 나오지 않으면
사택까지와서기필코나를깨우던오부교님은잘계
신지, MBC 앵커 자리에 앉아 사진을 찍고 액자를 만
들어안방에걸고흐뭇해하던장부교님은아직도그
곳에 계신지… 메일의 마지막 부분을 읽을 때 갑자기
정신이번뜩들었다.
“참고로 본 교회에서는 사관님을 초청하긴 하지만,
왕복 비행기 값은 부담할 수 없으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숙박및식사는본교회서대접할준
비를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메일을 읽고 또 읽고 고민하던 중, 국제적인 일이니
정식으로 공문을 통해서 요청해 달라고 부탁했다. 공
문은 한국 군국을 통하여 호주 동군국에 접수되었다.
접수되고 얼마 후 우연하게 동군국 사령관을 만났다.
사령관은 한국에서 부흥회 초청이 왔다고 하며, 동군
국에서비행기표를끊어주겠다고했다. 할렐루야!
한국 행 비행기
6월 10일오전 7시 55분시드니발인천행대한항공
에 몸을 실었다. 서울에 도착 예정 시간은 17시 25분
이다. 시드니가 서울보다 한 시간 빠르니 비행시간은
10시간 30분 정도이다. 한국은 이상 기온으로 6월임
에도불구하고30도의더위가기승을부린다고했다.
나는 시드니의 겨울 옷을 벗고 맨 뒤쪽 복도 자리에
앉았다. 비행기안의밀폐된공간에서 10시간 30분동
안앉아있어야한다는것은보통스트레스가아니다.
어른인나도그런데아이들은오죽하겠는가! 비행기를
타고여행하는한가족이있었다. 비행기를처음타본
아이가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통로를 이리저리 오
가며 뛰어 놀자, 스튜어디스가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
다.
“너그렇게뛰어놀고싶으면, 나가서놀아라!”
지루함을 잊기 위해 의도적으로 비행기를 타면 영화
를본다.‘광해’가눈에들어왔다. 친하게지내는후배
사관이 추천했던 영화이다. 그는 이 영화를 보고 사관
으로서재헌신할수있는기회를가졌다고했다. 그만
큼은아니었지만재미는있었다.‘하버드대학의공부벌
레들’, Beautiful Creatures’,‘루시’등 무려 4편을 보
았다. 아쉬운 것은‘루시’가 거의 끝날 무렵 착륙 준비
중이니seat belt를착용하라는기내방송이있었다. 안
타깝게도‘루시’를다보지못하고내려야만했다.
합덕 30주년 기념 특별 구령회
‘우리는어떤교회가되어야하나!’이번집회의주제
이다. 교회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다.‘우리는 어떤
크리스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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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 Review
PASTORAL ESSAY
행복했던시간들
김환기
▲합덕교회 30
주년 구령회에
서 말씀을 전한
김환기 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