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대책본부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간이 천막
으로설치된부스에는열명남짓한취재기자들이노
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실종자 수색이 장기화
되자 기자들과 피해자 가족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
이그어져있었다. 언론에대한반감을체감한탓인지
기자들은취재에조심스러운분위기였다.
사람들은 말을 할 때 가급적 조심스럽게, 그리고 조
용하게했다. 크게웃지도못했다. 그만큼살아서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미안하게 느껴지는 곳이 팽
목항이었다. 곳곳에설치해놓은알림판에는‘사진촬
영을금한다’는공지글이붙어있었다.
오후 8시안산행셔틀버스에몸을실었다. 매일 2시
간간격으로운행되는무료버스다. 그런데버스가출
발한후보니승객은나혼자였다. 하도미안해서물었
다.
“저혼자인데도운행을합니까?”
“오히려제가고맙죠. 빈차로갈때도있습니다.”
커다란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누군가는 무책임하게
원인을만들고, 누군가는그결과로고통을받는다. 그
래서다른누군가는그상황을수습하고, 쓰러진이들
을 일으키기 위해 봉사한다. 그런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어, 절망속에서도희망의꽃은본다.
현장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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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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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 Review
크리스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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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단원고
등학교 정문 앞
에 조문객들이
올린 편지와 선
물, 꽃 등이 놓
여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차려진 정부합동분양소. 조문객 발걸음이 뜸해지자 유가족들은“벌써 잊혀지는 게 서럽고 두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