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숨죽인 안산 고잔동
5월 21일오전 10시단원고가위치한고
잔동 전체는 슬픔에 잠겨 쓸쓸하고 고요
했다. 인적도 뜸했다. 이 일대의 도로와
길가에도시민들의메시지가담긴현수막
과 희망과 기적을 갈망하는 노란 리본이
줄지어걸려있었다.
학교정문좌측담장으로조문객들이애
도하며 적어놓은 글들을 천천히 읽었다.
형형색색으로안타까운심정을담은추모
하는 글들이다. 어린 학생들이 평소 자주
먹었던 과자 종류, 아이스크림, 음료수,
빵, 떡볶이, 심지어순대까지도예쁜그릇
에담아놓았다. 눈물이났다.
학교에 들어가려고 하자 정문에서 경비원들이 출입
을 통제했다. 2년째 등굣길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한
안산시실버안전지도원은“매일보던아이들이었는데
그렇게 돼 가슴이 아프다”며“이제는 교복 입은 학생
만 봐도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주변 상권도 너무나
조용했다. 한가게주인은“분위기가초상집인데어떡
하겠느냐”며손사래를쳤다.
이번사고가더안타까운건단원고학생들이거주했
던 지역의 특성 때문이다. 단원고 주변은 전형적인
‘서민동네’의 모습이다. 주민들 대부분이 10- 15평짜
리연립주택에서맞벌이를하는게일반적이고형편이
어려워반지하에서지내는가정도많다고한다. 그런
데 이번 수학여행에 나선 학생 중 85%인 109명이 고
잔동에거주하고있다.
단원고정문우측길가에는분향소로가는무료택시
가 있다. 다가가“합동분향소에 갈 수 있느냐”고 묻자
반갑게 맞아주었다. 기자가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늦
장대응한해경과우왕좌왕한, 무능한정부를탓하며
울분을 토하기 시작했다. 그는“학교 앞 주택가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희생된 집”이라고 말했다. 그의 열변
은분향소에도착할때까지계속됐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안산시 초지동 화랑유원지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는
비교적 한산했다. 조문객 수가 많지 않았고 자원봉사
자들과 유가족, 경찰이 대부분이었다. 분향소로 들어
가는길목에는그동안방문한추모객들이달아놓은노
란리본이있었다. 한학생은메모지에이런말을남겼
다.
‘돈만아는어른들때문에아이들이죽었다’
분향소 건물 출구에는 유가족들이 진실규명운동 서
명을받고있었다. 한자원봉사자는“요즘추모객들의
숫자가줄어들고있다”며“격앙됐던분위기가차츰누
그러지자이곳을찾는정치인들의발길이다시이어지
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가족들은 정치인을 달갑
게여기지않는다”고말했다.
분향소안으로들어섰다. 천진난만한영정사진하나
하나 보는 순간 가슴이 찡했다. 특히 단원고 박예슬
(17)학생 영정사진을 보는 순간 아찔했다. JTBC‘뉴
스9’가공개한동영상이떠올랐다.
“무서워살려줘, 살려줘”
“엄마보고싶어”
얼마나무서웠을까. 엄마, 아빠, 가족들이얼마나보
고싶었을까? 구조의손길을기다리며얼마나애가탔
을까?죽음의순간에얼마나원망했을까?
‘
어른이되면다바꿔버리겠다
’
는 청소년들
60
Christian Review
크리스찬리뷰
23
▲경기도 안산
시 화랑유원지
에 마련된 세월
호 참사 정부합
동분향소의 희
생자 유가족 텐
트밖에 추모객
들이 걸어 놓은
조문 리본이 가
득하다.
▲안산 단원고
등학교 옆으로
실종자들의 무
사귀환을 바라
는 노란 리본들
이 걸려있다.